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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꼭대기에 고개 숙인 굴삭기

산 꼭대기에 고개 숙인 굴삭기

지난 금요일 저녁에 탈핵희망버스를 타고 밀양에 갔다 토요일에 왔다. 가게 된 것이 뭐~ 대단한 것도 아니고, 한번 가보는 게 좋을 것 같은 소박한 마음으로 갔다. 지난해부터 여러 번 가야할 기회가 있었는데도 가지 못했다. 지난 주간에 할머니들이 옷을 벗고 한전과 경찰에 대항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움직이게 된 것 같다. 76년인가 인천의 동일방직 (어린)여성 노동자들이 민주노조를 지키기 위해 옷을 벗고 알몸 시위를 벌였다. 그후 똥물 세례도 받고. 40년 가까이 지난 지금 할머니들이 옷을 벗고 알몸으로 저항 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편할 수가 없었다.

금요일 저녁에 압구정 역에서 두 대의 버스가 출발했다.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그곳까지 와서 먹을거리를 준비해 준 이도 있다. 마음 씀씀이가 참으로 고맙다. 캄캄한 한 밤중에 밀양 시청에 도착했다. 서울뿐만 아니라 여러 지역에서 온 참가자들이 둘러 앉아 지역민들로 부터 감사의 인사와 상황설명을 들었다. 참가한 이들도 각양각색이었다. 성미산 학교 학생들이 많이 참여하였고, 인권 시민단체 활동가, 취재기가, 르뽀작가, 시민, 교사, 노동자, 수녀, 개신교, 천주교인, 진보신당, 그리고 녹색당원들이 많았다. 수원, 대전, 부산, 안동, 춘천, 대구, 경북, 울산 등등 여러 곳에서 모여 250여 명 된다고 한다. 태안 바다에 기름제거를 하러 갔을 때도 그랬는데, 이번에도 여성 참가자가 훨씬 많다.

이곳에 지으려고 하는 송전탑은 가끔씩 산 속에서 보고 있는 그런 송전탑이 아니란다. 40층 건물 높이에 765KV의 전력을 실어 나르는 송전탑이어서 그 위험성이 아주 크다고 한다. 송전탑 건설도 공사대금을 아끼려고 도로가 있는 마을 가까이에 건설한다고 한다. 또 지역 권력자들의 땅을 피해 가기도 하는 등, 노선에 대해 합리적이지 못한 부분도 있다고 한다. 알려진 대로 중동에 핵발전소 수출 때문에 강행한다고도 한다. 참으로 어어 없는 처사다. 개발과 국책사업으로 인해 오순도순 정답게 살던 수많은 지역 마을공동체들이 파괴되는 모습들을 보아왔다. 삶터를 빼앗기고 함께 의지하고 살던 사람들을 흩어 놓는 사업이 누구를 위한 사업인지 물어 보아야 하겠다. 경향신문에 하승수 변호사가 쓴 글이 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5262125095&code=990303

참여자들을 3개면으로 분산되었고, 면마다 여러 마을 회관으로 나누어져 2시간 정도의 잠을 잤다. 새벽 3시에 일어나 차를 타고 송전탑이 세워지는 현장으로 나누어 산에 올랐다. 우리가 올라간 간 곳은 88번 송전탑이 세워질 장소였다. 이미 마을 어른들과, 울산 민주노총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아침이 되면서 한전 직원이 올라온다고 하여 풀어두었던 신발 끈을 묶었다. 그들도 우리의 숫자도 만만치 않음을 알고, 우리를 지나 한쪽으로 올라갔다. 할머니들과 여성들이 굴삭기 밑에서 앉고, 우리는 주변을 지키게 되고, 한전 직원들은 더 높은데 올라가서 대기하고 있는 것이다.

