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봉희

2007/08/07 22:12

늙은 노동자가 운다.

비정규노동자가 울부짖는다.

주봉희가... 목놓아 통곡한다.

 

비정규투쟁 현장마다 어김없이 나타나 힘을 더했고,

온 몸을 다쳤으면서도 이랜드-뉴코아투쟁에 빠지지 않았던 노동자.

 

볼 때마다 아슬아슬... 마음이 무너지고 있는게 보였고,

울분이 가슴속에 다 차서 눈으로는 눈물로, 입으로는 울부짖음으로 넘쳐나는 것이,

내 눈에도 다 보이는데,,,

더 이상 그 포한을 덮어두기 힘들어하는 게 내 눈에도 다 보이는데,,,

 

비오는 오늘,

결국 그는 온 몸에 "박성수를 구속하라"고 쓴 채

그 높고 추운 곳에 스스로 올라갔다.

 

밑에서 할 수 있는 건,

올려다보는 것 뿐,,,

그가 목놓아 울 때, 내 눈에 흐르는 가볍기 짝이 없는 몇 방울 눈물이 빗물에 흘려 내려가기를 기다릴 뿐,,,

그리고,

더 솔직히, 그의 요구며 뭐며 다 필요없이, 박성수가 구속되든 비정규법안이 폐기되든 상관없이,

그가 무사히 내려왔으면 좋겠다는 생각 밖에는...

 

주봉희는 내려왔다.

3시간동안 쏟아지는 비를 온전히 맞은 그가 내려왔다.

말리지 마라며 칼을 휘두르고,

"이랜드 박성수를 구속하라"는 현수막 끈을 붙들고 있던 그가 내려왔다.

 

여전히 '분노'가 그의 몸과 마음을 휘감고 있는 걸 뻔히 알면서도,

우리는 그를 끌어내렸고,

그가 내려온 뒤,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는 여전히 목놓아 울고 있는데,

주봉희는 여전히 마음속에 있는 분을 다 토해내지 못했는데,,,

주봉희가 분한건, 주봉희만의 분노가 아닌데,,,

 

웬지 '주봉희' 뒤에 뭐라고 붙여야 할지 먹먹해졌다.

동지도, 부위원장님도, 위원장님도, 부질없어졌다.

다 필요없다.

'주봉희'! 우리는 그를 잘 알지 않는가.

그가 왜 그러는지도 잘 알지 않는가.

우리의 비정규직 노동자 주봉희! 활동가 '주봉희'!

그의 울분, 그건 고스란히 우리 것이고, 또 우리의 울분이 고스란히 주봉희 것이 아니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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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07 22:12 2007/08/07 22:12
Posted by 흐린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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