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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럽4] 자전거로 이동하기

[여행기록2] 자전거로 이동하기

 

휴..여행기록 정리하기 장난 아니다. 수천 장 가운데 쓸만한 사진 고르고 크기 조절하는 것만도 정말 일이군.

  

2-1 자전거 해체, 조립하기

  

 >> 자전거를 해체하고 나서 상자에 담아 화물로 날렸다. 그리고 공항에 내려서 다시 재조립.

  

자전거 여행은 해체, 조립 과정으로 시작되었다. 출발 전날 미리 모여 해체했는데 처음 하는 작업이라 역시나 실수투성이. 자전거 가게에서 미리 얻어 둔 상자에 담으려면 길이, 높이, 폭을 조금씩 줄여야 했다. 완제품을 포장했던 상자가 아닌가봐. 아무튼 조금 작다. 살짝 아쉽다. 길이를 줄이려고 앞바퀴를 풀었다. 나사식이 아니라면 좀 더 편하겠지. 높이를 줄이려고 안장과 손잡이를 풀었다. 폭을 줄이려고 페달을 풀었다. 여기서 왕창 실수. 페달은 일반 나사와 조이고 푸는 방향이 다르다. 양쪽 다 무조건 뒤로 당기면 풀리게 되어 있다. 그걸 모르고 페달을 푼답시고 엄청나게 조여놓았다. (T.T;;) 그리고 일반 스패너로 상당히 풀기 어렵다. 결국 만원 주고 페달용 스패너 샀다. 덕분에 여행 내내 유용하게 썼다. 풀어둔 부분들이 손상되지 않게 노끈으로 단단히 묶어주었다. 상자에 담은 다음 빈 곳에 이것 저것 잡것들을 우겨넣었다. 나사나 스프링같이 자잘한 부속품은 봉지에 모아 담았다. 안 그러면 잊어버릴 수도 있다. 화물 운송 중에 상자에 흠이 가기도 하니까. 누구였더라. 뭐 하나 없어졌는데... 중요한 부속품이었나?? 아무튼 내려서 못 찾으면 낭패다.

상자에 담은 뒤에 청테이프로 떡칠을 했다. 안전제일!! 그렇게 하니까 거의 한나절이 걸렸다. 생각보다 시간 많이 걸린다. 다음날 아침 미니밴을 불러서 공항까지 이동했다. 5만 원 줬던가?

  

 >> 위풍당당(?) 후즐근하다.  뒤로 여행자 안내소가 보인다. 

  

2-2 공항에 내리자마자  

 

준비 부족을 여실히 실감했다. 공항에 내려서 재조립을 할 때는 한결 수월했다. 그런데 문제는 짐을 싸고 푸는 게 만만치 않다는 걸 깨달았다. 흐흐...매일 짐을 쌀 때마다 1시간 넘게 걸려서 일정이 항상 지체되었다. 사람이 많아서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했지만 준비부족도 컸다. 다시 한 번 페니어를 강력히 추천한다. 짐받이는 무조건 튼튼한 걸로 사야 한다. 폼나는 거 다 소용없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저렇게 좌우로 길게 짐이 놓여서 균형 잡기도 어려운데다 한 번 넘어지면 짐받이 사정없이 돌아간다. 뒷바퀴에 무리도 많이 간다.(정말 뒷바퀴는 지긋지긋할 정도로 펑크가 자주 났다. 나중엔 모두 자전거 고장에 지쳤다.) 중간에 여차 해서 짐을 꺼내야 할 때도 너무 불편하다. 한 번 풀었다 싸는 게 장난 아니다. 그나마 혼자 하지도 못한다.

  

 >> 유럽 어디에서나 자전거 사용자를 배려한  흔적이. 기차마다 자전거 전용칸이 있다. 그래도 자전거 여섯 대가 이동하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았다. 저 짐이 문제야.

 

 자전거로 공항을 드나들기는 쉽지 않다. 일단 기차로 공항을 빠져나갔다. 유럽은 어디를 가도 자전거 사용자를 끔찍이 배려한다. 기차는 자전거를 들고 탈 경우 요금 옵션이 따로 있을 정도다. 짐칸이 있다고는 하나 그래도 여섯 대를 싣기에는 조금 비좁다. 기차 타고 내릴 때마다 한바탕 전쟁을 치렀다. 짐이 뒤로 쏠려서 위험하다. 역시 짐이 문제다. 다음엔 꼭 유럽여행 경험을 살려 짐으로 고민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다.

  

 >> 그래도 일단 달리기 시작하니 이런 저런 고생 다 잊게 된다.



 

2-3. 자전거를 배려하는 문화

 

유럽에 갔더니 자전거 정말 많았다. 오죽하면 암스테르담에서는 자전거에 치여 사고가 나지 않을까 걱정할 정도. 베트남 오토바이보다는 덜 하지만 그래도 대도시로 가면 자전거 문화도 조금 거칠다. 조금 느려진다 싶으면 여지없이 울리는 경적과 무섭게 앞질러 가는 자전거들. 휴~~ 자전거 무섭다는 생각 처음 해봤다. 자전거로 인한 교통체증. 상상이나 해보셨는지. 그래도 시내에서 자전거로 도로를 질주하려면 목숨의 위협을 느껴야만 하는 한국에 비하면... 자전거로 이동하고, 일을 보고, 사람을 만나고, 즐기는 게 극히 일상적이었다. 그래서 어디에서나 자전거를 배려한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역시 자전거 도로와 자전거 도로 전용 표지판.

