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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1년과, 용산참사 100일을 지나며...

촛불 1년과, 용산참사 100일을 지나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 노래는 지난해 우리 모두가 거리에서 함께 어우러져 거대한 촛불의 물결을 이루면서 불렸던 노래이기에, 지금도 이 노래를 들으면 그때의 모습을 기억해 낼 수 있다.

 

5월초 청계광장에 어린 여학생들과 시민들이 모이면서, 여의도에서 묵언수행을 하듯이 침묵집회도 하고, 차츰차츰 촛불의 수가 늘어나 서울도심과 전국적으로 백만의 물결을 이루었다. 광장에서 자신들의 의견을 거침없이 발표하고 토론하면서 다중지성의 장과, 직접민주주의를 경험해보기도 했다. 또 노래하고 춤추는 등 저마다 가진 재주와 끼를 발산하며 희열과 함께 길바닥에서 공동체를 누릴 수 있었고, 그 거대한 굿판에서 느낀 공동신명의 짜릿함은 앞으로도 잊지 못할 것이다.

 

광화문에 명박산성이 쌓여지고, 소나기와 물대포 그리고 무지개색의 색소가 살포되고, 중무장을 한 경찰들의 위협과 탄압에도 두려워하지 않고 묵묵히 저항해 나가는 촛불들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답게 보였다. 그러나 경찰은 이렇게 순수한 촛불시민들을 연행하여 수백만 원씩 벌금을 물리는 등 탄압이 가속화 되어, 지금 경찰의 태도는 독재정치시절의 강압정치로 되돌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촛불이 광우병으로부터 시작되었지만, 그 후 비정규직, 방송장악, 일제고사, 언론자유, 공공산업 민영화, 부자감세, 표현의 자유, MB악법, 대운하, 철거민문제 등 계속되는 실정을 경험하면서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사회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런 잘못된 정책에 분노하고, 그로 인해 고난당하는 사람들과 함께해 나가면서 촛불은 진화되어 가고, 1년이 지난 지금도 촛불을 계속해서 밝혀나가고 있다.

 

지난 1월 한겨울에 용산재개발 현장에서 경찰에 의해서 6명의 아까운 목숨을 잃는 참사가 일어났다. 전투경찰은 대간첩용 부대이고 경찰특공대는 대테러진압 부대일 텐데, 생존을 위해 망루에 올라간 사람들을 경찰특공대를 시켜서 불에 타 죽게 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한 자리에서 27년간 돼지갈비 장사를 했습니다. 1년 반 전 막내아들 내외에게 맡겨 호프집으로 리모델링을 하였습니다. 매일 새벽 가게 앞을 쓸고 닦는 일로 시작해 왔는데 아들내외와 함께 살던 셋방도 가게가 있는 건물 옥탑에 있으니 이번 개발로 집과 생활터전을 다 잃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그 칠십 노구를 이끌고 망루에 올랐다가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까맣게 불타 세상을 떠났습니다. 아들은 아버지와 함께 망루에 있다가 무릎인대가 파열되고 유독가스로 인한 폐협착으로 입원해 있다가, 구속되어 치료도 제대로 못 받아 다리를 굽히지도 못하는 지경이 되고 말았습니다. 남편을 잃은 어머님은 한숨으로 밤을 지샙니다.

 

용산참사로 희생된 한 분의 이야기다. 이번에 희생당한 분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이웃과 오순도순 정겹게 지내면서 열심히 살아가던 평범한 우리의 이웃이었다고 한다. 전 재산을 털어 넣고 빚까지 얻어 운영하던 가게에서 쫓겨나 보잘것없는 보상가지고 살아갈 수 없는 처지에 최소한의 저항이었다. 희생당한지 100일 넘도록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있는 그 분들의 애통한 마음에 함께하는 마음이다.

 

용산참사가 너무 큰 사건이기에 우리 모두에게 알려져서 그렇지, 이런 철거는 도시가 개발되면 그곳에 살던 가난한 사람들은 어김없이 생활터전을 잃고, 어디론가 쫓겨나는 역사는 곳곳에서 되풀이 되어왔다. 양재동 인드라망과 지척의 거리에 있는 포이동266번지와 구룡마을도 곧 개발된다고 한다. 이곳에 살고 있는 수천의 가난한 사람들이 쫓겨나게 될 것이고, 갈 곳이 없는 사람들의 울부짖음은 계속될 것이다.

 

지금도 우리 주위에 재개발과 뉴타운이라는 이름으로 도시 곳곳이 파헤쳐져 있는데, 대운하까지 만든다고 하면 전 국토가 파괴됨은 물론 그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뭇 생명들도 함께 죽어가게 될 것이다. 산업화 이전에는 마을공동체가 형성되어 있어 한마을에서 서로 정을 나누면서 한마음으로 살았다. 그 후 산업화와 개발로 인해 생태계가 파괴되고, 인간의 욕심과 경쟁으로 우리의 마을공동체는 파괴되어 가고 있다.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인드라망의 중심적인 관심사인 ‘마을 만들기’ 사업이 머리에 떠올랐다. 마을을 회복하고 새롭게 만들어 가려는 일은 공동체가 파괴되어 가는 지금, 꼭 필요한 일이라고 보기에 우리 모두의 뜻을 모아 나가야 하겠다. 그러면서 생명이 죽어가고, 서민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자유가 박탈당하고, 마을이 파괴되는 일에도 관심을 가지고 그들과 함께 아파하고, 저항하는 것이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할 다른 한쪽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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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드라망 소식지 44호(20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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