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벳 여행] 4. 티벳은 몸으로 배운다.

 

티벳은 몸으로 배운다

- 시가체에서 하루

 

링거를 맞은 덕분인지 머리가 개운하다. 정말이지 살 것 같았다. 하지만 주사를 맞은 엉덩이는 아직 아프다. 멍이라도 들었겠지.

오늘은 라싸를 떠나 티벳 제2의 도시인 시가체로 가서 하루를 묵는다. 시가체는 아미타불의 화신인 판첸 라마가 사는 곳이다. 예전엔 달라이 라마와 판첸 라마가 서로 상대방의 스승이 되어 불법을 가르쳤다는데 지금은 아닌 모양이다. 현 11대 판첸 라마는 중국정부가 선발하였고 시가체가 아닌 북경에 산다고 한다.

시가체로 가는 길은 험준한 산길을 넘나든다. 차량의 과속 방지를 위해 중간중간 검문소에서 모든 차량의 통과 시간을 측정하기 때문에 너무 속도를 냈다가는 중간에 잠시 쉬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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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수장(水葬)터에 들른다. 티벳에서 장사를 치르는 방식은 크게 탑장, 천장, 화장, 수장, 토장 다섯 가지가 있단다. 탑장은 달라이 라마만 하는 것으로 탑 안에 시신을 각종 보물과 함께 안치하는 방식으로 라싸에 있는 포탈라궁에 모셔져 있는 탑들이 역대 달라이 라마의 시신을 안치한 것이다.

천장은 라마 같은 높은 승려들이 하는 것으로 시신을 독수리에게 먹이는 것. 티베트에서 독수리는 신성시하는 동물인데 사후에 시신을 신성한 독수리에게 보시하면 독수리를 통해 영혼이 하늘로 올라간다고 믿는다. 화장은 말 그대로 화장이고, 대부분 티벳 사람들이 장사를 지내는 방식이란다.

수장은 아이나 과부, 거지 등이 죽으면 물고기에게 주는 방식이다. 그런 이유로 티벳 사람들은 물고기를 거의 먹지 않는다. 저렇게 시신을 처리하는 장소가 있고, 앞 강물에 던진다.

이 근처엔 천장터도 있다는데, 사다리 모양의 그림이 그려져 있는 곳이 천장터가 있다는 표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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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토장은 흔치 않은데 범죄자나 전염병으로 죽은 사람 땅에 묻는 방식이다. 천장을 지내는 천장사는 신분이 제일 낮아서 이 사람이 죽으면 토장을 한단다. 실용적으로 생각해도 티벳은 땅이 척박해서 시신을 묻어도 잘 썩지 않는다. 따라서 토장이 아닌 화장, 천장이라는 방식을 주로 사용하는 게 납득이 된다.

 

가는 길에 시멘트 벽돌로 모두 똑같이 지어놓은 집들이 여러 채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게 보인다. 집집마다 중국의 붉은 국기가 펄럭인다. 중국 정부가 유목민들의 정착을 유도하기 위해 지어준 집단 정착촌이란다.  한국처럼 주택난이 심각한 곳에서 정부가 시행하는 '보금자리'라면 모를까 계절따라 양이나 야크 풀 먹이려 돌아다니는 사람들에게 집 지어줄테니 들어와 살라고 하면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긴.. 앞으로 다른 삶의 방식을 터득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려면 도시에 정착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아무래도 정착을 하면 가축의 마릿 수가 줄텐데, 생활은 어떻게 할까... 짧은 시간에 온갖 망상이 지나간다.  

 

해발 4490m에 자리한 얌드록쵸에 도착했다. 티벳의 4대 성스러운 호수 중 하나로 ‘분노한 신들의 안식처’란 뜻을 담고 있다. 바람이 강하게 불어 제대로 서 있기 힘들었다. 저 멀리 눈덮인 산이 보이고, 한 겨울이라 호수는 일부가 얼어 있다. 호수 주변엔 사자처럼 목에 갈기가 있는 중국 개를 한 마리 끌고 사진을 찍으라고 호객을 하는 아주머니가 있다. 사진 한 장에 10원이다. 개와 아주머니를 피해 카메라를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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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카즈’라는 조그만 동네에서 점심을 먹는다. 고산증에서 헤어나왔다고 생각했건만 식욕은 좀체 회복되지 않는다. 가이드 오영씨가 잘 못 먹는 우리를 걱정해서 기름과 향신료를 덜 넣고 조리해달라고 특별히 부탁한다. 그나마 기름을 덜 넣은(!) 식사가 나왔다. 우리 옆 테이블의 아저씨는 짬빠가루를 가지고 다니며 식당에서도 손수 반죽해서 드신다. 저걸 먹어 볼 기회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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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벳 사람들은 해가 바뀔 때마다 코라(순례)를 하는 방법이 다른데, 이를테면 말띠 해에는 산을 돌고, 원숭이때 해에는 숲, 양띠 해에는 호수를 돈다고 한다. 그럼 올해 용띠 해는? 지금에서 든 생각이지만 그걸 왜 안 물어봤을까 궁금하다. 오영씨가 얘기해줄 때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나보다.

 

카롤라 빙산에 도착했다. 저 멀리 하얀 빙하를 머리에 얹고 있는 산이 5500m 쯤 된단다. 여름엔 빙하가 녹아 이 앞에까지 개천이 졸졸 흐른다는데 지금은 겨울이라 아직 꽁꽁 얼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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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높이 보이는 요새가 바로 간체종이다. 20세기 초 영국군이 침략했을 때 쿰붐사원과 이곳이 최후 저항거점이었단다. 성벽에 포탄 맞은 자국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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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벳 지역은 중국의 여러 성에서 나눠서 개발을 맡고 있는데 이곳 시가체 지역은 흑룡강성에서 개발한단다. 개발로 인해 생기는 수익은 중국 정부로 가지 않고 현지에 고스란히 돌려준단다.

 

식당에 들어서도 식욕이 당기지가 않는다. 종일 차를 타고 움직여서 에너지 소모가 적기도 했지만 기름기 없고 담백한 것을 먹고 싶은 욕구 때문이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여기서는 채소나 샐러드를 주문해도 오이와 청경채를 기름에 흠뻑 적셔서 내오기 때문이다.

고산증을 앓고 나서부터 인지는 모르겠으나 이곳의 모든 물, 음식, 사람에게서 야크기름 향이 난다. 향 자체가 특별히 나쁜 것은 아닌데 아플 때 맡았던 향이라 몸에서 좋은 반응을 보여주지 않는다. 아마도 여길 떠날 때쯤이면 향이 익숙해질까.

티벳은 여느 관광지처럼 정해진 시계에 맞춰 움직여서는 안 된다. 건방떨지말고 오기부리지 말고 호흡이 허락하는 대로 몸이 놔주는 대로 움직이고 생각해야 한다. 고산증으로 아파서 많이 못 보고 못 돌아다닌 것을 안타까워말고  티벳을 몸으로 배운 거라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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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6 22:16 2012/02/06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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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앙겔부처 2012/02/07 20:40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어제 베두인들은 학교에 어떻게 다녔었나 물어봤는데 이동하면서 가까이에 있는 학교에 다닌대요. 유목민들이 학교에 다니기 위해서 정착해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티벳 정말 사진 볼 때마다 가고 싶어요. 야크기름은 뭘까 저는 지금 팔레스타인에 있어서 올리브 기름에 질리고 있는데-ㅅ-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