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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그는 참 나쁜 넘들이여

  • 등록일
    2008/07/10 02:21
  • 수정일
    2008/07/10 02:21

7월 9일 저녁

동해를 다녀온 탓에 늦게서야 시청 앞에 도착했다.

닭장차와 까만복장의 방패든 전경으로 둘러 쌓인 시청 광장은 전철역 입구에서부터 막혀 있다.

 

시청을 빙 돌아서 도착한 곳에 전경들에 둘러 쌓여 촛불을 켜든 이들과 항의하는 약간의 인원만이 자리를 지켰다.

가슴속에서 울음이 터져나올 듯한 느낌을 받으며, 스스로 약해빠진 자신에게 한없는 소리를 외치게 만든다.

8시30분을 넘기자 전철역 입구와 집회대오에 대한 봉쇄를 풀기 시작하였고, 모두들 말없이 시청 광장으로 들어섰다.

 

눈앞에 보이는 것은 새롭게 깔은 파란잔듸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 옆의 안내판에는 망가진 잔듸를 교체하여 깔았으니, 당분간 출입을 금한다라고 쓰여져 있다.

무엇을 위해 무엇을 금지한다는 것인지, 또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 모르는 세상에 가슴이 쓰려온다.

 

멀건히 바라보고 있는 도중,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큰소리로 외치는 중년의 아저씨는 지나는 전경들에게

"너그는 참 나쁜넘들이여, 세상을 바보같이, 멍충이 처럼 아무 생각없이 사는 너그는 참 나쁜 넘들이야"라고 외친다.

근데 왜 나의 가슴이 이리 아플까,

부끄러운 맘에 얼굴을 들수가 없다.

그 아저씨를 쳐다볼 용기가 생기지 않는다.

 

참 오랫동안 우리들은 참 나쁜 것들이 아니였을까,

세상을 살아가는데, 편리한 것만,

운동을 한답시고 지 좋을데로만 사고하고 행동하는 우리는 정말 나쁜 것들이 아닐까,

다시 고함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나의 귀에는 잘 들리지 않는다.

어쩌면 스스로의 귀를 닫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과 새롭게 대화하는 법은 현 정부뿐 아니라, 우리 자신에게도 필요한 때인 것만 같다.

 

다시 종각으로 자리를 옮겨 촛불을 켜든 사람들이 모인다.

약 20여명의 사람들이 모여 촛불을 켜든다.

안쓰러움이 가슴을 저미게 만들고 있다.

 

난 참 나쁜 넘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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