 

>> 자전거 전용 도로 바닥에 새겨진 표식. 머리를 보니 혹시 E.T.

 

자전거 도로 상태는 네덜란드, 벨기에 > 독일 > 프랑스 순으로 점수를 주고 싶다. 네덜란드, 벨기에는 자전거 도로만 이용해서 어디든 갈 수 있을 정도로 도로가 끊김 없이 완벽하게 깔렸고 표지판 역시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하다. 자전거 도로를 따라 자전거 표지판만 보며 가면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자전거 표지판 지시에 따라 자전거 도로를 달려 이틀 만에 서울에서 부산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생각해봐. (이명박이 운하 뚫어서 그 옆에 자전거 도로 놓아 준다면 혹할 지경이다.) 심지어 벨기에에서는 고속도로 옆에 나란히 자전거 도로가 나 있어 속도감을 즐기려는 사람들에겐 정말 최상의 코스. 날씨 받쳐주면 계속 평지라서 하루 120~150km 주행도 거뜬하다. 북유럽의 여름은 해가 매우 길다. 밤 9시가 되어야 해가 지기 시작한다. 그러니 체력만 좋다면 자전거 타기는 정말 최고다. (비만 안 왔더라면 T.T;;) 강을 따라 나있는 자전거 도로는 행복감 200%. 도로도 잘 되어 있고 경치도 좋아서 기분 최고다. 

독일이나 프랑스는 네덜란드나 벨기에 만큼 높은 점수를 주고 싶지는 않다. 한국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종종 도로가 끊기거나 표지판이 불충분한 지역이 더러 있다. 물론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가면 그 정도는 큰 문제가 아니다. 그래도 역시 속도가 조금 느려지는 것은 고려해야 한다.

역시 대도시로 갈수록 자전거 타기가 조금 불편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그런데 암스테르담, 헤이그, 브뤼헤, 쾰른 등 유명하다는 도시 가보면 크기가 너무 작아 서울에 비할 바가 아니다. 구(區)하나 정도 규모. 그러니 불편함은 오래가지 않는다. 그나마도 자전거 도로가 잘 되어 있고 대부분 도로가 왕복 2차선을 넘지 않을 만큼 차가 많지 않다. 그래도 역시 파리에는 차가 많다. 자전거 타기도 조금 위험하다. 도시 규모가 커질수록, 규모의 삶을 지향할수록 자전거는 일상과 멀어진다.

 

>> 지도를 보며 이동경로를 점검하는 일행. 출발점과 목적지를 지나는 주요 도시를 거점 삼아 달리면 쉽게 목적지에 닿을 수 있다.

 

2.4 그래도 준비가 필요하다면

 

여행안내 책자는 론리 플래닛을 썼는데 정보가 상당히 정확한 편이다. 꼭 국내에서 미리 사서 비행기 안에서 읽어보기를. 지도는 현지에서 구매하면 된다. 좋은 지도 많다. 될수록 상세하고 큰 지도를 사면 좋다. 미셸린도 괜찮았고 독일에서는 Falk라는 책도 좋았다.

대부분은 지도를 따라 가다 보면 주요 도로와 나란히 자전거 도로가 나 있기 때문에 큰 불편 없이 목적지에 닿을 수 있다. 출발점과 목적지를 일직선으로 연결한 다음 직선 가까이 있는 주요 도시들을 중간 거점 삼아 달리면 쉽게 목적지에 닿을 수 있다. 그러나 국경을 넘을 때는 도로 파악이 쉽지 않아 좀 더 세심하게 주의해야 한다. 유럽에는 국경 개념이 거의 없어서 심지어 자전거로 달리다가 이미 다른 나라에 와 있어도 모를 정도다. 그렇지만 도로 체계가 살짝 바뀐다. 지도대로 쉽게 길을 찾기가 어렵다. 무엇보다 도로 표지판이나 도로 사정이 달라져서 애를 먹는다. 일행은 결국 한 번도 온전히 자전거로 국경을 넘은 일이 없다. 여러 번 기차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벨기에에서 프랑스 넘어갈 때는 굳게 마음먹고 국경을 넘었지만 국경 근처에서 도로 찾아 헤매다가 엄청나게 시간을 낭비했다. 벨기에만큼 도로 사정도 좋지 않아 고통스러웠고 도로 표지판이나 교통체계도 바뀌어서 고생이 심했다. 그 와중에 또 쏟아지는 비. 그리고 여지없이 뒤를 따르는 자전거 튜브 펑크. 정말 끔찍한 밤이었다.

