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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중인가..

이 문제의 와중에 친하지 않은 독립영화감독이 내게 전화를 해왔다.

마침 배터리가 없어서 못 받았는데

페이스북 메시지로 주고받은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추적 60분>사태는 어떻게 되고 있는지.

내가  <추적 60분> 부장을 잘 아는데 무조건 잘못했다고 해서

일단 "우리쪽 입장"을 파악하고 싶어서 연락했다.

 

그래서 대략적인 상황을 말씀드렸다.

그냥 영상 사용료 받고 끝낼 일이 아니다.

무단도용에 대한 소송으로 갈 수도 있고

독립영화인 전체를 포괄하는 대책모임을 꾸릴 수도 있다.

지금 세월호 3주기 때문에 너무 바빠서 회의를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웃기는 게 이렇게 얘기하고 1시간이 안지나서

<추적60분> 메인화면에 사과문이 올랐고

담당피디가 문자를 보내왔다.

"사과문 올렸으니 회의하시기 전에 참고하세요"

 

그러니까 그 감독은 염탐꾼이었던 거지.

어떻게든 사태를 무마하려고

모든 인맥을 총동원해서 접근해올 것같다.

피곤한 인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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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60분>에서 세월호 미디어팀 영상을
허락도 없이 갖다썼다.
작가가 문자로 "쓸께요. 자료출처 밝혀드릴께요"
해서 KBS 걔네들은 지네들 영상자료 쓸 때
10초당 30만원 이상 책정하면서
(30초에 30만원인데 30초 이상은 10초에 10만원이라 함)
우리도 같은 조건으로 책정하자,
이런 얘기들을 했었다.
근데 맘대로 갖다쓰고
자료출처도 안밝혔다!!!!!

이런 일을 당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몇 년 전에 KBS 외주제작업체에서
푸른영상에 연락을 해와서
대추리 영상을 쓰고 싶다고 해서
푸른영상은 일대일원칙이기 때문에
KBS가 자료제공할 때의 원칙대로 자료를 제공한다,
고 말했더니
너무 비싸다고 했다.
그래서 "참세상에도 대추리 영상 있을 거예요"
라고 했더니
"거기 전화해봤는데
10초에 10만원이라고 해서
너무 비싸서 푸른영상에 전화한 거다"
라고 했다.
그리고 "좋은 일에 쓰는데 왜 돈을 밝히냐"라고 했다.

그럼 너네는 왜 그렇게 돈을 받냐!
진짜 웃기는 게
KBS든 외주업체든
자기들은 제작비 따박따박 받으면서
프로그램 만든다는 거.

독립영화인들은 열정과 의미를 동력으로
작품을 만든다는 거.

그런데 의미가 있든 없든
지네들은 돈받으며 작업하면서
지네 영상은 또 꼭 돈을 줘야 쓸 수 있게 한다.
안그러면 법적 조치가 들어온다.

그러면서 우리가 찍은 건
늘 이렇게 날로 먹는다.
돈은 커녕 자료출처도 안밝힌다.

밀양 행정대집행 사나흘 전날
나는 밀양의 천막에 있었다.
그때 문재인이 왔다.
나는 그걸 찍었다.
KBS에서 그걸 달라고 했다.
걔네들은 아주아주 느린 USB하나 던져주고.
카메라에서 맥북으로까지는 백업을 했는데
맥북에서 USB로 아주 오래오래 시간이 걸렸다.
에어컨 빵빵 틀어놓고 차 안에서 기다리던 그들한테
"가져오신 USB가 속도가 너무 느려 시간이 많이 걸린다"
고 했더니
"그럼 밥을 먹고 오겠다"고 했다.
걔네들은 밥을 먹고 왔고 
 카피가 끝난 USB를 주면서
영상자료 사용료 주시면 밀양싸움에 보태겠다
했더니
그 기자는 딱 이렇게 말했다.
"아니 다뤄주는 게 어딘데 뭔 사용료를 달라고 해요?"
그리고 그들은 그냥 떠났다.

즈그들은 시원한 차 안에서 자고 있을 때
그리고 맛있는 밥 먹을 때
나는 밥도 못 먹고(!! 중요!)
열심히 백업했는데
자료사용료 얘기했다고 그냥 가버렸다.
내가 하도 분해서 그 때 그 기자 이름을
어디다 써놨는데 어디 있는지 모르겠네.

