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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위하여 촛불을 드는가

달군님의 [예비군에게 보호받고 싶지않다.]에 관련된 글.

광우병 관련 집회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앞으로 더 큰 시위가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대통령이 촛불은 누구 돈으로 샀고, 누가 주도했는지 보고하라고 지시하는 것을 보면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집회가 계속되면서 집회를 이끄는 사람들에 대한 비판도 간간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다함께가, 최근에는 예비군들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먼저 우리가 먼저 무엇을 위하여 촛불을 들고 있는지, 촛불을 들어서 우리가 무엇을 얻는지 한번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막기 위해 촛불을 들고 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처음으로 광장에 모였던 10대들은 "0교시 반대, 우열반 반대"도 함께 외쳤고, 지금도 시민들은 자유 발언대에서 자신이 나라에 바라는 것들을 함께 외치고 있습니다. 촛불의 진정한 목표는 단순히 정부의 정책 하나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 국민을 두려워하고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촛불을 통해 지금까지 우리가 얻은 것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운 경험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시위에 참가해 보지 않았던 사람들이 시위에 참가하고, 자유롭고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투표만 하면 충분하다는 생각, 투표를 해도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서 더 나은 세상은 어떠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러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내가, 그리고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새롭고 자발적인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이러한 경험들을 통해 더욱 발전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집회를 이끄는 입장에서는 사람들이 행동하는 것을 보면서 아쉽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더욱 효율적으로 의견을 전달할 수 있을 텐데, 이렇게 하면 덜 다칠 수 있는데, 이러한 생각이 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집회를 이끄는 분들이 자신의 경험을 나누면서 함께 행동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입니다. 다함께도 예비군들도 처음에는 그렇게 시작했고, 많은 공감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집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약하고 잘 모르니까 우리가 하자는 대로 하라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참가하는 사람들은 다르게 해 보고 싶은데, 이 구호를 외쳐야 한다, 이쪽으로 가야 한다, 이 사람들은 뒤로 빠져라,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고 하는 것에서 문제가 생겼다고 봅니다.

집회를 이끄는 분들도 좋은 뜻에서 한 행동일 것입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이렇게 하지 않으면 사고가 날 수 있다고 생각하셔서 그렇게 했을 것입니다. 집회의 목적이 단순히 집회를 성공적으로 하는 것이라면 이러한 행동에는 문제가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집회의 궁극적인 목표를 생각해 본다면 이러한 행동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여러분의 지도를 받으면서 아무 사고 없이, 일사불란하게 거리를 행진하면 집회는 성공한 것일까요? 경찰들을 밀어내고 청와대로 행진하면, 그래서 대통령을 끌어내리면 모든 것이 해결될까요? 족집게 과외 선생님이 가르쳐준 모범 답안대로만 행동했던 사람들이 우리 사회를 마음대로 그려낼 수 있는 백지를 얻어냈을 때 과연 진정으로 살기 좋고 아름다운 사회를 설계할 수 있을까요? 당장은 비효율적으로 보이더라도, 몇몇 실패를 경험하는 한이 있더라도, 올바른 소통을 경험하고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더욱 위험한 것은 지도자가 없으면 사람들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 이러한 생각이 확산되면 사람들은 세상을 바꾸는 것은 남의 일이고, 스스로 열심히 싸워 봤자 남 좋은 일만 하게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지도자들이 이러한 생각을 가질 경우 사람들을 소모품으로 볼 위험이 있고, 대부분 끔찍한 독재로 이어지게 됩니다.

여러분들이 지금까지 오랜 세월 동안 더 나은 세상에 대해 고민도 많이 하고 활동도 많이 한 것은 알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수많은 사람들이 광장으로 나온 것을 보니 여러 욕심들도 생길 것입니다. 하지만 내가 답을 알고 있으니 따라오기면 모범 답안이 있으니 따라오기만 하면 된다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경험과 지혜를 나누는 자세로 그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무엇을 함께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 더욱 나은 결과를 만들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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