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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학교폭력은 영화심의강화법으로 해결되지않는다

<학교폭력은 영화 심의 강화법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지난 14일 김진표 교육부총리와 열린우리당 지병문 제6정조위원장 등은 '친구''말죽거리잔혹사'와 같은 일부 영화가 청소년의 모방폭력을 부추길 수 있다고 판단,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폭력집단의 소속원으로 나오는 영화나 만화, 인터넷 정보물 등을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고 한다. ‘창작의 자유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라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영화, 만화, 인터넷 정보물을 규제함으로써 청소년의 폭력적 범죄를 막아보자는 발상을 교육부총리나 교육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이 하고 있다는 것은 청소년 범죄의 원인에 대해 교육 관계자들이 무지하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들은 최근 충주지역 여고생이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자살하는 등 학교폭력이 위험수위에 달했다고 보고 위와 같은 조치를 취하려고 한 모양이지만 그러한 사건발생의 원인을 ‘영화 모방심리’정도에서 찾고 영화 심의과정을 강도 높게 규제함으로써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참으로 무책임하고 근시안적인 발상이다. 그렇다면 청소년 자살 충동 원인의 63.9%는 학교 성적비관이라 하고(서울 YMCA 청소년 상담실 조사), 성적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자살하는 학생도 매년 200여명에 이른다고 하니 ‘성적으로 인한 스트레스 대책’은 어떤 규제를 통해 가능하게 할 것인가.


한국의 학생들은 한국교육정책의 희생자이다. 학벌주의사회에서 대학은 서울대학을 정점으로 수도권대학→지방국립대학→지방사립대학→전문대 순의 대학 순으로 철저히 서열화 되어 있으며 높은 서열의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학생과 학부모는 유아기 때부터 점수 따는 기계로 내어몰린다. 한 살짜리를 위한 수학 문제집이 서점에서 팔리는 나라가 아닌가. 학생들은 무한입시경쟁 속에서 초중등교육까지 황폐한 교육현장 속에 내몰리고 있다. 오죽하면 국제사회는 한국을 ‘선진국형 아동학대국’으로 규정하고 있겠는가.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자조적 한탄을 하게 만드는 경제의 양극화 현상 역시 한국의 교육문화를 더 한층 왜곡시키고 있다.


한국의 교육정책은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건강하게 뛰어놀 시간과 공간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밝은 햇살 아래, 푸른 잔디를 밟으며 친구들과 마음껏 손잡고, 어깨동무하며 몸과 마음을 성장할 기회를 박탈해 놓고 또 다른 규제로 학생들이 피해자가 되는 상황을 막아보려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우리, 함께하는교육시민의모임은 교육관계자들이 청소년들에게 일어나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근시안적이고 단편적인 방법을 모색하는 것에 연연해할 것이 아니라 경제적 양극화의 해소, 학벌사회나 대학의 서열화 해소, 성적에 대한 부담 없이 마음껏 건강하게 몸과 마음을 성장하게 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의 확보 등을 위해 장기적이고 근본적이고 총체적인 노력을 기울여 줄 것을 촉구한다.


2005. 11. 16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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