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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9/03
    6월 28일-7월 2일
    나르맹

6월 28일-7월 2일

6/13 나동 접견

 

6/28(화)

쌀 300가마를 드디어 끝냈다. 40kg쯤이야 이제 거뜬히 나를 수 있는 요령이 생긴 것 같다. 4시에 입방을 했기에 혼자 짐 정리를 좀 했다. 책 권수가 생각보다 많아서 얼른 택배로 내보내야겠다. 왜 갑자기 런던 떠나던 날 준비하며 택배를 부치러 가던 장면이 떠오르는 것일까.

딱 1년 전, 햄과 나는 홍대입구역 5번 출구에서 만나 걷고 저녁을 먹고 술 한잔 하고 홍대 앞 놀이터에서 데이트를 했었지. 휴우-

 

6/29(수)

드디어 내일 이 취장을 떠난다. 영치로는 같이 있던 형제 분이 역시나 내일 옮긴다고 한다. 일이 이렇게 되니 좀 만 더 기다리고 참아볼 걸 하는 아쉬움도 남지만, 그래도 지난 주 내 정신 상태를 떠올려보면 지푸라기라도 잡고픈 마음이었기에, 예측가능성을 원했기에 내 최선의 선택이었다 위로를 하고 있다. 갑을관계에 얽메이지 않고 자격증도 따고 자기표현 더 알아보고 판단할 걸 하는 후회가 없는 건 아니지만, 난 너무 막막했었다. 현민과 마지막 만남이었던 어제까지도 제대로 된 인사 못 나누고 고작 어디로 옮길지 하는 얘기나 나눈게 미안하고 민망하고 아쉽다. 편지나 한통 보내야지-.

내일, 어떤 사람들을 새로 만나게 될지 궁금, 설렘. 위계질서가 좀 낫긴 할까. 아니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도 든다.

6월 27일 엄마 동생 접견.

6월 김정연 홍수봉 접견

 

6/30(목)

6월의 끝, 여자친구, 뭐 이런 농담을 던질 수 있을 만큼 지금 기분은 매우 편안하고 여유롭다. MT촌 단체 방에 온 것 같기도 하고, 술이 없고 서로 아직 잘 모르기에 각자 일을 하거나 옆사람과만 조용히 얘기를 하는 모습을 보면 배낭여행 다닐 때 묵었던 유스호스텔 생각이 나기도 한다. 기분이 참 묘하다.

늘 편지 쓴다고 빠듯하던 시간에서 벗어나 이젠 오히려 시간이 남는 게 오히려 낯설고 뭔가 불안하기도 하다. 졸지에 '소지'란 역할을 맡았다. 징역이 풀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현민이 나갔다. 나가고 나니 이제야 12시 운동 시간에 관용부 출역수들과 함께 운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참.

 

7/1(금)

와. 7월이다. 이게 얼마만에 써보는 MP인가. 감격스럽다. 아침마다 잘 굽혀지지 않는 오른 손가락도 한 일주일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아침에 일어나 씻고, 다른 사람들이 씻는 동안 난 자기명상 공감을 하고 이렇게 노트를 하고 심지어 책도 잠깐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음에 감사한다. 소지로서 생활이 시작된다. 커피 타는 일. '을'이 안 되면 '교육생'으로 있을 땐 커피 타는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뭐 '존중' '공평함' 이런 욕구들이 아쉽지만, '유대' '친밀함' 인정, 평탄함을 위해서 선택하고자 한다. 드디어 영배씨와 수다를 떨 수 있겠구나. 와. 비가 안 와야 할텐데.

(-이번 주말에 편지 보낼 곳:)

낮에 영배씨와 감격적인 해후를 맞았다. 40분 남짓. 운동장을 걸으며 대화를 나누는데 시간이 너무 빨리 흐르더라. 낮에 고무 장화가 아닌 슬리퍼를 신고 있을 수 있다니 이거 뭐 하루아침에 지옥에서 천당으로 온 기분이다. 햄 생일 선물을 뭘 해줄 수 있을까. 그림을 못 그리는 게 한이다.

겹겹이 놓여있는 장벽들- 유리창, 철창, 철조망, 담벼락, 촘촘한 구멍으로 시야를 가로막으려 애쓰는 철제 슬레이트 틈 사이로 정차하는 버스 소리가 들려온다. 녹색칠이 된 구로05번 마을버스. 금요일 밤 9시 30분. 이 시간에 마을버스를 타고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려나. 일주일의 노동을 마무리 하며, 다가오는 주말을 떠올리며. 열심히 돌아가는 선풍기 소리. 각자의 형 종료일을 향해 다시 또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

 

7/2(토) MP

아침에 깨어 차분히 명상을 할 수 있는 시간에 감사하다. 여러 통찰들이 생긴다. 내 어깨가 취장은 벗어났지만 여전히 경직되어 있구나. 햄 생일. 기념일을 앞두고 신경이 쓰여서 뒷골이 무거웠구나. 어떡하면 햄에게 내 사랑을 표현할까 고민했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내가 사랑받고 있음을 확인하고 싶은 강렬한 욕구가 보였다. 그동안 했던 일 리스트, 앞으로 할, 하고싶은 리스트를 만들어서 보내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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