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사노위 주간 초점1>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과 한반도·동북아 정세전망

지난 19일 정오, 조선중앙TV에서는 특별방송을 통해 17년간의 철권통치를 이어온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전 세계에 전해졌다. 따라서 전날 알려진 북-미간 전향적 합의와 6자회담재개에 대한 바람은 당분간 추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리고 이후의 상황을 가늠해 보기 위해서는 중요해진 것은 바로 김정은 정권의 연착륙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김정은의 연착륙 가능성은 있는가? 이에 변수는 무엇인가?

 

포스트 김정일 체제와 세 가지 시나리오: 권력안착 or 권력투쟁 or 민중봉기

 

- ‘아랍의 봄’이 북한에?

 

한반도 정세를 인식하는데 있어 가장 큰 변수는 내부의 권력이양 정도를 살펴보는 것이다. 김정은의 권력이양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는 크게 세 가지 변수이다.

 

첫째는 북한 주민의 반응, 즉 민중봉기 가능성이다. 그러나 ‘아랍의 봄’이 ‘북한의 봄’이 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조금 두고 봐야할 것이다. 아랍 민주혁명의 기반이 된 것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였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사회이다. 이는 오랜 시간 동안 서방세계와의 소통과 환경적 조건에 의해 형성된 것이지, 갑자기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북한은 SNS는커녕 이러한 시민사회조차 없다. 오랜 기간 김씨 왕조에 대한 신격화 교육은 이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또한 정치학적으로 체제나 정권이 전복 가능하기 위해서는 권력분열이 전제되어야 하고, 대안세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리고 이 대안세력을 중심으로 한 세력 조직화가 없다면 붕괴를 위한 조직적 행동이 있어야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그러한 대안세력이 없다는 데에 주목해야 한다. 따라서 적어도 현재로서는 민중봉기에 따른 체제 전복과 같은 상황이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낮다.

 

 

- 권력 엘리트집단의 분열 및 갈등 가능성

 

둘째는 권력이양이 완전히 이루어졌는가에 대한 부분이다. 먼저 지배 구조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첫째 통치체제가 최소지배연합을 통해 구축되어 있다는 점을 살펴 볼 수 있다. 북한의 권력구조를 살펴보면 소수의 권력엘리트들이 핵심권력을 분배하고 있기 때문에 공동운명체적 성격을 띠게 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비록 1, 2년 동안 급하게 구성된 체계라고 해서 이데올로기적으로 공동 운명체적 공감을 지닌 이들이 쉽게 자신들의 권력을 와해시키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둘째로는 권력체계이다. 김정일은 2009년 44년 만에 당 대표자회의를 통해 30년 만에 당 규약의 개정을 단행한다. 이를 통해 구조적으로 북한 군부가 가진 당 예속성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김정은이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만 갖고도 당권을 장악하여 군까지 통제할 수 있도록 조치한 것이다. 장의위원서열을 살펴보면 철저하게 당 서열 중심인 것을 알 수 있다. 김정일은 그 동안 유명무실했던 당 기능 강화를 통해 구조적으로 권력안배를 했고 이를 통해 권력이양작업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체제 안에서는 적어도 순조로이 안정된 권력이양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내부적 측면에서도 김정일의 노력은 여기저기에서 엿보인다. 그 가장 큰 특징이 나이와 경력에서 미숙한 김정은을 지탱하는 후견체제가 친인척들로 구성되었다는 점이다. 그 중에서도 김정일의 매제(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이 실질적으로 김정은의 후견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민간인임에도 불구하고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인 장성택은 당 행정부장으로서 공안기관인 국가안전보위부와 인민보안부를 지도할 권한이 있고, 국정운영 경험과 외교 경력이 풍부하다. 이 두 사람을 중심으로 군에서는 소위 신군부로 이영호 인민군 총참모장과 김정각 군 총정치국 제1부국장이, 당에서는 최룡해 당 비서 겸 중앙군사위원이, 내각에서는 강석주 부총리 등이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체제의 정상적 작동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군대는 이영호, 미국은 강석주, 대남은 김양건, 경제문제는 홍석형 등이 실제 최근 협상 및 정책 추진과정에서 이들의 주도적 움직임은 이미 확인했다. 이는 김정은 체제의 연착륙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물론 또한 김정은을 위협할만한 주변 인물들도 어느 정도 숙청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그 다음에 문제는 김정은의 개인 지도역량이다. 구조적, 내용적으로 친정체제가 구축되었다면, 그리고 그 체제가 제대로 기능한다면 결정적인 중대사나 혹은 자신의 후견세력들과 주변 인물들 간에 의견이 엇갈렸을 때, 김정은이 그들을 얼마나 중재하고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인가에 관한 부분이다. 만약 여기에서 어려움이 발생할 경우, 김정은을 두고 장성택을 중심으로 하는 집단지도체제가 형성 및 기능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상황은 아직까지 김정은의 체제 장악력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김정은 대장 명령 1호’에서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의 공식장례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뉴욕에서, 베이징에서 계속해서 북-중, 북-미 협의가 진행되는 것을 보아도 이미 김정은 체제가 안정된 상황에서 작동되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다.