별 충돌이 없이 시간이 흐른다. 우리가 간 88번 자리는 높은 지역이서 아래 산들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이 좋은 곳이었다. 병풍처럼 굽이치는 산등성이와 산자락을 휘감고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며 신선한 공기를 마시면서 시간을 보낸다.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도 그렇고 참여자를 알기 위해 소개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한다. 한쪽에서는 자리를 깔고 눕기도 한다. 낮 시간이 되면서 햇볕이 따갑다. 산꼭대기에 공사를 위해 나무를 다 베었기에 햇볕을 피할 데가 없다. 그래도 할머니들은 굴삭기 옆에 천으로 햇볕을 살짝 가리고 그곳을 떠나지 않고 앉아 계신다. 그곳에 있어야 마음이 편하단다.

낮 시간이 되니 참여하는 수가 늘어난다. 지역의 사회 환경단체에서도 오고, 노스님도 오시고, 김익중 교수도 오고 많은 분들이 올라온다. 마침 조계종 환경위원회에서 기자회견을 한다고 한다. 요즘 불교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서 박수를 보낸다. 어두운 밤에 이동을 하고, 여러 곳으로 분산되어 참여한 이들을 다 알 수 없다. 점심은 밀양의 너른마당에서 준비했다는 김밥을 한줄 씩 나누어 주어 먹었다. 낮에 올라오면서 사온 초코파이 바나나 같은 것도 있다. 음식을 가져 올라오려고 해도 깔딱고개 같이 가파른 산을 올라야 한다. 왕래가 힘든 곳이고, 찾기도 쉽지 않은 열악한 현장이다. 상황 발생도 없고 해서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잠을 자다가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전망 좋은 산에 올라 신선한 공기를 마시면서 무박산행을 한 셈이다.

오후 시간이 지나면서 공사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되어 마을 어른들은 남겨두고 산을 내려 왔다. 희망버스로 많은 사람들이 올 때에는 저들도 강행을 하기 힘들겠지만, 평일에 마을주민들만 있을 때가 걱정이다. 민주노총 울산에서는 평일이라도 조를 짜서 할 수 있는 대로, 한 요일이라도 담당을 하면 좋겠다는 내부 토론을 하는 모습을 보았다. 중앙 조직 모습에 실망을 하면서도, 지역에서 할 일을 찾아 하는 모습을 보면 지역이나 작은 단위에서 희망의 끈을 찾을 수 있는 듯하다.

금요일 날 밤 버스를 타고 내려가면서 돌아가며 인사를 하라고 한다. 왜 가는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대단한 각오를 가지고 가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 쉼표를 하나 찍으려고 하는 간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본다. 녹색연합 활동가가 밀양아리랑을 개사해서 노래를 한 자락 불러 주었다. 적절하게 잘 고쳐 부른 듯해서 옮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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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위환

5월 23일
송전탑 밀양아리랑

그만두소 그만두소 그만두소~~
고향에서 그냥살게 그만두소

아니아니다 시르시르다 아난리가 났네
밀양땅에 송전탑 절대 안돼~

핵발전소 전기끌어 도시 밝히려
고향산천 파괴하는 송전탑 안돼~

아니다 시르시르다 아난리가 났네
밀양땅에 송전탑! 절대 안돼~

고향땅을 지키는게 님비라고
돌아갈곳 고향이다 님비뽕이다 

아니다 시르시르다 아난리가 났네
밀양땅에 송전탑! 절대 안돼~

아니아니다 시르시르다 아난리가 났네
밀양땅에 송전탑 절대 안돼~

송전탑의 전자파가 산삼이더냐~
전자파가 안전하면 파리도새다

아니아니다 시르시르다 아난리가 났네
밀양땅에 송전탑 절대 안돼~

전기가 부족하면 줄이면 되지
어이없는 블랙아웃 뻥치지마 

아니아니다 시르시르다 아난리가 났네
밀양에 송전탑! 절대 안돼~

후쿠시마 잊었느냐? 위험한 원전 
핵발전을 그만두고 녹색세상

아니다 시르시르다 아난리가 났네
밀양에 송전탑! 절대 안돼~

그만두소 그만두소 그만두소~~
고향에서 그냥살게 그만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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