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해체 직전...

2008/01/09 19:47

지난 주, 시골에서 아빠가 전화를 걸어오셨다.

그런데, 심상치 않다. 엄마 아빠 두 분이 대판 싸우신 듯 하다...

 

아빠는 전화해서 "미안하다. 이런 아빠는 필요없다. 전화도 하지 말아라.... 니네 엄마 마음도 모르는 내가 무에냐..."운운 하신다.

사실 우리 아빠가 막내딸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신 건 처음이다.

심각했다.

 

엄마한테 전화를 하면 "왜 전화했냐"라고 한마디 하고 툭 끊으셨다.

아... 심각한 상황...

 

언니랑 오빠랑 전화통화를 해본 즉슨, 두 분이 싸우신 것은 분명하고.

예전같은 상황이 아니라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쩝...

(이를테면, 예전엔 두 분이 싸우시면 경쟁하듯 아들딸에게 전화를 걸어 서로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그러다 며칠 지나지 않아 각자 승리를 주장하고, 다시 늘 그렇듯 칼로 물 베는듯한 전쟁이 이어지는 듯도 하지만

둘이 합잡하여 자식새끼들이 문제라는 주장에 이르면 깨트릴 수 없는 '연대'의 어깨걸이... 흐흠)

 

아무든 이번엔 예전과는 자못 다른 심각한 상황이더라는 것.

난, 분위기 파악 차 사건 발생 하루 뒤 다시 아빠와의 전화통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여전히 아빠는 썰렁하시고...

난 딱히 할말도 없고 해서 그냥... 끊었다.

전화를 끊은 뒤 곧바로 내가 파악한 분위기를 언니에게 문자로 알리고자 했다.

언니에게 "아빠랑 통화했는데, 그냥 그렇네~ 할말도 없고, 뻘쭘해서 그냥 끊음. 쩝..."이라는 문자를 날렸다.

'전송'을 누른 뒤, 뭔가 께림찍해서 다시 '보낸 문자함'을 들여다보니,

허걱허걱!!! 허거걱!!!

언니에게 보내고자 했던 문자를.... 이런, 아빠한테 보냈다.

우짜믄 좋노... 미친 년, 미친년.... 이를 어째...

결국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아빠한테 다시 문자를 보냈다.

"저녁식사 맛나게 하시라구요~ 히히"라고....

 

아빠한테 전화가 왔다. "니가 문자 보냈냐?"

나 "응. 아빠는 막내딸 번호 입력도 안해놨어? 내가 보냈는지 꼭 물어봐야 알아?"

아빠 "아니까~ 문자 받았다고 전화하는거야.."

나 "에그, 아빠! 문자 받은 건, 문자로 답장하는 거거덩~"

아빠 "난 문자 못 보내잖냐.."

나, 때는 이때다 싶어서 엄마아빠 화해모드를 연출하고 싶었다. "에그, 엄마한테 물어봐, 엄마는 문자를 얼마나 잘 보내는데~"

아빠 "야, 엄마한테 문자보내는 거 가르켜달랬다가 무슨 쿠사리를 먹으라고.."

나 "아~ 네~"

 

휴우... 겨우 넘어갔다.

언니한테 아빠 욕 무진장 해대는 문자를 보냈더라면?

하늘이 노랗다.... 흑....

 

울 엄마아빠. 돌이키기 힘든 지경인 것 같은데,,, 우얄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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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09 19:47 2008/01/09 19:47
Posted by 흐린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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