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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 30호>핵억지력은 사기다. 핵폐기가 답이다!

지난달(3/26-27)한국에서 핵안보정상회의가 개최되어 ‘서울 코뮤니케’(Seoul ommuniqué)를 발표했다. 시민의 기본권리를 제한하면서 요란하게 진행된 핵안보정상회의의 실체는 무엇인가?
제국주의적 야망은 ‘핵 억지력’이라는 이름으로, 자본주의적 논리는 ‘값싼 자원’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우리의 ‘안전한 삶’을 보장하는(?) ‘핵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냉전이후, 외부로부터의 안보적 위협이 줄어든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군사적 핵물질 이용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SIPRI(스톡홀름 국제평화 연구소) 2011년 연감에 따르면 2010년 전 세계 핵탄두 보유량은 2만500기로 나타났다. 미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전 세계 핵무기 보유국이 일선에 배치한 핵탄두는 모두 5027발로 집계됐으며, 이 중에서 2000여 발은 지금 당장 발사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중국의 240발과 북한이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핵탄두 약 10여발까지 합치면 동북아에만 집중된 핵탄두는 약 2만발 정도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공식적인 집계일 뿐이다. 반핵운동 NGO인 ‘글로벌 제로’는 세계 각국의 핵무기 개발 현황과 예산 등을 분석한 자료를 공개했다. 전 세계 핵보유국별 2010년 핵무기 지출 현황을 보면, 미국이 613억 달러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러시아(148억달러), 중국(76억달러), 프랑스(60억 달러), 영국(55억 달러), 인도(49억달러), 이스라엘(19억달러), 파키스탄(22억달러), 북한(7억 달러)순으로 나타났다.

‘핵안보’=‘탈핵’: 핵안보 논리의 한계
몇 차례의 핵무기 감축 협상을 통해 핵무기가 줄어들었을지는 모르겠지만, 기술발전과 인간생활의 핵 에너지 의존도가 늘어난 가운데, 지구적 차원에서 핵무기와 핵물질의 안전을 확보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핵안보를 위해서는 막대한 재정 소요와 초국가적 사고가 무엇보다도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핵안보의 최선책은 핵의 존재를 최대한 줄이고 궁극적으로는 없애야 하는 것이다. 핵무기를 보유하고, 핵발전소를 늘리는 오히려 ‘핵 안보’를 더욱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NPT 등 핵보유국들이 주장하는 핵의 평화적 이용이야 말로 ‘핵안보’의 최대의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핵억지력의 논리는 유엔 총회 결의안에 대한 주요 국가들의 표결에서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핵무기사용금지협약’, ‘포괄적 핵실험금조약’, ‘비핵지대조약’, ‘핵군축 의무 조약’ 등 핵무기관련 결의안 중 표결에 붙여진 13건에 대한 주요 국가들의 표결 결과는 그들의 입장을 명확히 보여준다. 오바마 취임 이후, 약간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지만 미국의 반대율이 가장 높다. 역설적이게도 핵확산의 주범으로 낙인찍힌 이란과 북한의 찬성률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즉, 그들이 주장하는 ‘핵억지력’은 제국주의적 사고에 비롯된 패권유지 수단인 것이 명백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진정한 핵위협에서 해방되고, 핵안보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핵안보’에 대한 명확한 재정의가 필요하다. 다시말해 ‘핵억지력’의 개념에서 ‘탈핵’으로 나아가는 것이 답이 될 수밖에 없다.

핵안보의 ‘방향전환’
핵위협의 가장 큰 문제는 불평등한 NPT체제에 있다. NPT는 ‘핵의 평화적 이용권리’와 자국의 주권행사 및 이익추구에 반할 경우 조약을 탈퇴할 권리가 있는데, 이는 자연스럽게 현재 핵보유국들 핵개발 및 핵개발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꼴이 되고 있다. 나아가 선별적으로 일부 국가들에게만 문제 삼고 있는 모습들은 몇몇 제국주의 국가들의 핵무기 독점 가속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제국주의적 관점이 계속되는 한 실질적인 핵안보의 확보는 불가능하다.
지난해 워싱턴 회의 때와 마찬가지로 올해 서울핵안보정상회의도 큰 변화는 없었다. 워싱턴정상회의는 11개분야 50개 이행조치를 담은 워크플랜을 제시했는데, 이는 핵의 평화적 이용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강력한 핵안보 조치 이행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고농축우라늄을 ‘최대한’ 줄이며, 핵물질 저장 장소를 ‘최소한’으로 줄이며...” 강제성 없는 허공의 메아리에 불과하다. 서울 코뮤니케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고농축우라늄(HEU)·플루토늄의 최소화 노력 ▲핵물질과 방사성 물질의 안전한 관리 ▲원자력시설의 보호 ▲핵물질, 방사성물질의 불법거래 방지 ▲ 핵안보와 원자력안전간 상호관계 ▲핵감식, 핵 민감정보 보호, 핵안보문화 증진 ▲핵안보 관련 협약의 보편적 적용 확대 ▲IAEA 등 핵안보 관련 국제기구 및 다자협의체 활동 강화 등 핵과 방사능 테러 방지를 위한 포괄적인 추상적이며, 몇몇 핵 주변국(우크라이나, 멕시코, 카자흐스탄, 체코, 베트남 등의 고농축 우라늄 이용제한 조치)들을 강제하는 실천조치들이 대부분이다.
핵보유국들의 핵개발 열풍으로 세계적인 핵위협이 증대되는 가운데, 이러한 위협을 중단하기 위해서는 세계 핵무기의 95%를 보유한 미국과 러시아의 핵 군축이 관건이다. 나아가 핵안보에 대한 개념을 재정의 해야 한다. 핵안보의 대상 즉 무엇을 위협으로 보고, 그 위협은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핵심이 되어야 한다. 나아가 핵의 평화적 이용권리라는 전제에 대한 폐기가 우선되어야 한다. 핵위협의 핵심은 핵테러가 아니라, 평화적 이용이라는 이데올로기, 핵억지력이라는 일방주의적 사고에서 값싼 에너지, 핵발전소 유지라는 자본주의적 논리와 핵무기 사용의 위협, 자연재해를 위협대상으로 인식하고 핵폐기가 전제가 된 생태주의적 접근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이는 결국 핵보유국들의 핵독점 강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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