 

대외적 변수: 미국, 중국의 북한체제 인정

 

우선 중국의 지금까지의 입장을 바라보면, 여전히 북-중 간 협력체제는 공고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은 북한이 어려울 때마다 북한의 후견국으로 제 역할을 해온 전통적 우호국이다. 이번에도 중국은 조전을 통해 현 체제를 지지하는 입장을 조전을 통해 밝혔다. 중국의 당, 정부, 군 지도부의 조전을 통해 “북한 인민들이 김정은 동지의 영도 하에 사회주의 강성대국 건설과 한반도의 장기적인 평화를 건설하기 위해 전진할 것으로 믿는다.”며, 김정은 후계체제를 공식인정했다. 이러한 북한체제에 대한 중국의 후견체제는 앞으로도 계속되고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입장에서 강성국가 건설과 김정은 체제의 안착을 위해서는 북한의 원조가 절박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중-미 간의 전략적 경쟁이 가속화됨에 따라 현재 중국에게 완충지대란 존재하지 않고 있다. 환태평양 동맹국들(미-일-호-한)을 중심으로 중국의 턱 밑까지 압박해 오는 미국 전략에 완충지대로써 북한의 위치는 중국에게 있어 지정학적으로 중요하다. 러시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극동개발 정책을 정책 우선과제로 놓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불안요인은 원하지 않는다.

 

문제는 미국이다. 대외적 관점에서 정통성이 지난 과거 보다 약한 김정은의 입장에서 보면, 일련의 사태에 대한 미국 입장이 북한 체제 내에서도 크게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긍정적이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직접적인 ‘조의’ 표현이나 김정은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는 사실상 현 김정은 후계체제를 인정했다. 북핵 협상을 원만히 이끌기 위한 선의의 표시로 보인다. 따라서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미국이 지금과 같은 그리고 과거 김일성 사망 당시 클린턴 행정부에서 먼저 손을 내민 사례처럼 이번에도 대응할 경우 북-미간 협의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15, 16일 양일간의 협의를 통한 합의가 완전한 북핵 폐기 혹은 전향적 합의라가 아니라 6자회담 재개를 위한 합의라는 점에서 새로운 권력인 김정은에게 부담될 것은 없다. 오히려 유훈통치의 관점에서 유효하다.

 

일본도 이번 상황에서 현재 상황을 깰 가능성이 적다. 기본적으로 고이즈미 시절 납치문제를 기제로 6자회담에서 주도권을 쥐려했으나 실패한 경험이 있었다. 일본 내부의 우파도 도발할 수 있는 역략이 없는 상황에서 판을 깨기보다는 이 상황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려 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미국이나 중국은 불확실성을 원치 않는다. 오히려 이 상황을 예측하고 통제하길 원할 것이다. 따라서 북-미, 북-중 상황이 달라질 것은 없다.

 

포스트 김정일 체제에서의 남북관계는?

 

위와 같은 상황에서 남북관계는 오히려 돌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줄었다. 나아가 한국의 입장에서는 예측이 잘 안 되는 김정일을 상대하는 것보다, 내치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김정은을 상대하는 게 훨씬 수월하다. 따라서 특히 단기적으로는 남북관계의 침체국면은 불가피할 것이다. 공식 장례기간을 비롯하여, 내부가 안정되는데 걸리는 최소한의 기간 1년에서, 만약에 김정은이 김일성 사망당시처럼 이번에도 3년상을 치를 경우 3년까지 남북관계의 침체기 는 비교적 오래갈 수도 있다. 이 부분은 공식적인 장례기간이 끝나고 김정일 사망 이전의 미국과의 합의는 빠른 시일 안에 합의하겠으나, 본격적인 비핵화 협상은 북한은 김정은 체제에 대한 상당한 자신감 축적 및 안정이 된 뒤에나 나설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 대상은 남한보다 미국일 가능성이 높다. 현재의 국면 극복과정을 살펴보면, 중국의 대응-미국의 대응-한국의 대응이라는 순서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바라보면 한반도 문제에서 미국과 중국의 대응방식에 따라 북한 상황이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

 

국제관계에 있어 가장 위험한 상황은 미래예측의 불가능성과 상황의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지금 위에서 서술한 내용을 살펴보면 미래예측은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남한당국의 주도적 상황통제의 불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다시 말해 현재로서는 철저하게 미국과 중국 주도의 한반도 정세를 전망할 수밖에 없다. 중요한 점은 국제관계에서 행위자는 국가이다. 그러한 점에서 2012년은 격동의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주요국들의 대선과 정권교체가 예고되고 있다. 이는 과정에서 남한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위기나 혹은 변화를 경험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남한이 북한을 동등한 입장에서 협상파트너로 인식하면, 남북대결 국면 해소의 가능성을 현재보다는 진전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