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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차가는길

  • 등록일
    2009/08/04 10:16
  • 수정일
    2009/08/04 10:16

8월 2일, 일요일

본격적인 무더위가 오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무더웠다.

8월 5일 채권단이 파산을 신청하겠다는 입장과 계속된 파업, 그리고 교섭결렬,

결국 교섭이 형식적이고 모양새를 갖추기 위한 사측의 쇼였음이 밝혀졌지만 말이다.

 

계속된 투쟁으로 피로가 누적되고, 결국 눈자위의 실핏줄이 터져서 한쪽눈이 시뻘겋게 변했다.

몽롱한 머리와 축 처지는 몸을 끌고서 평택으로 향했다.

다행히 기차표와 시간이 맞아 바로 평택으로 향하게 되었다.

 

지난 7월 29일 평택으로 향하는 기차는 거의 쌍차로 가는 승객들이 반이상되어보이는 민주노총 전세열차가 아닌가 싶었는데, 이번 열차는 휴가를 떠나는 가족들과 젊은 친구들로 가득찼다.

 

다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하는 과정에서 살짝 잠이 들었다.

 

간단한 차림이지만, 주섬주섬 짐을 챙겨서 평택역을 나섰다.

버스를? 택시를? 고민하다가 들어선 버스정류장에 표시되는 버스노선시간표를 보다가 귀찮은 맘에 택시를 탔다.

검은 선그라스에 삽십대 중반정도로 보이는 느낌, 약간 날라리 같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다. 

몇걸음 몇시간도 되지 않았지만, 이미 더위에 지쳐버린 상태, 누가 말을 걸어도 사실 귀찮을 뿐이였다.

 

보통 깃발로 들고 다니는 낚시대 뜰채를 보면서 낚시를 가시냐고 묻는 그의 무덤덤한 삶을 비웃고 싶었다.

속으로 귀찮음과 가당치않음을 느꼈지만, 깃대라고 얘기하고 잠시 눈을 붙이고 싶었지만, 계속해서 말을 건다. 

어디서 오셨냐, 뭐하러 오셨냐하면서 스스로 맞짱구를 치면 MB에게 평택에서 일주일간 택시운전을 시켜야 한다고 하고, 우리도 못하는데 멀리서 와서 쌍용차 노조원들과 함께하는게 미안하다고도 한다.

 

그래도 덥기만하고, 또 귀찮이즘이 온몸을 지배한다.

 

그의 이야기가 사실 건성으로 들리고, 승객에 대한 접대 멘트라고 판단할 뿐이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쌍용차 정문앞에 도착하여,

잘됐구만 싶어 "여기 내려주세요"하면서 택시비를 내미는 순간, 당황스러웠다.

 

택시운전사는

"아닙니다. 그냥 내리세요. 멀리서 이렇게 고생하러 내려오셨는데, 정말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나에게 전달했다.

 

어 이게 아닌데, 택시미터기에는 4천8백원정도가 찍혀있었다.

미터기가 안찍혀있는 것도 아니고하는 생각을 하는 순간, 젊은 날라리 같고 껌을 씹던 택시노동자는 손을 흔들면 '고생하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차를 돌렸다.

 

다시 무더위와 소란함, 헬기소리, 용역들의 불쾌함. 경찰들의 짜증이 다가와 쌍차투쟁으로 기억되겠지만,

2009년 8월초 공장점거 옥쇄투쟁을 힘들게 진행했던 평택 쌍용자동차 노동조합을 기억할때마다 난 평택가는길, 택시노동자를 기억하고 나의 귀찮이즘을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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