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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왕국을 넘어... 쉬어 가자.

무한경쟁을 강요하는 지금의 사회를 '동물의 왕국'이라고 말하고 다녔다. 그래도 동물들은 화폐도 없고, 금고도 없으며, 냉장고도 없어 자기들 먹을 만큼 취하면 더 이상 욕심을 부릴 필요가 없다. 또 자신보다 훨씬 약한 짐승들은 건드리는 것을 볼 수 없다. 그런데 인간들의 욕심은 그 끝이 없다. 자본이 시키는대로 노동을 하고 최저 임금을 받아서 이런저런 형태로 다시 뺏어간다. 휴대폰, 인터넷, 전기, 세금, 자동차, 에너지, 보험, 각종 생필품 따위의 이름으로. 재벌의 하청 노동자로 일하고, 다시 그 자본주에게 빼앗기는 삶.

이제는 동물의 왕국을 넘어 죽음의 시대로 접어듯 듯하다. 한시간에 두명, 하루에 40명이 넘게 자살을 한다고 한다. 그 대부분의 이유는 경제적 빈곤이다. 뒤이어 우울증으로 많은 죽어가고 있다. 돌아보면 죽어가는 사람들만 우울증이 있는 것이 아니고, 살아 있는 사람들 중에도 우울중을 앓으면서 겨우 목숨을 연명하고 있는 이들이 많아 보인다.

사람들이 자신의 아픔에 대해서는 쉽게 말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항상 웃는 얼굴을 보이는 그들도 알고보면 가슴 속을 태우면서 살아가고 있다. 지금 같이 공동체가 파괴된 상황에서 속내를 드러내 놓고 이야기 할 상대가 없다. 그러니 아픔을 숨기고 이를 악물고 지내다가, 너무 힘들어 이겨내지 못하고 극단의 선택을 하는 경우가 나타난다. 말은 하지않아도 주위를 살펴보면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눈이 아른거린다. 그렇다고 어떻게 해 줄수 없는 안타까움이다. 이는 그 사람의 문제만 아니다. 함께 살아가는 모두의 아픔이다. 지금 같이 자본이 세상을 지배하고 모두들 그 아래서 허우적거리는 현실에서 어느 누구를 탓 할 수가 없다.

2년 전, 쌍용차, 강정, 용산, 탈핵(밀양) 이 땅에서 고난당하는 이들이 '함께살자'면서 공동행동을 했었다. 평택 쌍용차 앞에서 집회를 하는데 쌍용차 관련자가 우울증세 있어 힘들었다고 하면서 이제 몸을 추추스리고 있다고 했다. 그 싸움에서의 어느정도 역활을 하는 사람이고, 이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보는 이라서 의외로 충격이었다. 마지막에 그의 손을 꼭 잡긴 했지만. 쌍용차 파업때 '해고는 살인이다'라고 해도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의례하는 구호 정도로만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스무 명이 넘게 죽고 많은 이들이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는 걸 보고그때서야 보통일이 아니라는 깨달음으로 다가왔다.

그후 올해만 해도 잘 아지는 못하더라도 열심히 살아가던 이들, 또 자신만 아니라 이 사회를 위해서도 정열을 바쳐 일하던 이들의 죽음 소식을 접하게 된다. 송파 석촌동의 세모녀의 죽음 소식을 듣고도 가슴 아팠고, 혹 내가 가 보았던 집을 아닐까 하면서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일을 하러 그 지역의 많은 집을 방문했던 터라) 어제도 젊고 촉망받는 젊은 정치인의 부음이다. 그 정당원은 아니면서도 글을 읽어오면서 누구인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관심있게 보왔던처라 또 한번 큰 충격이다. 얼숲에서 그를 추모하는 글들을 눈여겨 본다. 사회적 우울증, 죽음(타살)에 대해 가만히 놓아 둘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지경에 까지 이르게 되었다고 보고 있다. 

얼마전 수의사 박상표 선생이 죽었을 때 조국선생은 "아프면 아프다하고 힘들면 힘들다 하자, 술먹고 헛소리하거나 울기라도 하자” 또 "감옥생활도 이겨냈는데라고 자만하지 말자”라고 했다.

따지고 보면 이는 정치 한다고 하는 이들의 잘못이 큰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지금도 선거가 있다고 하면서 말들이 많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그들을 믿을 수 없다. 난, 그들을 믿지 않은지 오래 되었다. 문민정부가 들어선다고 해서 세상이 바뀔 것이라고 착각을 하기도 했다. 그후 민주 자유 평화 진보 민족을 내세우는 정권이 정치를 하면서도 별반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그들을 믿기보다 우리들끼리 손잡고 따스한 기운을 나누고 위로하면서 힘을 모아나가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힘을내자'라고 말하기 힘들다. 힘을 내고 위로를 받아야 사람은 너와 우리만이 아니고, 나 자신도 그 속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 같이 아프면 아프다고 하고, 힘들면 힘들다고 하고, 막걸리를 마시고 싶으면 마시자하고, 그냥 같이 바라보고 있고 싶으면 그렇게 하자고 하자. 너와 내가 그저 따스한 손을 맞잡고 같이 있던지 걷든지.

힘들면, 있는 곳에서 무작정 떠나 보아도 좋겠다. 미지의 땅을 밟아 보고, 다른 사람들의 삶을 보면서 쉼의 시간을 가져 보면서 분위기를 바꾸어 보는 것도 좋으리라. 이곳 남녘에는 봄이 완연해 오고 있다. 아픈 사람들끼리 넓은 들판을 걸어도 좋고, 산을 오를 수도 있고, 앞이 확 트인 바다를 바라보면서 새로운 세상을 내다볼 수도 있겠다. 그도 모자라면 바다 건너 섬으로 여행을 떠나도 좋겠다. 남도에서 봄이 기다리고 있다.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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