방송국에서 연락이 오는 경우는
걔네들이 거기에 없었기 때문이다.
관심도 없고 성의도 없는 인간들이
프로그램 만들려다보니까
영상이 필요하다,
그러면 예를 갖춰야한다.
그런데 안그런다.
그리고 말한다.
"좋은 일에 쓰는데 왜 돈을 밝히냐"

그럼 너네님들은 왜 돈을 밝히냐.
영상자료에 대한 사용료
정확히 다 책정되어있으면서
왜 그 돈을 너네가 먹냐.
우리도 뉴스타파, 고발뉴스 등등
돈 달라고 안하는 데에는
돈 안받고 자료 제공한다.
니네가 찍은 자료에는 돈값이 있고
우리가 찍은 자료에는 돈값이 없냐?

아니 그보다
너네는 왜 세월호가 목포신항에 들어올 때
거기 없었냐.
세월호 부모들을 그리 가슴 아프게 해놓고
그토록 심한 거짓말들을 그렇게 많이 싸질러놓고
아직까지 사과 한마디 안한 채
이제 와서 급하게 관심있는 척
그런 프로그램 만들어놓고
왜 이토록 무례한 거냐.
이 무례를 잊지 않겠다.
이 무례에 댓가를 치르도록 할 것이다.

사진처럼 메시지 보내놓고
회신 메시지 보내자마자 읽더니
(페북 메시지는 읽음 확인 시간이 나온다)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리고 미디어위 감독들은 방송을 통해서
자신들이 찍은 화면을 확인했다.
출처도 밝히지 않았다.
세월호가 들어오는 장면을 통으로 다 써버렸다.
미디어팀 감독들은 전날 새벽에 내려가서
밤을 새며, 차 안에서 쪽잠자며 대기했다.

추가하는 사진은 소통을 담당했던
미디어위 감독님이 보내주신 거.
분명 읽었는데
아무런 회신없이
통으로 갖다 썼다.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했겠죠.
 

길바닥 (박훈규) 님, 방법을 좀 알려주세요~!
저번에 독일 갖다오신 후에
방송국들이 비슷한 짓 안했나요?
너무 화나요..

#추적60분

<추가 글 : 밀양과 세월호>(4.15일)
2014년 6월 8일, 행정대집행 사흘 전날 저는 밀양 127 움막에 있었습니다.
그 전날 토요일엔 문재인이 덕촌할매의 손을 잡고 "기력을 잃지 마시라" 당부하고 갔습니다. 행정대집행이 곧 있을 거라고 모두가 긴장해있는 그곳에 kbs 취재팀이 찾아왔습니다. 대책위는 어떻게든 국민들에게 밀양의 상황을 알리고 싶었고 문재인의 방문,이라는 그림이라면 한 줄이라도 다뤄주지 않을까 기대했던 것같습니다.어쨌든 기사는 나가지 않았습니다.

문재인이 왔다갔는데 행정대집행은 연기되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핵마피아의 힘은 강력해서 대한민국의 제1야당의 대표가 밀양을 방문했든 말든 상관없이 사상 초유의 토벌작전을 벌였습니다. 그동안 관심없던 방송국 카메라들은 밀양으로 몰려와서 그 폭력의 스펙터클을 마음껏 담아서 마음껏 내보냈습니다. 그런 그림들이 마음에 들었겠죠. 이제사 하는 말이지만 그날 상황은 제게 너무 큰 후회로 남았습니다. 그 기자의 마음에 들도록 행동했어야 했을까. 어떻게든 한 줄이라도 다뤄줄 수 있도록 고분고분, 산 위에서의 작업이고 내 컴퓨터가 늦은 것에 대해서 사과하며 굽신굽신했어야 했을까. 그 일만 떠오르면 마음 속에 온갖 감정이 끓어올랐습니다.

2017년 3월 23일, 참사 1073일만에 세월호가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3월 31일, 유가족들은 목포신항에 들어오는 세월호를 맞았습니다. 416연대 미디어위원회 감독들은 전날 새벽3시에 출발해서 쪽잠을 자며 기다렸고 그 장면을 담았습니다. 그리고 또 밤샘편집을 해서 바로 다음날 집회에서 틀 수 있도록 416연대에 보내드렸고 더널리 공유하고 싶어서 416연대 페이스북 페이지에도 올렸습니다.

