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생각 없에 네팔로 갔다. 그냥 산에 오르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그 흔한 가이드북 한 줄 읽지 않았다.

나에게 여행을 준비할 여유는 없었고, 이렇게 준비없이 여행길에 나선 것도 처음이다.

사실, 난 '네팔'이란 나라에 빠져들 마음의 준비가 안 돼 있었다.

11월28일, 홍콩을 거쳐 카투만두로 들어갔다.

카투만두를 본 첫 느낌은 '심란하다'라고 해두자.

차선없이 차들이 곡예하듯 돌아다녔고, 사람은 늘상 부딪힐정도로 많았고, 집은 허물어져 내려앉을듯했고, 시끄러웠으며, 공기는 너무 탁해서 목이 금새 칼칼해져왔고, 출처가 불분명한 냄새는 늘상 내 코끝을 따라다녔다. 그러나, 사람! 사람들은 참 좋아보였다.

그 속으로 빠져들지 않는 한, '여행'은 의미가 없다는 걸 며칠 후 깨달았다.

 

카투만두에 있는 한국인 민박집 '네팔짱'. 나도 여기 묵었다. 주인아줌마가 사람을 참 편하게 해주는 곳이다. 한국음식을 싸게 먹을 수 있고, 배낭족들과 정보도 교류하고~ 최근에는 빈 방이 좀체 나지 않을 정도로 성황중인듯 하다.

 

 

 

내가 도착하기 며칠 전, 네팔 마오이스트들과 정부는 평화협정을 체결했단다. 시내 곳곳에 마오이스트들의 포스터가 붙어있다. 포스터 맨 위 오른쪽에는 조그많게 레닌, 마오 등 혁명가 4명의 사진이 붙어있다.

 

 

 

무작정 집을 나섰던 것 같다. 시장, 광광객, 상품점들이 몰려있는 타멜거리에 아무 생각 없이, 오로지 마스크로 입만 가린 채 사진기 하나 들고. 릭샤(인력거)와 택시와 사람이 부딪힐 듯 오가는 정신사나운 곳. 마음의 준비 없이 제대로 네팔 속에 빠져버린 셈이다.

카투만두는 자동차 매연 때문에 공기가 심각한 수준으로 오염됐다고 한다. 매연 때문에 공장은 주로 국경지역에 짓기 때문에 물류비용이 많이 든다고 한다.

 

 

 

손님을 기다리는 릭샤. 자전거 위에 2인용 좌석을 실어놓은 인력거와 비슷한 것이다. 릭샤값은 그야말로 흥정하기 나름이다. 릭샤는 카투만두에서 포카라로 넘어가던 날 버스타는 곳까지 새벽에 한번 타봤다. 10여분 가는데, 네팔짱 아줌마는 30루삐 주라고 했고, 릭샤기사(?)는 200루삐 달라하고, 실랑이하다 결국 60루삐(한화로 900원 가량)에 흥정을 마쳤다.

안개도 걷히기 전인 이른 새벽, 할아버지가 끄는 릭샤에 올라 타 담배를 피우니, 내가 위아래도 없는 천하에 몹쓸년이 된 기분이었다.

 

 

 

타멜거리에서 좌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향신료들. 처음엔 무슨 곡식인 줄 알았다.

 

 

 

옛 왕궁들이 모여있는 더르바르광장. 수행하는 흰두교도들을 '사두'라고 한다. 사두는 5루삐를 주면 기꺼이 사진 모델이 돼주겠다며 호객행위를 하는데, 인색한 나는 장기를 두고 있는 한 사두를 몰래 찍었다. 5루삐. 70원정도인데... 쩝...

 

 

 

더르바르광장에 몰려있는 옛날 왕궁들

 

 

 

시내를 돌아다니다 혼탁한 공기와 냄새에 질린 뒤 결국 가이드북에 나와있는 관광객들이 자주 다닌다는 레스토랑이 몰려있는 골목으로 찾아갔다. 역시 그곳엔 현지인은 거의 없고, 깨끗했고, 주로 관광객들만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씁쓸했다. 네팔 노동자들은 보통 한 달에 5000루삐(7만5천원가량) 번다는데,,, 우린 맥주에 샐러드에 1000루삐 이상을 쳐먹고 나왔다.

 

 

 

내일이면 카투만두를 떠난다는 생각에 우리는 마지막(사실 시작인데,,,)으로 '흥청망청' 쓰자는 결의로 보잔그리어(맞는지 모르겠다)라는 레스토랑에 갔다. 네팔 민속춤 공연을 하며, 네팔 전통 음식(달밧)을 정식으로 먹을 수 있는 곳이다. 당근, 무지 비싼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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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29 07:04 2006/12/29 07:04
Posted by 흐린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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