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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관

 

 

 

 

나는 늘 가장 좋은 경우만을 상정하며 일을 시작한다.

그러니까 '의지에 의한 낙관' 이 아니라

그냥 본능적으로 늘 상황에 대해 낙관적으로 생각하면서

밝은 미래만을 바라보면서

가장 좋은 상태만을 가정하면서

기획을 하고 일을 벌인다.

 

그러다가 큰 코 다치는 거지.

이쯤 되면 경험에서 배웠을만도 한데

또 이러고 있네. 하하.

 

1. 

작년에 희망일터에서 정신장애인들과 즉흥연기 워크숍을 잘 했고

그래서 올해에는 내 생애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재현해보는

'인생영화: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영화교실을 기획했다.

 

일주일 전에 첫 만남이 있었는데

표정들이 너무 안좋았다.

은희님은 수업 중간에

울면서 나가기까지 했다.

 

나중에 정신보건사회복지사 선생님은

환절기에 상태가 안좋아지고

특히 날씨가 흐리거나 바람이 불면 더 그렇다,

라고 말씀해주심.

 

원래 계획했던 것을 진행하지 못한 채

유야무야 끝내고 돌아왔다.

이번 주에는 전 시간에 못했던 '인생그래프 그리기'를 진행했다.

은희님은 이번에도 샘플로 가져갔던 영화가 마음에 안 들었는데

욕을 했다.

눈빛이 공격적이었다.

 

다행히 다른 분들은 부탁을 잘 따라주었다.

그래서 14사람의 인생사에 대해서 짤막하게 들어볼 수 있었다.

2년만에 처음으로 들어본 인생이야기들.

왕따 때문에, 지독한 사랑 때문에, 공금분실때문에...

그리고 뚜렷한 계기 없이

인생의 어느 시기에 조현병이 발병했고

그리고 그렇게 평생동안 살아온 거다.

 

수업이 끝나고 보람과 까이마트에 갔다.

그냥 교육을 맡아준 것에 대한 감사와

나만 알고 있는 그 공간을 누군가에게 소개하고 싶어서.

신기하게도 늘 혼자만의 공간이었던 그 곳을 

누군가와 함께 가니

이미 한 팀이 와있었고

우리가 들어온 후에 또 한 팀이 더 들어왔다.

늘 나만 있어서 이러다 이 음식점 문 닫는 거 아닌가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보람이 어떻게 여기를 알게 되었냐고 물어서

인터넷에 김포, 태국식당, 이런 단어로 검색해보고 찾았다고 하니

신기해했다. 

굳이 태국음식점을 찾았다고 하니

내가 무슨 태국 마니아이거나 태국음식 애호가라고 생각할 것같아서

솔직히 말을 했다.

여기 올 때마다 태국 음식을 

한 개씩 먹어봐. 다 처음 먹어보는 거야.

 

 

태국엘 두 번을 갖다왔지만

첫번째 여행에서는 같이 갔던 막내가

태국 고유의 향을 거부해서

일본우동과 피자만 먹고 왔다.

 

하은과 같이 갔던 두 번째 여행에서는

몸이 안좋아서

하은이 마음껏 먹는 동안

흰밥만 조심스레 먹다왔다.

하은이 맛있다고 해서 한 입 먹곤 하는 날이면

몸에 두드러기가 나서 잠을 못 잤으니까.

 

나는 

이제 건강해져서

가끔씩 우울하거나, 지치거나, 

혹은 나를 격려하고 싶을 때

이 곳에 와서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낯선 음식들을

하나씩 먹어보는 것이다.

 

하은이 좋아했던 태국식 김치 쏨땀은 

태국에선 길에서 그냥 1~2천원에 먹을 수 있는데

이 곳에선 8천원이라

누군가와 같이 왔을 때 먹으려고 했었고

늘 하은에게 같이 가자는 말만 해왔었는데

그 누군가가 보람이었다.

 

보람은 다행히

모두 다 처음 먹어보는 거지만

괜찮다고 말해주었고

사진을 보고 주재료가 새우라고 생각해서 주문한 음식이었는데

게요리가 나와서 깜짝 놀라다 웃다가 

그럭저럭 괜찮은 식사와 대화.

 

2. 

까이마트에 찾아가면서

그 동네가 마음에 들어서

이 곳에서 뭔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작업은, 

아직 마무리짓지 못한 영화가 있어서 힘들었고

사무실 동료들이 추천해준 프로그램이 있어서

기획안을 썼다.

 

교육청의 지원을 받게 되어서 

학생 모집 중인데

쉽지 않다.

그리고 교육을 진행하는 곳은 그 마을이 아니다.

학생모집을 위해

교사들을 만나서 프로그램 설명을 하며 김포를 돌아다니고 있다.

김포는 지명이 참 특이하다.

십정동이 열우물인 것처럼

이 곳도 원래 이름이 있지 않을까?

통진, 마송, 하성, 대곶, 월곶......

하성이라는 곳은 늘 이름이 예뻐서 어떤 곳일까 궁금했는데

작은 시골마을같은 느낌.

 

그리고 대곶중학교에 갔다가

내가 관심을 두었던 곳이

대곶,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 까이마트가 있고

그 식당을 찾아가면서 발견한

내 마음에 들어왔던 풍경을 가졌던 그 마을의 이름은

대곶이었던 거다.

나는 그 마을의 아이들을 만나고 싶었으나

아직까지 대곶에 사는 아이들의 신청서는 들어오지 않음.

 

선생님들을 만나고

부모들을 만나면서

나는 생각한다.

 

나는 꿈을 꾸었다.

나의 꿈은 현실에 발 디고 서서 만든 것이 아니기에

나는 내가 가졌던 꿈과는 멀어져가면서

새로이 맞닥뜨리는 현실을 반영해가며

교사를, 교육내용을, 교육장소를,

수정해가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거라고.

 

본능적인 낙관이

조금씩 스러지고 있고

그래서 나는 지금 

의지로 낙관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내가 마음을 뺏긴 곳은 대곶이었으나

파트너인 임감독님은 통진이 마음에 들어왔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 ^^

 

그 동안의 풍경들.

 

나는 이런 풍경들 안에서

1년을 보내게 되었다.

통진사진들은 임기웅감독님의 것이다.

모두에게 해피엔딩!

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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