4월 8일 오후 3시에 추적60분 작가가 그 영상을 쓰게 해달라고 페북문자를 보냈습니다. 그날 목포에서 함께 밤을 새고 쪽잠을 자던 오지수 감독님이 4월 9일에 회신을 드렸습니다. 보내자마자 '읽음' 이라고 상태가 확인되었는데 별 답이 없길래 안쓰시려나보다 생각했습니다.

2014년 6월 8일 밀양에서 KBS기자가 그랬던 것처럼 '써도그만 안써도 그만'이라고 생각하나보다 싶었죠. KBS 사람들은 늘 그렇거든요. 여러분들이 공유해주신 첫 글의 덧글들에 동료감독들이 여러 제보가 있습니다.
1. 자신들이 없었던 곳에 오랫동안 기록하던 독립영화감독이 있다.
2. 끊임없이 아이템을 찾아야하기 때문에 좀뜬다, 혹은 필요하다 싶으면 편성을 한다.
3. 자기들이 없었던 시간의 기록물이 필요해서 독립영화감독들에게 연락을 한다.

자 여기서부터의 문제입니다.
감독들은 무조건 순순히 촬영본을 줘야합니다. 왜냐하면 자기들은 강력하니까 다뤄주는 걸 고마워해야 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입니다. 만에 하나라도 감독들이 "저희는 일대일 원칙입니다."라고 말하면 여지없이 이런 말이 돌아옵니다. "그런 말은 처음 들어본다" 그래도 감독이 계속 우기면 2014년 밀양에서의 그 기자처럼 "그럼 안 다룬다" 하고 떠납니다.

2017년 4월 12일 밤에 <추적60분>은 방영되었습니다. 제2기 미디어위원회 위원장이자 목포신항에 머물고 있는 박종필감독님이 그걸 보시고 미디위 방에 그 사실을 알렸습니다. 저는 4월 13일 새벽에 그 글을 보고 너무 기가 막혀서 페북에 글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아침 일찍 집을 나섰습니다. 오후에 <추적60분> 피디로부터 연락이 왔다고 하더라구요. 박종필감독으로부터 그 말을 듣기 전까지 저는 정말 무서웠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상식적으로 너무 황당한 상황이었기에 '어쩌면 우리 말고 그 자리에 다른 촬영자가 있어서 그 사람의 영상을 쓴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페북에 올린 게시물에 작가의 이름이며 전화번호는 다 가렸지만 <추적60분>이라는 프로그램 이름은 남아있었기 때문에 나중에 KBS로부터 고소당하는 거 아닐까. 무서웠습니다. 목포에 있는 박종필감독님한테 "그거 우리 영상 확실하냐?"고 묻고 싶었지만 촬영으로 바쁜 분한테 제 걱정을 말하는 게 부끄러웠습니다.

두번째로 든 생각은 "혹시 우리의 반응이 그러니까 416연대에 직접 연락해서 허락을 받은 건 아닐까" 였습니다. 우리가 416연대 소속이니까 그것도 가능한 일입니다. 나중에 박종필감독은 "416연대가 어떤 곳인데 그러겠냐"라며 제 걱정을 듣고 웃었지만 페북에 글을 올린 사람이 저이기때문에 고소당할까봐 무서웠습니다. 416연대에 감사하며 저런 추측까지 해서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런 상상을 하게 된 건 독립영화감독들은 이런 일을 무수히 많이 겪기 때문입니다. (http://media.jinbo.net/news/view.php…)
거의 모든 천막과 거의 모든 탑을 기록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독립영화감독들, 독립미디어활동가들이 그렇습니다. 기나긴 투쟁 끝에 공중파 방송국의 한 프로그램의 아이템으로 선정됩니다. 그러면 당사자분들(이제부터 주인공이라 부르겠습니다)은 정말 기뻐하지요. 함께 있던 미디어활동가도 정말 기뻐합니다. 왜냐하면 현장에 함께 머무는 순간부터 미디어활동가들은 바로 그 분들과 같은 팀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공중파 직원들은 아주 당연히 "무상으로" "이러이러한 촬영본들을" 요구합니다.

