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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4기 서울시, '민선3+1기'에 그칠 것인가

최준영 / 문화연대 문화개혁센터 chobari@gmail.com

 

*참여연대 '참여사회'에 기고한 글입니다.


한국의 선거판이 언제 정책선거였던 적이 있었겠냐마는, 이번 5.31 지방선거는 그야말로 ‘정책의 실종, 정치의 과잉’이었다고 할 수 있다. 노무현 정부의 무능에 대한 대중적 심판은 ‘확실했다’. 역대 최저 투표율이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보기 좋게 날려버리며 50%가 넘는 투표율을 기록한 이번 5.31 지방선거에서, 국민의 선택은 ‘커터칼 테러’의 바람을 타고 ‘부패정당’에 대한 극단적인 몰표로 결과했다. 이제 “2-가 후보 중 떨어진 사람이 없다”는 사실은 한국 지방선거의 역사로 기록될 전망이다.


충분히 예상되었던 대로, 서울시장 선거의 결과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선거 세몰이의 정점이자 지방선거 최대 관심사였던 서울시장 선거에 대비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모두 ‘외부인사’라는 카드를 뽑고 전력을 다했지만, 그 결과는 오세훈 후보의 압승으로 싱겁게 끝나고 말았다. 여기에 더해 한나라당이 25개 기초단체장을 싹쓸이하고 서울시의원 106석 중 102석을 장악하기까지 했으니... 한나라당 스스로에게도 머쓱할 수밖에 없는 선거결과에 대해 ‘일당독재’ 운운하는 세간의 평가도 무리가 아닐 듯싶다.


민선4기=‘민선3+1기’?


지방선거에서의 ‘정책의 실종’은, 서울에서는 전임 이명박 시장의 개발정책에 대한 최소한의 평가조차 이루어지지 못한 채, “우려가 현실이 되는” 결과를 낳았다. 오세훈 신임 서울시장은 선거 시기 ‘뉴타운 50개 건설’, ‘청계천 남북간 4대축 거점지역 특성화’, ‘도심재개발의 본격적 추진’과 같은 본격적인 개발공약을 아무런 거리낌없이 제시하였고, 결국 “3달 준비하고 1달 선거해서 당선됐다”는 급조된 시장에게서 이명박식 개발사업의 ‘재방송’을 감지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개발주의에 대한 우려는, 한양주택1)에 대한 오세훈 후보의 입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03년 은평뉴타운 개발계획에 포함되면서 전면철거될 위기에 처한 한양주택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선거 기시 각 당 후보들에게 한양주택 재개발계획을 철회할 것을 약속하라는 공개질의서를 발송하였다. 하지만 오세훈 후보는 “...뉴타운지구로 결정된 만큼 일관성을 유지하되, 뉴타운 사업시 생태마을로서의 기능을 보존하는 방식을 도입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며 사실상 한양주택 재개발사업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로 인해 100일이 넘게 계속되고 있는 시청 앞에서의 1인 시위, 서울시와 SH공사에 대한 끊임없는 항의, 국가인권위원회, 고충처리위원회 등에 대한 진정, 기자회견, 집회 등 갖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고서도 자신의 삶의 터전을 지키는데 힘겨워하던 주민들의 마지막 기대는 무참히 깨어지고 말았다.


오세훈 후보 개발공약의 문제점


이 밖에도 오세훈 후보의 많은 공약들이 ‘개발주의’라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뉴타운 50개 건설’ 공약이 대표적이다. 뉴타운 개발은, 강남북균형발전이라는 미명 하에 강북지역의 무분별한 개발과 부동산 투기만을 악화시키고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시민들의 삶과 권리, 그리고 잘 보존된 자연이 대대적으로 파괴될 위험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열악한 주거환경의 개선’이라는 이름 아래 전면 철거와 아파트 건설만을 강요하면서, 실제 지역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동체와 삶이 파괴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뉴타운 개발 이후 원주민의 재정착률이 채 10%에도 못 미친다는 사실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서울에 뉴타운이 50개 생긴다면, 서울 전역이 공사판이 되고 부동산 투기만 악화시켜 저소득층의 생존을 위협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국립극장~남대문 수변공원 및 복합문화공간조성’의 경우, 서울에 이미 존재하는 국립극장, 세종문화회관, 예술의전당, 정동극장 및 구 단위 문예회관 등 기존 공연시설의 활용도가 극히 낮은 상황에서 또 다른 공공공연장을 짓는다는 계획보다는, 기존 시설을 리모델링하고 콘텐츠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세운상가 재개발도 마찬가지이다. 세운상가 철거를 통해 지하 복합문화공간 및 지상 녹지공원으로 개발하고 남산-도심-종묘로 연결되는 녹지벨트를 조성하겠다고 하였으나, 지하기피현상으로 인하여 현재에도 을지로, 종로3가 등 기간 조성된 서울시내 지하시설에 대한 활용성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실정임을 감안한다면, 적절성이 낮다고 여겨진다. 그리고 청계천 주변부에 상품소비형 시장 및 경제활동 활성화를 위한 임대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도시개발 계획이라는 점에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귤맛이 난다”는 오세훈 서울시장. 하지만 후보시절의 공약과 최근의 행보 - 노들섬예술센터 건립 재추진 등 - 를 볼 때, “귤맛은 날지언정 탱자는 탱자일 뿐”이라는 판단이 아직은 옳은 듯하다. 민선4기 오세훈 신임 서울시장이 ‘리틀 이명박’이라는 꼬리표를 뗄 수 있을 지,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비판과 감시가 필요하다.

 

1) 1978년 조성된 한양주택은 도심자락의 끝이라 할 수 있는 통일로 입구에 있는 단독주택단지이다. 7.4남북공동성명 이후, 남한체제의 우월성을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한양주택은, 처음 조성되었을 당시만 하더라도 그야말로 ‘시멘트 덩어리’에 불과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곳으로 강제이주된 주민들은, 1996년 서울시가 <아름다운 마을> 제1호로 한양주택을 선정할 정도로 이곳을 변화시켰다. 길 양쪽으로 차를 주차하고도 아이들이 뛰어놀기에 충분할 정도의 널찍한 골목길, 집집마다 가꾼 자그마한 정원, 담장을 대신하고 있는 낮은 울타리, 마을 곳곳을 빼곡이 채운 꽃과 나무들을 보며, 이제는 많은 전문가들이 한양주택을 ‘생태주거단지’로 평가할 정도가 되었다(http://cafe.naver.com/foreverhy.cafe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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