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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의 '깽판'과 밀실의 교육과정

 

전교조의 ‘깽판’과 밀실의 교육과정


                                                    김정명신(범국민교육연대 공동대표)


며칠 전 한국 교육과정평가원과 교육부가 주최한 수준별 수업공청회가 열렸다. 내가 아는 분이 여기에 ‘공부하고자하는 마음’으로 참가했다가  전교조의 공청회방해 행동에 놀랐다며 ’전교조가 요즘 막간다.  전교조는 점점 왜 그래? ‘라고 내게 물었다.


대강 무슨 내용인지 짐작은 갔다. 전교조가 공청회를 막을 힘이 부족하니 시비를 걸며 공청회를 방해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리라. 보다 자세한 것은 전교조가 답할 문제이나 내가 속한 범국민교육연대도 같은 행보를 취할 때가 있기에 몇 가지 상황을 공유하고자한다.


지난해부터 전교조는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원정책 공청회 중단, 2008년 입시안 공청회, 외국인학교특별법공청회 중단, 크고작은 교육현안 관련 공청회를 몇차례 파열음을 냈다. 나는 2008입시안 공청회를 파행으로 이끌지는 않았지만 청중토론을 통해 ’교육부가 자신들 안을 지지해줄 지정토론자를 불러 용비어천가를 부르게한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교육부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밝히는 긴 청중토론을 통해 파열음을 낸적도 있다. 그때도 교육부가 내가 속한 교육연대에 지정토론 제안과 취소를 번복하다가 생긴 불상사이다. 이후 지난해 가을, 교육운동진영은 고교등급제를 공론화시켜냈다. 그러나 전교조에게 남은 방법이 청중들의 냉담한 반응을 이끌어내는 ’깽판‘, 이 방법밖에 없을까? 폭력과 무례함, 나도 싫어한다. 그러나 그 절규와 같은 그 방법을 아직도 사용하는 전교조본부를 비난하고 싶지 않다.  전교조와 교육운동단체를 지정토론에 초청했는데  여기서 할말 다하면 되지 않느냐? 고 묻는다면 교육부가 밀실에서 얼렁뚱땅 결정하고 공청회라는 통과의례를 요식적으로 갖추는 한 이런 모양새는 중단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생각이 든다.


최근 2-3년 사이 교육부가 강행한 7차교육 과정의 문제점은 현장에서 우려하던 대로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러나 이에 대한 교육부 측의 대안마련이나 평가는 전무하다. 교육부는 말도 많은 7차 교육과정도 제대로 성공시키지 못한 채 이제 8차 교육과정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공청회는 총론 격에 해당한다. 그런데 문제는 세상이 변하고 교사들도 과거와는 달리 일방적이고 수동적으로 가르치는  입장에서 제대로 된 교육과정을 만드는데 참여하겠다는데 교육부의 태도가 이들을 참여시키기보다 단지 몇 명에 불과하게 들러리세우기 때문에 작금의 상황이 발생한 것이었다.


사회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각 과목마다 배워야할 것들이 새롭게 바뀌고 가치가 변화한다. 그래서 정부는 몇 년에 한번 씩 교과서를 구성하는 교육과정을 새롭게 기획하고 결정한다. 이를 위한 기구가 교육과정심의회이고 전체인원수가 과목별 위원까지 다 합하면 400명 안팎이다. 나도 교육부 교육과정 심의회 중 운영위원회 위원이다. 교육과정 심의위원회가 구성되면 위원에 위촉되기 위해 여기저기서 로비가 들어온다고 한다. 각 대학 학과 교수들의 과목이기주의가 있기 때문이다. 고교과목에 자신의 전공분야를 넣어야 교수 제자들이 교사로 취업도하고 교수자신은 교과서도 써야하고 참고서도 팔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교육과정에 어떤 내용이 들어가고 빼는가는 그들의 이해관계에 직결되고 그러다 보니 경쟁이 치열할 수 밖에 없다. 문제가 많이 발생하자 교육부는 고육지책으로 현장교사들을 참여시킨다고는 하나 아직은 부족하다. 내가 속한 교육과정 심의 운영위원회는 30명 규모이고  전체를 아우르는 총론 격에 해당할 것이다.  그러나 지난 1년 운영위원회 회의는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위원이 되겠다고 아우성친 사람들은 각각 밀실에서 교육과정을 주물럭거리고  각 과목 별 위원회에서 일이 착착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교육운동단체들은 8차 개정을 앞두고 사회적 교육과정위원회를 만들 것을 요구하고 수준높고 다양한 교육과정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위원추천도 하고 현장의 의견수렴을 촉구했다. 그러나 대다수 위원은 위촉에서 제외되고 사회적 교육과정위원회 역시 교육부의 거부 때문에 수포로 돌아가자 몇 명 되지 않는 위촉위원들은 위촉을 거부하는 기자회견까지 열었었다. 바로 1년 전이다.


경제교과서만  예로 들더라도 재계사람들은 그들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것이 마음에 안 들어 대안 참고서격인  교과서를 만들어냈다지만 경제를 다룬 교과서 내용역시 다른 관덤에서 보면 문제가 많다는 것을 느낀다. 교육부가 만들어내는 윤리교과서도 그렇다. 대학 논술시험에 세계화와 경제문제가 번질나게 출제되어 세계화, 신자유주의를 꿰듯이 외우고 있지만 사회적 양극화에 대해서는 별 관심없듯이 학생들이 배울 내용을 결정하는 교육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그동안 일방적으로 교육부의 기획에 말없이 순종했고 이제 그를 거부하는 움직임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고 이는 매우 소중하다. 그러나 아직 변화의 기류를 알아차리지 못한 교육부는 관행대로하고 이에 대한 마찰은 어제 공청회에 안팎의 차가운 시선을 뒤로하고 작게나마 파열음을 내는 일로 나타난 것이다. 수준별수업도 마찬가지이다. 수준별 수업은 평준화를 보완할수있는 기제가 되는 장점도 있지만 이것이 성공적으로 시행될 여건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를 강행하려고하고 있다. 여기에 따른 마찰도 불가피하다.  이제 교육개혁진영은 교육부의 8차교육과정 수립에  맞서 잘못된 점을 공론화하고 개선하는 과업이 고스란히 남았다. 교육부는 공청회를 치루었으니 더욱 본격화, 구체화시킬 것이다.


흔히들 개혁의 어려움을 자동차에 비유한다. 개혁은 낡은 자동차의 바퀴를 갈아 끼우는 것이고 혁명은 낡은 자동차를 새것으로 바꾸는 것인데 낡은 차를 새것으로 바꾸는 것이 차라리 쉽다고 한다. 교육개혁은 그 어느 분야의 개혁보다 어렵다.  기득권의 가치를 전수하면서도 거기서 멈추지 않고  다양한 가치를 가르쳐야하는 교육현장은 그야말로 최전선이다. 교육개혁이 지난하며 때로는 제자리 걸음을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교육부를 상대로 최전선에서 싸우는 교육운동 동지들에게 지지를 보낸다.   (2005.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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