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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25호>2012년 투쟁과 정치의 디딤돌, 2011년을 돌아본다

세계 노동자민중 투쟁 세계혁명의 전주곡

 

<타임>지는 올해의 인물로 “시위자”를 선정했다. 75,000 개의 인터넷 언론을 포함한 언론매체도 올해의 단어로 “점령하라”를, 문구로는 “아랍의 봄”을 선정한 것에도 알 수 있듯이  2011년의 노동자민중 투쟁은 20세기가 전쟁과 혁명의 시대였듯이 21세기도 ‘대공황과 혁명의 시대’임을 환기시켜 주었다.  
제 2의 대공황으로 몰린 미국, 유럽, 중동, 아시아 등의 지배계급은 전 세계 노동자민중을 희생양 삼아 경제위기로부터 탈출하려 했다. 구제금융이라는 미명으로 구제불능의 자본에게는 천문학적인 돈을 제공하면서 노동자민중에게는 임금 삭감, 복지축소, 일자리 축소, 높은 등록금, 청년 실업, 고물가, 고이자를 감당하라고 했다. 이미 30년간의 신자유주의 축적 체계에 희생당한 노동자민중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고, 그들의 분노는 활화산처럼 폭발했다.

 

청년 노점상 부아지지의 분신으로 촉발한 튀니지 혁명이 순식간에 중동․북아프리카 전역으로 확산된 ‘아랍의 봄’이 ‘유럽의 여름’으로, ‘뉴욕의 가을’로 다시 이집트의 제 2혁명으로 시공간을 초월해 벌어진 이면에는 세계자본주의의 위기가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2011년 세계 노동자민중투쟁은 시간을 초월하고, 공간을 뛰어넘어 서로에게 자신감과 교훈을 주고 있다. 이집트 독재자 무바라크를 물리친 타흐리르 광장 점거운동이 월가 점령운동에 영감을 주고, 그리스 총파업과 민중봉기는 유럽을 넘어 전 세계 노동자민중에게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세계 곳곳에서 살인적인 등록금, 심각한 청년실업에 맞서 반정부투쟁에 나선 청년들의 과감한 가두투쟁은 노동자계급에게 자신감을 주고 있다. 1%에 맞선 99%의 광장점거운동이 오클랜드항 점거운동으로 발전하는 것도 하나의 전진이다. 이는 99%를 위한 행동은 나쁜 금융자본을 통제하는 것을 넘어서 자본주의 그 자체를 철폐하는 것으로 나서야 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광장에서, 지역에서, 공장에서 벌어지는 직접 민주주의다. 점거한 광장은 직접 민주주의의 산실되었다. 투쟁의 확산에 따라 주민위원회가 만들어진 곳도 생겨났다. 광장의 점령자들은 이전의 거대하고 비인간적인 자본주의 체제의 톱니바퀴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자신의 삶과 점령한 곳(광장, 지역, 공장)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월가점령운동의 요구처럼 모든 광장, 지역, 학교, 공장을 점령하고 민주적인 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해야 한다. 2011년은 그 싹을 보여주었다.  

 

2011년의 세계노동자민중 투쟁은 혁명을 ‘공상에서 현실 가능한 대안’으로 등장시켰다. 중동․북아프리카 등지에서 터져 나오는 ‘독재자 타도’, ‘군부퇴진’ 등 민주주의혁명이 노동자권력 쟁취로 발전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 유럽 문명의 발상지인 그리스는 유럽혁명의 진원지로 변하고 있다. 그리스, 스페인 등 총파업투쟁의 요구인 ‘노동자통제 하의 은행 몰수 국유화’ 등 이행요구,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99%를 위한 월가 점령운동이 다양한 반자본주의 투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에서 세계혁명의 전주곡을 듣는다. 아직 선거로 지배세력을 바꾸는 일에 익숙하지만 노동자민중의 총파업과 민중총궐기가 확산되고 있는 이상 ‘사회주의혁명’은 중요한 대안으로 떠오를 것이다. 혁명은 언제나 도둑처럼 불현듯 찾아온다. 세계는 지금, 불균등하지만 하나의 혁명으로 이어지고 있다. 각국에서 벌어지는 혁명이 세계혁명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만큼 사회주의정당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원현

 

노동자민중이 넘어서야 할 현실은 MB가 아니라 자본주의다!