이 상황에서 당연히 방송국의 요구에 따르라는 주인공들이 있고, 미디어활동가들의 권리를 보호하며 예의를 갖추라고 요청해주는 주인공들이 있습니다. 세계 최장기 수감 양심수였던 김선명선생님이 어머니를 만나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그때에도 2014년 6월 11일의 밀양처럼 방송국 카메라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습니다. 그 때 장기수 선생님들은 모든 카메라들을 다 물리치고 늘 함께 있던 푸른영상 감독만 딱 가리키며 "당신만 들어오라"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날 그 자리에 있던 감독님은 울컥했다고 해요.

하지만 그런 경우가 많지는 않습니다. 물론 미디어활동가들도 아낌없이 자료를 제공합니다. 바로 우리의 일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원칙은 말해야 합니다. 일대일 원칙이 우리의 원칙이 되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입니다. 제가 앞의 글에서 썼듯이 그들은 월급받고 제작비 받고 작업합니다. 제가 1999년에 MBC에서 알바를 할 때 관여했던 프로그램은 50분에 3천만원이었습니다. 그럼 분당 60만원이어요. 추적60분의 제작비가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정직원이라면 그들은 월급을 받을 것이고, 외주업체라면 제작비를 받을 것입니다. 그러니 자신들이 찍지 않은 촬영본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기본 사용조건을 말하는 게 예의입니다. 하지만 제가 목요일에 글을 올린 후 수많은 제보에 의하면 다들 그런답니다. "이런 경우(감독이 영상사용료를 요구하는 경우)는 처음이다". 그리고 이런 말도 덧붙입니다. 다뤄주는 게 어디인데. 말로 하는 사람도 있고 표정으로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KBS는 참 직원이 많은가봅니다. 제가 올해로 푸른영상에서 일한지 20년째인데 20년동안 그런 말 처음 듣는 사람이 그리도 많으니 말입니다.

<추적60분>에 쓰인 저희 화면 중에 일부가 다른 영상에도 제공되었습니다. 링크를 건 <안부> 뮤직비디오의 감독님이 저희들에게 영상자료를 요청하셨고 오지수감독님이 사용용도와 필요장면에 대해서 문의한 후에 보내드렸습니다. 물론 무상이지요. 이것이 저희들의 일대일 원칙입니다.

글이 너무 횡설수설 길어졌죠?
이 글의 제목이 <밀양과 세월호>입니다. 밀양에 왔던 KBS기자는 그냥 가버렸습니다. 왜냐하면 국민들이 밀양에 대해서 그만큼 관심이 높지 않았거든요. 너 내 마음에 안들었으니까 안해! 이럴 수 있었거든요

하지만 세월호는 무단으로까지 영상을 쓰면서 다뤘습니다.1년 전 이맘때를 기억하십니까? 동수아빠와 예은아빠가 국회앞 삭발 단식농성을 하며 말씀하셨습니다. "이래야 한 줄이라도 나오니까". 모든 주류언론이 외면하고 외면하며 "아직도 세월호냐?"라는 타박까지 들으며 지내오셨습니다. 그리고 촛불의 힘으로 이렇게 세상이 나아졌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 희생자와 비교했던 김시곤이 KBS보도국장이었습니다. 보도국장은 사퇴했을지 몰라도 지금도 KBS직원이겠죠? 그렇게 상처주고 그렇게 뻔뻔하던 KBS가 촛불의 힘으로 세상이 나아지고 촛불의 힘으로 세월호가 올라오니까 프로그램에 편성을 했습니다. 네 반갑고 고맙습니다. 반갑고 고마운데 왜 오랫동안 현장을 지켰던 미디어활동가들의 영상을 무단으로 갖다 씁니까? 사과문 보셨습니까? (http://nbbs.kbs.co.kr/section/board/bbs_view.html…)

"그런데 제작일정에 쫓긴 제작진들은 회신을 드리지 못하고 출처 자막조차 누락한 채 영상을 방송에 사용했습니다."
"제작진은 오늘(4월 13일) 4.16연대 미디어위원회 측에 해당 사건에 대한 사과와 소중한 영상을 사용한 비용을 지불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습니다."

바빠서 그랬다. 그리고 사과했고 돈 주겠으니 계좌번호 불러라.
KBS에서 이렇게 말씀을 해오셔서 저희들은 계좌번호를 불러야하는 건지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고민 중입니다.

