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병원이 아니라 사랑이다

나의 화분 2007/01/23 01:58
1. 초컬릿을 먹으면 이 우울한 기분이 좀 가실까 하여 초컬릿을 샀다.
서울역에 일이 있어서 들른 김에 남대문 시장엘 갔는데, 초컬릿을 무척 싸게 팔고 있었다.
이 덩어리들을 깨서 우걱우걱 씹어 먹었으면 싶다.
 
2. 몸이 아픈 것이 너무 싫다.
난 몸이 아픈 것이 너무나 싫었다.
무기력하게, 꼼짝 없이 당해야 한다.
그 순수한 고통을 그저 견뎌내야 한다.
한 일주일 간 몸이 다 녹아 내릴만큼 아팠다.
이러다가 그냥 죽어번져도 아무도 모르겠구나 싶었다.
고열 때문에 잠도 잘 수 없고, 몸에 힘은 하나도 없어서 앉아 있을 수도 없었다.
그냥 누워서 마치 죽기만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간간히 신음소리만을 토해내며 지냈다.
아프지 말아야지, 더 건강해져야지 다짐해본다.
 
3.
 
4. 앨범 만드는 일이 너무나 힘들다.
내가 가진 모든 지식과 모든 능력을 뽑아내야 하는 작업이다.
없는 능력이라도 만들어내야만 하는 작업이다.
나에게 끈기라는 힘이 없어도 그것을 끄집어내야 한다.
그냥 여기서 멈춰버리고 싶을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
행복했지만 고통스러울 때도 많았다.
내가 가진 노래를 부르고 연주하는 능력과 앨범에 실리는 음악 사이의 괴리가 이렇게 컸던가 새삼 느끼고 절망을 하고 있다.
 
5. 일주일을 앓아 누워 있다가 대추리로 돌아간 날 밤 지킴이들이 모여서 밀랍으로 양초를 만들고 있었고, 직접 공책도 만들고 있었다.
폴이랑 치르랑 그밖의 여러 사람들이 오랜만에 집에 온 날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혼자 고립되어 한참을 지내다가 다시 사람들을 만나니 정말로 좋았다.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병원이 아니라 사랑이란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위로를 많이 받아서 몸이 금방 나았던 것 같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마을에서 사는 것은 이렇게 좋은 것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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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23 01:58 2007/01/23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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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racked from 2007/06/18 18:50 DELETE

    Subject: 용기

    돕헤드님의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병원이 아니라 사랑이다] 에 관련된 글. 무엇을 먹느냐를 떠나서 기쁘게 밥을 먹고 싶었다 한 끼를 먹더라도 따뜻한 밥이 먹고 싶었다 어쩌면 이것은 채식과 육식의 문제가 아닌 지도 모른다   대추리에 오기 전부터 나는 채식을 했지만, 대추리에 와서는 '전략적 유연성'을 운운하며 채식을 포기했다. 채식과 '투쟁'을 함께 하기엔 너무 게을렀고, 무엇보다 신념이 투철하지 못했다. 매번 어르신들이 차려주는 음식을 
  1. navi 2007/01/23 09:19 Modify/Delete Reply

    돕님(;;) 힘내~
    대추리 오면 맛난 밥을 해먹자.

  2. 치르 2007/01/23 09:36 Modify/Delete Reply

    돕... 어여 돌아와. 지난 번 처럼 같이 수다떨면서 놀자.

  3. 무아 2007/01/23 10:16 Modify/Delete Reply

    돌아돌아 다시 돌아갔구나..
    힘든날들이었는데... 잘 참았구나...
    역시나 힘든 생활일텐데.. 잘 참을 수 있을꺼야..
    힘내자... 우하하하하... 웃는다는거...
    가끔은 즐겁잖아... 아니 늘 즐거운가??

  4. 2007/01/23 14:22 Modify/Delete Reply

    다들 고마워.

  5. 넝쿨 2007/01/23 20:19 Modify/Delete Reply

    에긍, 날씨가 추워서 까칠해진 탓일거야.
    다들 마음도 싱숭생숭, 몸도 안좋고 하니.
    일단 건강부터 챙기라구!!

  6. 달군 2007/01/23 21:10 Modify/Delete Reply

    돕. 아프지 마세요 :)
    27일날 볼 수 있는거죠?

  7. M 2007/01/23 22:45 Modify/Delete Reply

    헤드보고 대추리를 떠나라고 그런 거 아냐. 봄부터, 3월부터 식사를 각자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나도 밥을 편하게 먹고 싶다고 했어. 달걀을 부친 후라이팬, 생선 찌개가 담긴 냄비, 순대가 든 떡볶이...매번 신경이 쓰였어. '이건 뭐야?'하는 말을 들을 때마다 맘이 불편했어. 갑자기 말한 건 미안해.

  8. 무아 2007/01/23 22:53 Modify/Delete Reply

    ㅎㅎ

  9. outwhale 2007/01/24 02:44 Modify/Delete Reply

    신경쓰일 것 같아. 같이 밥먹는 사람의 채식은...
    우리도 전에 채식하는 사람과 함께 식사를 계속 함께 했었는데...
    우으... 난 좀 그가 자기 먹을거리는 알아서 챙겨먹었으면 했는데, 절대로 그러지는 않더라고... (아, 딴 얘기야. 딴얘기 >.<)

  10. 멍구 2007/01/29 06:51 Modify/Delete Reply

    뒤늦게 댓글. 3번에 대해..괜한 참견인지는 모르겠지만.. 글쎄.. 어떤 일이 있었고 약골이 얼마나 화가 났었는지 나는 잘 모르지만.. 개인블로그라고 하더라도 여러사람이 보는 공개된 게시판인데.. 개인들간에 있었던 일에 대해 한사람을 책망하는 듯한 글을 올리는 건 좀 안좋은 것 같아.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서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수도 있는 일일텐데... 더구나 같이 생활해 오고 같이 활동해 왔던 친구인데.. 게시판에 쓸땐 좀 더 신경쓰는게 좋지 않을까.. 지킴이첫번째잔치 준비하느라 수고 많았고 다음에 또 봐~ 이번에 약골이랑 얘기를 한마디도 못한거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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