 

이제 ‘반MB’는 아니다. 왜? 이미 ‘반MB’는 구축되었다. 2011년 두 차례 지자체 선거를 통해 그 위력과 지속가능성을 보여주었으며, 적어도 2012년 총선에서도 그렇게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반MB’는 아니다. 왜? 집권 4년차 들어 MB정권이 붕괴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여권 내에서 MB탈당론과 재창당론이 나오고, 친인척 비리가 봇물처럼 터지며, MB노믹스는 폐기처분되고 있다. (한미FTA 날치기 통과를 끝으로 MB는 자본의 집행책임자로서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그래서 지금, 문제는 ‘포스트 MB’인가? 만약 지금 한국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이 MB정권의 ‘꼼수’때문이라면 ‘반MB’ 정권교체가 맞다. “쫄지 말고” 맘껏 MB를 조롱하면서, ‘보편적 복지’의 깃발을 내걸고, 야권연대를 통한 정권교체를 목표로, 분노의 발걸음을 투표장으로 향하게 하는 것이 맞다. “정치를 바꾸고 세상을 변화시키자는 시민들의 열망”을 ‘참여 속의 투표’로, 그래서 ‘정권교체’로 현실화시켜 내는 것이 맞다.

 

만약 지금 한국사회의 노동자민중들이, 시민들이, 청년 학생들이 처한 삶과 노동의 현실이 ‘소통과 공감의 불능’ 때문에, 혹은 ‘나쁜 경영인’ 때문에 생긴 문제라면 소통과 공감을 잘하는 ‘착한 경영인’의 등장으로 자본주의를 상식적인 수준에서 정상화시켜 내는 것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가? ‘참여 속의 투표’, ‘착한 경영인에 대한 열망’, 그리고 ‘반MB 정권교체’로 우리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현실을 근본적으로, 아니 현실적으로 변화시켜 낼 수 있는가?
 

점점 심화되고 있는 자본주의 세계경제의 위기와 그 위기의 전가를 둘러싼 국가 간, 자본간, 계급 간 갈등의 격화 속에서, 보편적 복지가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경제성장의 침체와 불안정 속에서, 그리고 한미FTA 체결 이후 예상되는 국내외 초국적 자본의 전방위 공세 속에서,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는 이 냉엄한 현실 속에서, ‘참여 속의 투표’, ‘착한 경영인에 대한 열망’, 그리고 ‘반MB 정권교체’가 과연 현실적인 해결책인가? 무엇이 진정 우리가 직면할 ‘현실’이고, 우리가 넘어서야 할 ‘현실’인가?

 

만약 우리가 이미 다가왔고, 또 더욱 거세게 다가올 자본주의의 현실을 그 자체로, 있는 그대로 현실로서 받아들인다면, 2012년 정권교체는 본격적인 계급 간 투쟁의 ‘전초전’일 뿐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준비해야 할 싸움은 ‘포스트 MB’ 이후 더욱 격화될 자본주의의 위기를 둘러싼, 피할 수 없는 본격적인 한 판 승부이다.
 

그래서 지금 노동자계급은 ‘반MB’에 머물지 않고, ‘반자본’과 사회주의의 정치적 깃발을 올곧게 움켜쥐고 나가야 한다. ‘참여 속의 투표’라는 대리정치에 스스로를 가두지 않고, ‘직접 행동의 정치’, ‘투쟁의 정치’를 펼쳐나가야 한다. 노동자계급의 독자적 정치세력화의 전망을 ‘야권연대를 통한 정권교체’에 협소하게 가두지 말아야 한다. 의회 내 교두보 확보를 위해 신자유주의 세력과 타협하는 어리석음도 범하지 말아야 한다.

 

이제 노동자계급정치는 ‘분배의 정치’를 넘어 ‘생산수단의 사회화와 노동자민중의 통제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정치를 본격적으로 기획하고 실천해나가야 한다. “도덕성에 갇힌 공허한 구호”가 아니다. ‘반자본’의 정치와 사회주의적 전망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의 요구다.

