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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광장에서 우리가 만난건

  • 등록일
    2009/02/01 13:40
  • 수정일
    2009/02/01 13:40

한겨울,

예년같으면 무섭게 추웠을 시간,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이 발생한지, 벌써 12일이 넘는 시간이 흐르고 있지만,

해결된 거라고는,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것들은 아직 느껴지지 않는다.

한겨울

봄날같은 날씨,

그러나 추모대회조차 원천봉쇄를 선언한 정부의 개노릇을 하는 경찰들로 인해 시작부터 난장판이 되어버린 기자회견과 그 뒤를 이어 청계광장은 경찰의 알박기를 넘어 하나의 성으로 변해버렸다.

33대의 경찰차량은 주변을 틈새없이 막아돌려쳤다.

그리고 생긴 틈새마다 전경을 동원하여 방패로 곤봉으로 힘으로 막아섰다.

무식한 넘이 용감하다고 경찰 지휘자는 무식과 불법에 용감하게 덤벼들었다. 원천봉쇄의 근거와 사유, 집시법에 대해 따져들면, 뭐라고 지껄이다가 모른다 맘대로해라, 한마디로 배째라는 식으로 막무가내였다.

이런 넘이, 이런 것들이 법치와 질서를 외친다.

한마디로 거꾸로된 세상이다.

여기저기 언론에서 대략 2천~5천이 예상되는 집회참가자수를 따질때, 경찰을 100개중대 만여명을 동원하여 민중의 외침을 가두어버리려고 한다.

결국 경찰에 의해 제대로 준비도 되지 못한 추모제는 엠프용량도 되지 않는 상태로 진행되고, 여기저기서 분노를 거칠게 표현하기 시작했다.

추모제를 마치고 명동으로 행진이 시작되고 경찰의 무력시위를 받으며 추모행렬은 빠른 듯 느린 듯 걸어서 롯데백화점 앞에 도착한다.

여기저기 몸싸움과 무기력, 방황으로 흩어지고 모이는 중, 명동성당으로 가자는 얘기가 들리고, 9시도 되기전에 민주노총을 성당으로 갈것을 종용한다.

자존심으로 버티는 건지, 뭣때문에 버티는 건지 알수 없지만, 대오는 하염없이 거리에서 방황하고, 뭔가를 기다리는 모두, 또 무엇인가를 기대하는 모두,  그냥 모두가 모여있을뿐이였다.

경찰에 의해 밀리고 또 밀리는 도중, 경찰들에 의해 여기저기 깃발이 찢기고, 부러지고, 난도질 당한다.

슬픈 것인지,

아픈 것인지,

아직 우린 용산에서 억울하게 희생된 철거민에서 미안하다는 말조차 하지 못했는데, 그런데 또 이렇게 힘없이 밀리고 만다.

그렇게 억울하게 가신 님들이 힘이 없어서 가셨건만, 우린 추모제에서 조차 님들께 힘없는 모습만을 확인시키고 만다.

쓰리고 아프고 슬프고 또 더럽고, 엿같다.

씨발 이게 뭔가

그 더러운 맘에 쏘주한잔하다가 빈정거리는 말투에 발끈하여 욕지거리날리고, 스스로 정리도 안되는 맘을 다스리지도 못하고...

결국 집에 들어가다가 확인된 명동성당의 군정보원들의 사찰 소식까지 듣는다.

뭐가 어떻게 되는 건지,

도대체 어디까지 갈것인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인데, 난 내가 무얼할지도 모르고

무엇이 중요한지도 잘 모르겠다.

그냥 있는 몸뚱아리 조금 힘들어도 굴리고 또 굴릴 생각뿐,

아직도 슬픔이 분노가 되지 못하고, 그 처절한 슬픔과 분노조차 무기력을 이기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그래서 더 미안하다.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할말이 없습니다. 그러나 절대 이렇게는 이렇게는 끝내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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