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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담장없애기-이꽃맘기자가 작성한 기사

국회, 담장을 허물어 민주주의의 광장으로
담장없는국회만들기시민사회네트워크, “민주주의의 공간과 내용을 민주화하자”
이꽃맘 기자 iliberty@jinbo.net
어린이 들은 오후에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면 언제나 거인의 뜰에 가서 놀곤 하였습니다. 크고도 쾌적한 그 뜰에는 보드랍고 파란 잔디가 깔려 있었습니다. 잔디밭 여러 저기에는 아주 예쁜 꽃들이 별님처럼 피어 있었어요. '여기서 노니까 정말 재미있구나.' 하고 어린이들은 말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거인이 돌아왔습니다. 돌아와 보니 어린아이들이 뜰에서 놀고 있었습니다. '너희들 여기서 대체 무엇하는 거냐?' 그는 아주 거친 목소리로 소리 질렀어요. 그러자 어린이들은 무서워서 달아나 버렸습니다. '이 정원은 내 것이란 말야. 나 말고는 아무도 여기서 놀도록 그냥 내버려둘 수 없어.' 하고 거인은 말했습니다. 그리고는 높다란 벽을 빙 둘러치고 출입엄금이란 표지판을 세워 놓았습니다.

거인은 아주 욕심쟁이였던 것입니다

그러다가 봄이 되었어요. 그 나라 어디에서나 꽃이 피고 새가 지저귀었습니다. 그러나 욕심쟁이 거인의 뜰에서만은 여전히 겨울이었습니다. 새들은 아이들이 없었기 때문에 그 뜰에서 노래하기를 싫어했고, 나무들은 꽃 피우는 것을 잊어 버렸습니다.

오스카 와일드, ‘거인의 정원’ 中

거인의 욕심으로 가득 채워진 정원, 국회

박삼철 미술인회의 공공미술분과 위원장은 국회의 모습을 거인의 욕심에 아이들이 떠나고 더이상 봄이 오지 않는 ‘거인의 정원’에 비유했다. 8일, 느티나무 까페에서는 ‘담장없는국회만들기시민사회네트워크(준)’이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 담장을 허물자”라고 주장했다. 담장없는국회만들기시민사회네트워크(준)는 “현재 국회의 모습은 권위적이고 폐쇄적이다”라며 “민주주의의 공간과 내용을 민주화하자”고 제안했다. 서울에서 국회만큼의 자연환경과 잔디밭을 확보한 공간은 없다. 또한 외국 국회의 경우는 담장이 없는 것은 물론이며 공원으로 조성되어 개방되어 있다.


지금종 문화연대 사무총장은 “현재 국회는 불필요한 검문검색과 폐쇄적 운영으로 민주주의가 가득해야 함에도 거부감만 시민들에게 주고 있으며, 국회 내에 수만 평에 이르는 녹지공간이 있으나 접근이 어려워 방치되고 있다”며 “국회는 열린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개방적 거점으로 변해야 하며, 차가 가득한 국회가 아니라 사람이 가득한 공간으로 변해야 한다. 또한 탈권위적이고 다양한 문화예술프로그램의 개발 및 운영으로 시민의 참여를 극대화해야 할 것이다”고 주장하고, “이러한 과정은 궁극적으로 국회의 의사결정이 민의를 대변하는 수동적 의미를 넘어 국회 공간 전체에 민의의 다양성이 생동하게 만들 것이다”고 밝혔다.

차가 아닌 사람의 목소리가 가득찬 국회를 만들기 위해

기사회견에서는 구체적인 ‘담장없는 국회 만들기 배치도’가 발표되었다. 김상길 새건축사협의회 이사는 “국회에서는 보안과 예산을 이야기하면서 담장없는 국회 만들기가 불가능하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보안을 유지하면서도 변화시킬 수 있다”며 도면을 설명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의 제안은 현재 국회의 정문은 보행진입만을 가능하게 하고, 남문을 이용해 본관과 의원회관 출입구를 만들고 동문을 통해 도서관을 비롯한 시민들의 공간으로 들어가는 출입구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 또한 한강을 끼고 국회 안에 마련되어 있는 체육시설과 조각공원을 시민에게 개방하고, 국회도서관을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전면 개방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김상길 새건축사협의회 이사가 담장없는 국회 구성안을 설명하고 있다

박삼철 미술인회의 공공미술분과 위원장은 “국회에는 4개의 잔디광장이 있다. 이 공간을 아이들에게 개방하고, 아이들의 상상력으로 가득 찰 수 있는 공간으로 재구조화해야 한다”고 밝히고, 국회의 잔디밭과 의원동산, 국회 50주년 기념 조형물 수변무대, 국회도서관 주변 광장을 자연·생태공원, 문화예술공원, 사회문화공원으로 바꿔서 전시회와 음악회, 영상제 등을 진행할 것을 제안했다.