 

박성인

 

멈추지 않는 노동자민중의 투쟁을 확인하다

 

한국의 2011년은 2008년 이후 오랜 만에 대중적 투쟁이 솟아오르는 시기였다. 이는 국제적 투쟁의 배경과 다를 바 없으며, 동시에 한국의 특수한 상황과 맞물려 있다.

 

대학생들의 반값 등록금 투쟁은 그 어느 때 보다 대중의 지지를 받았고, 등록금의 문제는 정치권을 뒤흔들었다. 고등 교육기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학재단의 극악한 축적의 역사와 맞물려 전반적인 경기침체로 인해 도저히 버티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반값 등록금 투쟁은 민중의 교육비용에 대한 부담의 문제를 다시금 상기 시켰고, 반값 등록금이 아니라 등록금 자체와 사학의 사회적 통제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이 문제는 2012년에도 사회적 이슈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이는 그동안 20대 청년학생에 대한 사회적 인식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지고 있다.
 

상반기 등록금 투쟁과 동시에 촉발된 투쟁은 ‘희망버스’투쟁이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에 맞선 김진숙 동지의 85호 크레인 농성은 처음 시작 시점에서 이렇게 큰 사회적 반향과 연대를 만들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희망버스’의 투쟁은 노동문제에 대한 사회적인 연대라는 점, 기존의 조직된 틀이 아닌 연대를 위해 새롭게 구성된 틀이라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 한국 사회에서 저항의 방식에 있어 창조적 발상을 하게 된 분명한 계기가 되었다. 물론 이러한 연대 운동과 동시에 조직된 노동자의 위력적인 파업투쟁이 병행되지 못함으로써 투쟁은 ‘정리해고 철폐’라는 사회적 담론을 실천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98년 정리해고 도입 이후 이때와 같이 ‘정리해고’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논쟁을 만든 시기는 없었음은 분명하다. 향후 깊어져가는 공황의 늪에서 정리해고의 불가피성에 논쟁은 계속 될 것이고, 2011년 투쟁은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다.

 

전국적으로 투쟁의 기운을 솟아오르게 하지는 못했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중요한 투쟁이 있다. 바로 유성기업의 주간연속2교대제, 야간노동철폐 투쟁이다. 이 투쟁은 사측의 과감한 도발로 시작된다. 민주노조를 파괴하려는 사측에 도발은 민주노조가 어려운 처지에 놓이기는 하였지만 사측의 시나리오대로 괴멸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야간노동철폐, 주간연속2교대의 필요성을 확대시켰다. 유성기업지회가 어려웠던 시기 전국의 뜻있는 동지들의 연대는 중요한 고비에 힘이 되었고, 잘 버텨낸 동지들 덕분에 오히려 야간노동 철폐와 주간연속2교대의 중요성을 세상에 알리는 계기로 만들어 내었다.

 

투쟁은 계속되었다. MB의 마지막 사명 한미FTA가 강행처리 되었다. 이러한 강행 처리는 반MB 정서 속에서 한미FTA 문제를 반정부 대중적 투쟁으로 번지게 만들었다. 2008년 촛불의 기억을 몸으로 익힌 대중은 곧바로 행동에 나서게 되었다. 지금도 이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2012년 투쟁은 2011년 투쟁의 연속선상에서 전개될 것이다. 등록금의 문제는 이제 학교의 담장 안팎에서 ‘춘투’가 될 것이며, 정리해고 문제는 쌍용차의 ‘희망텐트’, 한미FTA 폐기 투쟁은 거리에서 투쟁과 함께 의식적으로 총대선의 중요한 의제로 만들어야 한다. 야간노동철폐는 제조업 뿐 아니라 전체 산업으로 확장해나갈 중요한 과제다. 이밖에도 잠시 잠복해 있는 간접고용 철폐, 하청노동자의 원청 정규직화는 여전히 투쟁의 마그마이다.

 

2011년 아무리 어렵다 하여도 노동자 민중은 멈추지 않는 투쟁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있다. 2012년 역시 이러한 투쟁의 의제와 힘으로 노동자 민중의 세상을 열어나가자

 

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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