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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주술이나, 신비주의나, 운명론에 빠지면 안됨.

 

최근 20여일 동안

30만원 현금이 든 돈봉투를 잃어버리고

50만원 들여 자동차를 고치고

또다시 앞유리가 금이 가서 30만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하고

주차위반, 속도위반, 신호위반 벌금 고지서가 빽빽하게 날아오면서

백만원이 훨씬 넘는 지출을 하다보니

자꾸자꾸 나도 모르게 올라오는 이런 소리

"요즘 왜 이러지? 마가 끼었나"라는 말.

그 소리들을 꿀꺽꿀꺽 삼키며

그냥 일어나는 일일 뿐이고

그저 우연이 몰린 것 뿐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지내왔다.

 

일주일간의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니

냥이들도, 개들도 나를 너무 반겨주었다.

심지어 거위까지 나를 따라다녔다.

그래서 기분이 좋았는데

진이가 자꾸 나를 보며 야옹야옹해서

오랜만에 얼굴보는 반가움을 표현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자꾸 안기고 싶어해서 안아올리는 순간......

핏덩어리를 쏟아내는 진이.

 

어린 진이가 언제 임신을 했는지도 모른 채로

나는 눈 앞에서 진이의 덜 여문 새끼들이 쏟아지는 것을 보았다.

<파스카>의 태아를 보는 것 보다 더 충격적인 경험.

형체는 고양이의 것이었지만 덜 자란 아이들이 핏덩이로 쏟아져내린 그 풍경 앞에서

나는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진이는 내 도움이 필요했던 거다.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얼이 빠진 채

진이를 쓰다듬어주고 위로해주고 격려해주고

진이는 피투성이가 된 몸을 다 핥아서 깨끗하게 정돈하고

아이들을 먹기 시작했다.

나는 묻어야하는지, <파스카>의 그 태아처럼 패드에 싸야하는지 망설이고 있었는데...

진은 먹었다. 

진의 아이이므로 진의 처분에 맡기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에 가서 상담을 하니

진이 건강하면 며칠 안정을 취한 후에

중성화수술을 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집에 돌아와보니 진이는 깨끗해진 몸으로, 순진한 눈으로 반갑게 나를 맞았다.

 

진을 따뜻하게 해주고

저녁 밥상에서 하은에게 네 몸을 잘 지키라고 말해주었다.

가엾은 진.

슬픈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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