이어 이형모 시민의신문 대표이사는 “국회의 폐쇄적 성격은 밀실정치와 비밀스런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는 사람은 접근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누구나 드나들면서 이야기 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면 국회는 토론의 공간, 정치교육의 공간, 문화예술의 공간으로 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국회는 문화, 예술, 철학이 빠진 채 권력과 경제를 놓고 싸우는 천박한 공간이 아니라 문화, 예술, 철학으로 정체성을 새롭게 규정해야 한다”고 전했다.

참가자들은 국회의 담장을 허물기 위해 9일, 국회 본관 221호에서 토론회를 여는 것을 시작으로, 국회 답사와 문화예술시범프로그램 등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기자회견문]민주주의의 공간과 내용을 민주화하자 !
시민/ 생태 / 문화 국회를 제안한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군부독재 정권과 권위주의의 시대를 종식시킬 수 있었던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들의 뜨거운 염원과 열정적인 도전이 있었기 때문이며, 이는 놀라운 성취이자 우리 모두의 승리였다. 우리 사회는 이제 형식적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단계를 지나 민주주의를 완성해야 하는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직면해있다. 그러나 여전히 정치 체제, 행정 기구, 사회 제도 등 거시적 차원의 민주주의 문제에 대한 관심에 비해 시민 참여, 생태적 접근, 문화적 다양성 등 국민의 삶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고, 삶의 기반이 되는 조건들에 대한 민주적 성찰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에 우리는 오늘 새로운 민주주의, 실질적 민주주의로의 출발을 위한 제안을 하고자 한다. 우리 제안의 핵심은 민주주의의 공간과 내용을 민주화하자는 것이다. 대의민주주의의 핵심적 거점인 국회 공간을 시민성․생태성․문화성을 기반으로 재구조화하자는 것이다.

담장없는 국회를 위한 시민성의 원칙 : 소외와 대결에 기반한 형식 민주주의에서 국민이 참여하는 열린 민주주의로의 이행을 위한 개방적 거점 확보

17대 국회는 정치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적 열망을 동력으로 탄생했으며, 스스로도 개혁 국회를 열어 대의 민주주의의 역사를 새로이할 것임을 분명히한 바있다. 17대 국회는 민주주의의 완성과 사회 개혁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당당히 부응해야 할 책임을 갖는다. 그러나 17대 국회가 개원된지 1년이 훨씬 지났지만 국회는 여전히 과거 권위주의 시절과 결별하지 못한채 권위와 폐쇄의 상징으로 군림하며, 일반 대중들과 괴리된 ‘그들만의 공간’으로 존재하고 있다. 사람은 공간을 만들고, 공간은 다시 사람을 만든다는 격언이 있다. 국회가 권위주의의 구태를 벗지 못한채, 무관심과 경멸의 대상으로 존재하는 현재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폐쇄적인 국회의 공간을 시민성의 원칙에서 재구조화해야 한다.

국회의 공간은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를 반영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국회는 국민의 ‘참여’의 ‘열정’을 전제로 운영되는 민의의 공간이자 민본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 열린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적 욕구는 더이상 외면할 수 없는 동시대의 가장 중요한 가치이다. 국회의 담장을 허물고 국회의 공간을 개방하는 것은 단순한 물리적 공간의 확장을 넘어 형식 민주주의의 단계에 머물고 있는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질서를 열린 민주주의로 전환하는 첫걸음이다. 형식을 허물어 내용을 바꾸는 일이다.

담장없는 국회를 위한 생태성의 원칙 : 녹지 공간의 공유, 주변 공간과의 적극적인 연계성 확보, 차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의 풍경 전환을 통하여 ‘단절’과 ‘속도’의 패러다임을 극복하는 도심 생태 허브 공간으로 국회를 재조직화

생태적인 삶터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21세기의 가장 중요한 가치이자 지향점이다. 최근 몇몇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들이 시행했던 담장 허물기 사업은 물리적인 담장을 허물자는 단순한 캠페인이 아니라 공간의 구성 자체를 ‘환경에의 배려’로 전환해야한다는 절박한 캠페인이다. 국회의 담장을 허무는 일 역시 물리적 공간을 개방하는 단순함을 넘어 풍부하게 조성되어 있는 국회 내 녹지 공간을 접근하는데 있어 발생하는 심리적․물리적 장벽을 거둬냄으로서 현재 방치되어 있는 국회 내 녹지 공간과 주변 공간의 연계를 가능케함으로서 인간과 환경이 조화하는 공간을 만들자는 제안이다.

