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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25호>관건은 형식이 아니라 태도다?

“관건은 형식이 아니라 태도다!”라는 정문교 동지의 글이 지난 사노위 기관지 24호에 실렸다. 그 기사에 대한 반론을 제기한다.

 

정문교 동지의 글처럼 그들은 무겁지 않다. ‘MB는 악랄한 음모, 이자만이 악의 근원이니, 반MB 세력이 정권교체를 위해 헤쳐 모이자!’는 이야기, 온갖 음모와 계략, 비사의 뒤엉킴에 대한 이야기는 재미있다. 적어도 그것은, 03년에 김주익이 목을 맸다는 사실보다, 노무현 정권의 FTA에 맞서 허세욱이 자결했다는 묵직한 진실보다는 훨씬 가벼우며, 그렇기에 낄낄거리면서 언급할 수 있다. 그들은 절대 ‘강권’하지도 않는다. 그저 추악한 정권의 몰락에 발을 맞추어 대중적으로 깔린 반MB정서에 기댈 뿐이다. ‘가카’에 반대하는 모든 것을 우리 편이라 칭할 뿐이고, 그 우리 편이 행한 모든 죄악은 어쩔 수 없었거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된다.

 

중요한 것은 정치, 그 자체다
 

그렇다면 생각해보자. ‘소통’에 그토록 무능한 이명박, ‘전과 14범 이명박’이 대통령이 당선된 이유는 무엇일까? 당시 BBK가 정말 이명박과 관련이 없다고 생각해서 그를 찍은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실업과 비정규직화, 부동산 폭등과 등록금 폭등 속에 ‘국민’은 도덕성 따위는 상관도 없이 이명박에 투표했다. ‘소통’과는 거리가 먼 이명박이 정권을 장악한 그의 정치, 즉 ‘성공한 자본가’라는 표상이었다. 모두의 목구멍이 포도청인 상황에서, 그가 저지른 위법들은 오히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마키아벨리적 권력자의 면모로 부각되었을 뿐이다.

‘토크콘서트로 나눈 대중과의 스킨십’이 안철수를 단숨에 대권후보로 거명되게 했다고? 아니다. 그는 대중과 정치적으로 소통한 적이 없다. 카이스트의 학생 연쇄자살 문제에 조차 입장표명을 하지 않았던 안철수, 서울대 법인화문제에 대한 입장조차 표명하지 않은 안철수(그는 서울대 법인화 추진위원이다)가 대중과 정치적으로 소통한다고 생각하는가?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그는 ‘당적을 가지지 않은 박근혜’일 뿐이다. 이른바 안철수 현상은 대안적 노동자 정치의 부재 속에, ‘성공한 나쁜 자본가의 정권’에 대한 실망을 고스란히 ‘성공한 착한 자본가의 정권’라는 환상으로 대치하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현대그룹’이라는 ‘굴뚝산업’ 대신, 착취가 눈에 보이지 않는 ‘첨단산업’에서 성공했으니, 이거야 말로 금상첨화다.

 

“나꼼수의 호흡법” 탈권위주의를 가장한 진정한 권위주의
 

“대중의 눈높이에서 스킨십을 나누다”라는 지난 기사의 소제목을 보고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진정한 권위주의다. 얼핏 친근해 보이는 이 말은 그 자체로 대중에 대한 사회주의자의 우위를 전제한다. 대중의 눈높이에서 딱딱하지 않게, 가볍게 소통해야 한다는 주장은 곧 대중을 칭얼대는 어린아이로 놓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런 전제 속에서 대중은 가르쳐야 하는 그 무엇, 즉 오직 계몽의 대상으로 놓일 뿐이다. 정치를 교육으로 대체한 결과는 진정한 권위주의로의 귀결이다. 이제 다음의 문장이 이어진다. “대중과 눈높이를 맞추며 호흡하는 자만이 대중을 거머쥘 수 있다.” 대중은 우리와 그들의 “호흡”을 통해 “거머쥐어야 할” 그 무엇이 아니다. “이 모든 게 가카 때문”이라는 “나꼼수와 토크콘서트 열풍이 증명”하고 있는 것은 사회주의 정치세력의 부재이며, 나꼼수식 탈권위주의의 결과는 진정한 권위주의일 뿐이다.
 

이른바 “나꼼수의 호흡법”과 “그들의 자세”를 배우는 것이 사회주의 노동자당을 건설하는데 일조할 것인가? 체제 위기의 심화와 그에 근거한 전술을 가다듬을 능력의 부족으로 고통받는 사회주의자들에게, 정문교 동지는 그들의 가시적 세몰이가 그들의 소통방식에 기인한다고 분석하며 우리에게 그들의 자세를 배울 것을 권유한다. 이것은 ‘대중과 눈높이를 맞추는’ 김어준 같은 이가 없어서 사회주의 정치가 고통 받고 있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이런 발상은 정치의 상품화와 희화화를 낳을 뿐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강령적 정치와 계급투쟁이며, 강령을 계급투쟁의 한 복판에서 정치 전술화할 수 있는 정치적 능력, 그 자체다.

 

백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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