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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첫날 눈 속의 제단, 케이블카 반대

오늘 매년 드리는 새해맞이 통일기도회에 14명이 북한산 대남문까지 올라 근처에서

기도를 드리고 왔습니다. 어린이부터 청년 청장년 어른들까지 다양하게 참석하였습니다.

눈 덮힌 산 속에 성찬식을 하려고 차린 재단을 찍어 보았습니다.

지난해 봄 두물머리에 마른가지를 꺽어 세워 만든 십자가에  새순이 돋아 나무가 되어
바람에 휘날리는 모습이 기억났습니다. 지금 그 십자가는 잎이 떨어지고 가지만
앙상하게 남아 쓸쓸하게 두물머리를 지키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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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오는 길에 대남문에 올라가니 국립공원 케이블카 설치를 반대하는 일인시위를 하고 있었습니다.
지리산 연하천대피소를 지키다가 케이블카 소식을 듣고 지리산 천왕봉에서 시위를 하다가, 여기 북한산에 와서 시위를 한지가 270일째라고 합니다. 지난해부터 고생하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오늘 처음 북한산에 올라가서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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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를 하고 잠깐 말을 붙이니 서명을 부탁하고, 다시 사진을 찍으라며 포즈를 취해주면서 내려가서 주위에 많이 알려 달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지리산 시인 이원규의 시를 나누어 주라고 하면서 몇장 주었습니다. 식사때 나누었어야 하는데 잊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시인의 이름이 오늘 장모님 해장국집에서 우리를 따뜻하게 배불리 먹인 이의 이름과 똑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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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속에서 먹는것도 쉽지 않을텐데 남은게 없어 나누지 못했습니다. 혹, 시원한 맥주가 있느냐고 묻기까지 했는데 말입니다. 아무것도 보탬이 되지 않고 내려오면서 북한산을 오르려거든 대남문에 가서 그에게 힘을 나누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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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이원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대 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 꽃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은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진실로 지리산에 오려거든

 

섬진강 푸른 산 그림자속으로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겸허하게 오고

 

연하봉의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

 

툭하면 자살을 꿈꾸는 이만 반성하러 오시라

 

그러나 굳이 지리산에 오고 싶다면

 

언제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

 

행여 견딜 만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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