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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일이, 안좋은 일이 너무 많아서 

원래는 1월 1일에 퇴원할 계획이었다.

그냥 병원에 조용히 숨어있으면 

재앙이 나를 피해갈 것같아서.

 

하지만 애들이 너무 나를 보고 싶어했고

나도 애들이 보고 싶었으며

병원에서 감기에 걸려 기침이 너무 심한데

주치의는 "빨리 좋아지는 약이 있지만 그건 명치에 뭔가가 얹히는 느낌"이라면서

별 효과가 없는(주치의 말씀으로는 서서히 좋아지는) 약을 줘서

기침이 너무 심해져버린거다.

그래서 금요일에 퇴원을 했는데

토요일 아침에 노트북을 켰더니

띡 하는 소리가 나더니 하드가 나가버렸다.

하드는 완전히 나가버린 거다.

최근 몇 년간의 글들, 교육자료들, 메모들이 몽땅 다 들어있는 하드가

그냥 띡 하고 돌아가심.

 

19살때 알게된 나의 고난 대처법: 잠자기.

나는 그래서 계속 잤다.

마침 방송도 연말이라 쉬었고

할 일이 전혀 없으므로

아침에 일어나면 밥을 먹고 30분 걷고 약을 먹고 아이들을 공부방과 학원에 데려다주고 잤다.

12시가 되면 둘째가 데리러오라는 전화를 했고 그 전화를 받으면

둘째를 태워서 집으로 데리고 와서 점심을 같이 먹고  30분 걷고 약을 먹고 잤다.

자고 있으면 5시쯤에 막내가 또 데리러오라고 전화를 해서

막내를 데려오고 같이 저녁을 차려서 먹고 30분을 걷고 약을 먹고 밥을 하고 잤다.

이렇게 계속 시간을 보냄.

퇴원 후에 통원치료를 해야 하는데

그럴 힘이 나지 않아서 그냥 게속 잤다

 

그러다가 목요일엔가 보험사에서 전화를 해서 합의를 보자고 했고

그래서 어쩔 수없이 병원에 갔다 왔고

한의원 선생님 얘기를 듣고 힘을 내려 노력하는 중.

 

내일 방송 준비를 하고

방송원고들을 저장소에 올리려다보니

아, 원고가 다 날아갔지, 하고

미뤄둔, 대면하고 싶지 않았던 

내 처지가 각인이 된다.

 

노트북을 맡겨야겠지.

또 돈이 많이 들겠지.

돈이 많이 들더라도 살릴 수만 있다면 좋겠지.

그렇게 내가 대면해야할 현실이

내 앞에 펼쳐짐.

 

그냥 공기처럼 사라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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