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

2008/06/18 13:37

우산 쓰고 버스정류장에 서서 버스를 기다리며,

하염없이 길바닥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바라보는 것도

차를 안가지고 다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다.

참 오랜만에 해본 일이기도 하다.

 

안부

            - 박흥식

 

하는 일은 좀 어떠냐며 우물거리니

먹고사는 건 어떠냐고 물어왔다

그래서 서로

다른 이들 소식으로 말을 돌렸지만

마을버스가 도착하는 바람에

수화기 속은 잡음으로 들끓었다

언제 술이나 한 잔 하자는 말 같기도

다시 통화하자는 말 같기도 했다

눈보라는 살품으로 눈동자로 뛰어들고

줄담배로 잔뜩 쉬어빠진 목소리처럼

골목길을 끌고가는 여름 슬리퍼처럼

또 보자, 잘 있으라는 말이었을 것이다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위한 전국순회 노동문화예술전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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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8 13:37 2008/06/18 13:37
Posted by 흐린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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