국회의 담장을 허무는 일과 함께 현재 차 중심으로 짜여진 국회의 풍경을 사람 중심의 풍경으로 전환한다면 ‘단절’과 ‘속도’속에서 방치되고 있는 국회 내 공간을 사람의 온기가 스미는 공간으로 재구성할 수 있을 것이고, 이는 도심 속 생태 허브 공간을 만들어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국회의 담장을 허무는 일은 국회 공간의 구조와 기능 모두에 있어 ‘환경에의 배려’를 최우선적 가치로 고려하는 전환이며 이는 공공기관을 활용하는 정책에 있어 ‘생태적 접근’이라는 미래지향적 가치를 시험하는 일이 될 것이다. 또한 환경을 인위적으로 파괴하고 단절하고 착취하는 태도를 버리고 환경조화형 도시의 골격을 만들어가는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하는 일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담장없는 국회를 위한 문화성의 원칙 : 국회를 명령과 복종의 폐쇄적 공간이 아닌 사용하고 향유하는 일상적 문화 공간으로 재구조화. 탈권위적이고 다양한 문화예술프로그램의 개발 및 운영을 통해 국회 공간의 참여성을 극대화. 궁극적으로 의사결정 과정이 민의를 대변하는 수동적 민주주의를 넘어 국회 공간 전체에 민의의 다양성이 생동하도록 프로그래밍.

현재 국회 공간은 공공기관 특유의 황폐한 스펙타클이 지배하고 있다. 국회의 담장을 허무는 일은 국회를 고립되고 황폐한 공간이 아닌 일상적이고 활기찬 공간으로 재배치하는 것이고 여기에 문화적 공간 기획이 더해진다면 국회는 사용과 향유의 공간으로 재구조화 될 것이다. 이는 비인간적 도시 공간으로 존재하고 있는 국회를 문화적 상상력이 살아 숨쉬는 인간적인 공공 영역으로 탈바꿈하는 일이 될 것이다.

또한 국회의 담장을 허무는 일은 국회에 대한 물리적․심리적 장벽을 걷어냄으로써 국회 내 문화를 고급 문화에서 일상 문화로, 눈 중심의 문화에서 몸 중심의 문화로 전환하는 일이 될 것이다. 이는 궁긍적으로 일방적인 훈육과 교육을 통해 전승되고 있는 우리의 민주주의 문화를 다양한 탐험과 체험을 통해 체득하는 민주주의 문화로 전환하는 획기적 계기가 될 것이다.

물론, 국회 공간을 시민․생태․문화 공간으로 전환하는 일은 단기 완료가 아닌 장기 지속의 방향에서 접근해야 하며 이와 관련한 다양한 의견과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지금 시급하고 중요한 것은 국회 나아가 대의민주주의 공간에 대한 원칙을 확고히 하는 일이다. 그 시작으로 우리는 국회에 대한 물리적․심리적 단절을 초래하고 국회 공간에 대한 접근을 원천 차단하고 있는 국회 담장을 허물 것을 제안하는 것이다. 폐쇄적 국회를 개방적 국회로 전환하는 것을 제안하는 것이다. 국회 담장을 허무는 일은 우리사회가 민주주의의 상식이 통용되는 사회라는 것을 확신하는 일이며, 개발과 파괴가 아닌 보존과 어울림의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라는 것을 천명하는 일이며, 획일성의 문화를 다양성의 문화로 진전시켜가는 일이다.

오늘 우리의 제안이 시민사회, 정치권 그리고 사회 전체에 생산적 논의의 계기가 될 것을 기대하며, 국회 공간이 민주적․생태적․문화적으로 재구성되는 그 날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해 갈 것임을 밝힌다.


2005년 11월 8일

담장없는 국회만들기 시민사회 네트워크 준비모임

녹색연합, 문화연대, 미술인회의, 민족건축인협회,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서울환경연합, 새건축사협의회, 시민의신문, 참여연대,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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