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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날, 후쿠오카


 

후쿠오카에 도착하니 점심시간이 지났다. 최미례가 근처에 또 맛있는 라멘집을 알아놨다고 그리고 데리고 간다. 유명하긴 유명한 집인가보다. 줄이 길다. 난 식탐이 별로 없는 편이라 서울에서도 줄서서 뭘 먹어보지 못했는데 여기와서 그 짓을 해본다.

 


 

유명하다는 라멘. 테이블 별로 절인 생강, 숙주나물 무침, 한국 김치 비스무리한 야채 등이 반찬으로 제공되어 있고 마늘과 마늘 빻는 기계도 놓여 있어 입맛대로 넣어 먹을 수 있게 되어있다. 거기 메뉴가 몽땅 고기가 들어간지라 나는 공기밥을 시켜서 반찬과 먹었다. 일본은 공기밥에도 보라색 뭔가를 뿌려준다. 이쁘다.

 


 

식사를 마치곤 숙소에 짐을 풀고 본격적으로 시내 구경에 나섰다. 먼저 들른 곳은 우리 숙소가 있는 하카타 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캐널시티이다. 캐널시티는 극장, 백화점, 식당 등 여러가지 건물이 모인 복합상업시설인데 건물들 사이로 긴 인공운하를 만들어 놓았다. 

 


 

일본의 자전거들. 일본 사람들 정말 자전거를 많이 타더라. 하기사 나같아도 자전거를 탈 수밖에 없겠는데 뭔 놈의 교통비가 그리 비싼지 정말 입이 딱 벌어진다. 나중에 일본에 다시 올 기회가 있다면 반드시 자전거를 가져와야겠다. 그게 남는 장사란 생각이 들었다. 일본에선 한국처럼 비싸고 화려한 자전거복장을 빼입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볼 수가 없었다. 양복을 입은 사람, 치마를 입은 사람, 장바구니를 든 사람... 생활 속에 자전거가 단거리 이동수단으로 자리를 잡은 듯 했다. 그런데 희안한 것은 따로 자전거 도로가 별로 만들어져 있지는 않은 것 같았다. 보행자 도로로 씽씽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 때문에 가끔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캐널시티 근처에 있는 수미요시 신사에 들렀다. 사람도 별로 없고 고즈넉한 신사. 몇몇 일본인들이 절을 올리고 돈통에 돈도 넣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신사 구경을 마치고 최미례랑 종훈이는 종훈이 친구가 여기 살고 있어 만나러 갔고 나랑 엄마는 텐진 구경을 하고 니시진으로 가기로 했다. 공기밥 한 그롯으로 점심을 때웠기 때문에 배도 많이 고프고 또 일본에 와서 일본 채식식당도 한 번 구경을 해보고 싶어 구글검색을 해서 니시진에 있는 '부키초'라는 채식식당을 봐두었다. 여기서부터 비극의 시작이었다. 텐진 구경을 하고 지하철로 니시진 역에 도착해서 사람들에게 위치를 물어보면서 식당을 찾기 시작했는데 일본 사람들이 영어를 거의 하지 못하기 때문에 의사소통에 많은 문제가 있었다. 편의점으로, 부동산으로, 꽃집으로 여러 군데를 돌아다녔는데 친절한 일본인들이 엉뚱한 식당을 가르쳐주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니시진 바닥을 샅샅이 훓고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결국 9시가 다 될때까지 돌아다녔지만 식당을 찾진 못했다. 짧은 여행의 마지막 날 저녁을 그렇게 흘려 보낸 것이다. 배도 너무 고프고 다리도 너무 아파서 니시진 역 근처 아무 식당에나 들어가서 그림을 보고 두부가 들어간 요리를 시켰다. 역시나 고기가 들어가 있었지만 건져서 엄마를 주고 허겁지겁 먹었다. 맛은 괜찮았다.

 


 

짧은 여행은 그렇게 끝이 났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바라본 바다와 섬들.

 


 

엄마에게 재미있는 여행이었을지 모르겠다. 서울로 올라오는 기차 안에서 아주 멋진 일몰을 볼 수 있었다. 보고 있으니 괜시리 맘이 센치해진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서로에게 짐이 되는 가족들도 많지만 난 가족이 있어 많은 힘을 받는다. 영원히 내 편이 되어줄 사람들일 것 같다는 느낌. 이들이 없는 난 상상할 수 없다. 올 5월이면 조카가 태어나고 가족이 1명 더 는다. 첫조카가 그리 이쁘다고 사람들이 얘기해주는데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다. 원래 아이들과 별로 친하지 않은 난데 조카라고 더 이쁨을 느낀다면 정말 혼란스럽고 내 자신에게 실망할 거 같다. 모쪼록 순산하길... 엄마도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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