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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점이 온다

이 책은 학교에서 듣는 Digital Value Design 과목의 과제로 작성된 것입니다.

  • 책 정보
    1. 국문판
      • 특이점이 온다
      • 저자: 레이 커즈와일
      • 역자: 진명남, 장시형
      • 감수: 진대제
      • 출판일: 2007년 1월 7일
      • 출판사: 김영사
    2. 영문판
      • The Singularity Is Near: When Humans Transcend Biology
      • Author: Ray Kurzweil
      • Publishing Date: September 26, 2006
      • Publisher: Viking Penguin
  • 별점: 4/7
  • 요약
      커즈와일은 인간은 곧 컴퓨터가 됨으로써 생물의 한계를 극복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너무 낙관적인 듯 하기도 하지만 기술 발전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는 주장이나 뇌를 기계로 옮긴다는 아이디어는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미래 예측에 대한 방대한 자료를 접할 수 있어서 좋지만 논리가 분산되고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단점도 있다.


“특이점이 온다”는 제목이 평범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특이점이라는 단어 자체가 일상 생활에서 자주 쓰이는 단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여기서 쓰인 특이점은 수학이나 물리학에서 쓰이는 특이점과는 의미가 다르다. 이 책의 표지에는 “기술이 인간을 초월하는 순간”이라는 표현이 있고, 영문판 부제는 “인간이 생물학을 초월하는 순간”인데, 이들이 이 책에서 쓰인 특이점이라는 말을 가장 잘 설명하는 표현인 것 같다. 커즈와일은 컴퓨터의 능력은 인간을 능가하게 될 것이고, 인간은 컴퓨터가 됨으로써 생물의 한계를 극복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이점은 바로 인간과 기계가 융합하는 순간을 가리키는 것이다.

커즈와일은 진화의 역사를 여섯 시기로 나누었다. 제 1기는 물리 현상과 화학 반응, 2기에는 생물과 DNA가 중심이 된다. 3기에는 뇌에, 4기에는 컴퓨터와 같은 기술에 정보가 들어 있게 된다. 5기는 특이점과 함께 열리게 된다. 기술과 인간 지능이 융합하여 인간 뇌의 한계를 초월한 발전이 가능해지는 시기이다. 마지막 6기에는 인간의 지능이 우주를 가득 채우게 된다. 우리는 4기에서 5기로 넘어가는 단계에 살고 있다.

4기와 5기의 경계에 있는 특이점이 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그다지 길지 않다. 그 이유는 기술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여러 자료를 활용해 역사의 주요 사건들을 뽑아 놓고 다음 사건까지 걸린 시간을 각각 계산해 보면 최근에 일어난 일일수록 다음 사건까지 걸리는 시간이 극적으로 줄어든다. 10만년 전에는 천년이 지나도 큰 변화가 없었지만, 100년 전에는 10년 동안 수많은 일들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의 발전 속도로는 100년이 지나야 일어날 수 있는 일이 10년 뒤에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수확 가속의 법칙이라고도 하는데, 기술이 발전하면 기술이 발전하는 속도 자체도 빨라지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커즈와일은 특이점이 오게 하는 동력으로 유전공학, 나노기술, 로봇공학과 인공지능을 지목하고, 이들을 줄여서 GNR이라고 부른다. 먼저 유전공학을 통해서 생물학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고, 병 없이 무한정 살 수 있게 된다. 나노기술을 통해서는 원하는 물건을 무엇이든 만들 수 있게 된다. 끝으로 로봇공학과 인공지능을 통해 인간의 신체를 비롯한 물리적인 차원을 초월한 존재가 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20년 정도만 지나면 얼마든지 살 수 있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에 커즈와일의 주장도 상당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모든 역사를 포함하는 이론을 만들기 위해 꽤 많은 무리를 했다는 생각이 든다.

먼저 4기에서 5기로의 전환이 성공적이기 위해서는 인간의 의식을 컴퓨터로 옮길 수 있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특이점은 인간이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순간이 아니라 컴퓨터와의 생존 경쟁에서 패배하는 순간이 되기 때문이다. 커즈와일은 설의 중국어 방의 논리를 사용해서 컴퓨터가 의식을 가질 수 없다고 보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커즈와일은 컴퓨터가 의식을 가질 수 있다는 어떠한 증명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미 생명공학과 나노기술로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진 사람들이 죽음의 위험을 굳이 무릅쓸 것 같지는 않다.

5기에서 6기로의 전환을 끌어내기 위해 커즈와일은 광속을 극복할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제시된 실험이나 이론이 모두 검증이 더 필요한 것들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야말로 지나친 비약이다. 나는 광속의 돌파 가능성을 믿지 않으며, 인류는 광속의 한계 안에서 행복을 찾아 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페르미 역설은 우주에 우리만 존재한다는 주장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본다. 외계 생명체가 존재하더라도 광속을 극복해 우리와 통신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술 발전도 언젠가는 한계를 맞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끝 없이 뻗어 나가는 “특이점” 보다는 완전히 다른 수준으로 급격히 변화하는 “임계점”이 더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그 밖에도 여기 저기에서 논리의 비약이나 성급한 일반화를 볼 수 있었다. 몇 가지만 예를 들면 소프트웨어가 사람보다 믿을 만할 수도 있다는 주장을 하면서 “자동 착륙 인도 소프트웨어에 오류가 나서 비행기 사고가 났다는 얘기는 한번도 들어본 적 없다”고 하는데, 잘못된 소프트웨어 때문에 우주선이 폭발한 사례도 있고, 소프트웨어가 비행기 사고에 영향을 준 경우도 있다. 경제적 불평등이 줄어들고 있다고 주장할 때에도 근거로 세계 은행과 살라-이-마틴의 자료를 예로 들었는데, 논란이 되는 주제에서 밀라노비치와 같은 학자의 주장은 무시하고 낙관적인 쪽의 주장만을 골랐다는 의혹을 떨칠 수 없다. 너무 많은 내용을 담아 주의력을 분산시키기보다는 핵심 주장에 대한 확실한 근거를 제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편 기술로 인한 문제는 기술로 해결하면 되며, 그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희생은 감수해야 한다는 그의 기술만능주의에도 동의하기 어렵다. 미래학자로서 신중론자들을 겁쟁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정치가로서 위험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정책을 진행하는 것은 오히려 무책임한 일이 될 것이다.


그의 모든 주장에 동의할 수는 없었지만, 미래 예측에 대한 방대한 정보를 접하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은 즐거운 경험이었다. 기술 발전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는 주장이나 뇌를 기계로 옮긴다는 아이디어는 한번 정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나도 그도 얼마든지 살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니, 그때까지 살아서 함께 구경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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