그리고 저희들이 사과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신 페이스북 친구, 친구의 친구, 여러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추적60분>이 정말로 무단도용했다는 것을 확인하기 전까지 고소의 불안에 떨고 있었는데 진짜 무단도용했다는 것을 알고 나서 참 허탈했습니다. 다른 사람들 영상도 아니고, 416연대를 우회한 것도 아니고 진짜로 무단으로 쓴 거구나.... 그리고 아예 최초의 약속이었던 출처자막도 안 쓴 거구나...저희가 회신을 보낸 게 4월 9일, 방송이 4월 12일이었으니 길다면 긴 시간이 있었는데 말이죠. 도대체 뭣 때문에 바빴을까요?

솔직히 말해서 저는 이렇게 추측합니다. "뭔 돈을 달래? 다뤄주는 게 어디인데? 얘네 참 웃기네" 
그리고 그냥 씁니다. 왜냐하면 그 전에도 그 전 전에도 긴 시간동안 이런 일이 숱하게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보통은 말도 없이 썼는데 나중에 친구들이 말해줘서 알게 되는 경우도 많아요. 출시된 작품에 한해서는 마음껏 구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들 하더라구요. 그런 사실을 발견해도 작업이 너무 바빠서, 거대 방송사에 맞서는 게 엄두가 안나서 그냥 넘어갑니다. 그렇게 저희들이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여러분들이 힘을 보태주셔서 하루만에 KBS가 연락을 해왔습니다. 자신이 찍은 촬영본을 방송화면을 통해서 본 미디어위 감독들의 기분은 아마 참담했을 것입니다. 말을 안한 것도 아니고 저렇게 메시지를 받은 후 회신까지 보냈는데 한마디 말도 없는 상태에서 내 촬영본이 저렇게 떡하니 전국민에게 보여지는 장면이 참 기가막혔을 것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 참 많이 겪었는데요 이번엔 여러분들이 도와주셔서 <추적 60분>의 제작진이 저런 사과라도 저희에게 했습니다. KBS 피디가 박종필 감독님에게 연락을 해온 것은 제가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후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였습니다. 저는 글을 올리면서 동시에 #추적60분 을 태그했지만 결국 그들이 연락을 해온 것은 공유가 200개를 넘어가고 덧글이 몇 십개가 달리고 널리널리 퍼진 후였습니다. 여론의 눈치 때문에 하는 사과라서 그런지 참 횡설수설합니다. 페북의글이 널리 퍼지자 작가는 페북메시지를 늦게 확인했다, 미안하다는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그래서 박종필감독이 담당피디와의 전화통화에서 "메시지를 보내자마자 '읽음'이라고 떴다. 페북 메시지는 읽음 상태가 표시가 된다"라고 했더니 "메신저 창을 열어놓으면 안읽어도 읽음이라고 뜬다"라고, 자기들은 읽은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메시지 보내놓고 회신을 기다리지도, 확인도 안했다는 게 더 황당해서 그냥 말을 말았습니다.

지금 미디어위 감독들이 엄청 바쁩니다. 목포신항에 내려가신 분들도 계시고 <망각과 기억2> 상영회와 3주기를 준비하느라 정말정말 바쁩니다. 그래서 제가 잠을 잘 못자고 새벽에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KBS는 여론에 밀려 얼른 사과하고 돈주고 끝내려고 하고 있고 저희들은 너무 바쁘고. 하지만 최소한 앞으로 저희같은 피해자는 없도록 해야 하는 건 아닌가. 그리고 이토록 많이 공유해주시고 이토록 많이 알려진 이 사건에 어떻게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인가. 또한 지금 이 시간에도 "이런 경우 처음이다" "좋은 일에 쓰는데 왜 돈을 밝히냐"라는 말을 거침없이 해대는 공중파 방송인들에게 "진실을 알린다"는 그 명분 하나로 묵묵히 자료들을 제공하고 있는 수많은 미디어활동가들의 자존심을 어떻게 지킬 수 있을 것인가. 그런 고민들을 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회의를 하고 진행상황을 공유하겠습니다.

참고로 저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416연대 미디어위원회 감독님들은 밤을 새며 작업하고 전국을 누비고 있는데 저는 아이들이 어려서 밥 먹이고 학교 보내느라 어디 못가고 있어서 미디어위원회 감독님들을 외곽에서 글로 지지하고 있는 독립영화감독입니다. 저희들을 도와주셨는데 진행상황은 알려드려야할 것같아서 이 글을 드립니다. 오늘의 영상으로는 <안부>를 올립니다. 고맙습니다. 제가 느끼는 고마움을 다 표현할 수 없어서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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