기차를 탈 때는 자전거 짐칸이 따로 있으니 확인하길. 타는 시간이 오래 걸리면 친절하게 기다려준다. 사람들이 이런 일에 익숙해서 그런지 여유가 있다. 짐칸이 그리 넓지는 않아 짐이 가득한 자전거 대여섯 대가 동시에 타면 공간이 비좁다. 타고 내릴 때도 쉽지 않다. 그래도 뭐 닥치면 어떻게든 다 된다.

동네마다 자전거 가게가 꼭 있으니 걱정마시라. 하지만 철저한 주 5일 장사. 저녁이면 절대 문 안 열어. 주말에 사고 나면 힘겹다. 돈보다 여유로운 삶을 원하는 그들의 철학이, 참 것두 있는 사람들 팔자지 싶다가도 한편으로 부럽다.

마지막 강조. 비 내리는 상황에 꼭 대비하자. 시도때도없이 내리는 비 정말 괴롭다. 비 오는 날 마냥 쉴 수는 없다. 일기 변화가 무지 심해서 장마나 태풍 따위는 없지만 수시로 구름이 끼고 비가 내린다. 우비 어설픈 거 가져갔다가 추워서 디지는 줄 알았다. 짐도 다 젖는다. 텐트 안에서 썩어가는 젖은 옷들. 오우...안습이다. 그리고 유럽 북부는 8월이면 낙엽 진다. 밤에 춥다. 꼭 든든히 챙겨 입기를. 한국 가을 날씨라고 생각하면 된다. 추워서 밤마다 등이 곱아...

 

>> 오우...설정 아님. 멋져..

 

>> 독일 어느 시골길을 달리는데 기구가 보이네.

 

> 으아 이거 뭐... 이게 밤 9시쯤일텐데..이 때까지 자전거 타고 있다는 건..T.T;;

 

>> 어쭈 한 손으로...제법이셔~~ 튼튼한 철티비를 자랑했던 오리. 바퀴 두께 덕분에 잔고장이 가장 적었다.

 

>> 잠시 휴식. 유럽에서 페니어를 구입한 아침. 그런데 이 언발란스한 느낌은 뭐지? 뭘해도 컨츄리한 자전거. 죄다 싸구려인데 빤쓰만 금테 두른 꼴이다. 페니어가 바퀴보다 더 커. 덕분에 정말 고생 많았다. 자전거나 그 주인이나. ㅋㅋ..아침 눈 흘기겠군. 동네마다 안내 표지판이 잘 나와 있다.

 

>> 바퀴가 가장 얇았던 RCT 2.5. 이게 두 대나 있었는데 고질적인 펑크로 고생꽤나 했다. 프레임에 덕지덕지 붙은 청테잎, 핸들에 묶은 노끈, 거기에 썬캡에 비닐 봉투까지. 뭘해도 컨츄리해.

 

>> 펑크 때우는 영은. 카메라 들이대자마자 저 표정봐라. 좋덴다. 아테네도 두 대였다. 역시 고생 꽤나했다.

 

>> 휴식. 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야. 아름다워.

 

>> 독일 라인강. 강을 최대한 자연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서인지 다리가 거의 없었다. 강을 건너려고 배 기다리면서 한 컷.

 

>> 라인강변을 달리다 잠시 휴식. 일행 중 절반인 셋이 삼십대. 그들은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 중일까? 유난히 지쳐 보이는 아침. 나이는 속이지 못하는건가??

 

 

>> 매번 다짐했다. 일정이 빡빡하니 조금만 쉬고 미친듯이 달리자고. 날맹이랑 나는 미친듯이 자고 있다. 늘 이랬다.

 

>> 가람. 캠핑장을 떠나기 직전에 한 컷. 출발은 언제나 예상보다 한 시간 이상씩 늦었다. 짐이 만만치 않다.

 

>> 비 정말 지겹다. 그래도 밥은 먹어야 하고. 아~~정말 컨츄리하고 처절하다.

 

>> 자전거 전용 비옷. 빨간색이 인상적이다. 달릴 때는 바람에 펄럭이는 모습이 흡사 다크 템플러?? 여럿이 저 옷을 펄럭이며 달리는 모습은 흡사 비오는 날 마파도에서 도둑 잡으러 가는 듯한 섬득함을 느끼게 한다.

 

>> 반면 지하철에서 삼천원주고 산 내 비옷. 비옷은 역시 노란색이 최고다. 근데 괜히 서글퍼지는 이유는 뭐지. 비만 오면 저 노출된 허벅지가 추위에 떨어서...대패로 밀면 뚝뚝 떨어질 거 같은 닭살. 논둑 안 무너졌나 살피러 가는 길이다.

 

>> 네덜란드에서 벨기에 국경 넘을 때. 결국 뒷바퀴살이 떨어지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일요일이라 자전거 가게도 다 문닫고. 결국 혼자서 기차로 국경을 넘었다. 밤늦게 도착한 일행도 결국엔 시간이 늦어져 기차를 타고 왔다.

 

>> 기차역. 야유회 떠나는 동네 이장, 부녀회장, 막내딸, 옆집 총각, 오리도 한마리. 그런데 누가 없지??

 

>> 그래도 끝없이 뻗은 길따라 가는 길 마냥 즐거워.  

 

>> 너참 대단하구나. 너도 잠깐 쉬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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