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 달에 한 권 정도 책을 읽는다. 일년에 겨우 12권을 읽는 편이니 그렇게 많이 읽지 않는다. 물론 연구를 위한 서적들, 소위 전공도서를 빼면 그렇다는 말이다. 한 달에 겨우 한 권 읽는 책도 거의 소설책이다. 독서에 관한한 나는 게으름뱅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사실 책을 다양하게 읽고 싶어도 당장 눈 앞에 놓인 논문을 생각하면 이런 저런 책들을 읽기가 쉽지 않다.

이명박 정부가 강바닥 파는데 들어간 돈 22조를 지역 도서관 건립에 썼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 만약 그 돈으로 지역에 공공도서관을 1000개 정도 세웠다면 지역 경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우선 도서관에 사서를 포함하여 최소 5명 정도의 일자리가 발생할 테고 각 도서관이 동일 서적을 2권씩만 구매해도 2천권의 책이 필요하고 그 여파가 적지 않을 것이다. 우선 출판 시장이 살아날 것이고 출판 관련 학과 학생들의 전문성이 강화되고 책과 관련된 다양한 기획들이 형성될 것이다.

나는 젊은 대학생들이 대기업이건 중소기업이건 오로지 취직만을 생각하고 사는 것 만큼 어리석은 짓이 없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일들을 할 수 있을텐데 그저 취직만 생각하니 생각의 폭과 활동 반경이 좁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가끔 글을 쓰면서 먹고 살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도록 그런 문화가 조성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아마 소설가뿐만 아니라 작가 지망생들이 많은 사회에서 삶은 좀 더 부드럽고 여유있고 차분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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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자료를 보면 2010년 기준 전국의 공공도서관은 759곳이다. 세상에! 더 놀라운 것은 장서(인쇄, 비도서)가 70,539,000권이다. 비도서가 포함되어 있으니 실제 책이 몇 권인지 알 수가 없다. 대학 도서관의 장서와 비교하면 공공도서관의 장서가 얼마나 빈약한지 알 수 있다. 이러니 출판시장뿐만 아니라 서점이 제대로 버틸 수 있을리 만무하다. 안타깝다.

[목수정의 파리통신]불황일수록 불붙는 프랑스의 책 사랑
목수정 | 작가·파리 거주 / 경향신문, 2012. 11. 28.

프랑스에서 가장 큰 명절은 단연 크리스마스다. 문화가 종교를 대신하기 시작한 지 오래인 이곳에서 예수의 탄생에 큰 의미가 담기진 않지만, 여전히 크리스마스는 우리의 추석처럼 흩어진 가족들을 모이게 해주는 중요한 날이다. 아이들에게만이 아니라, 함께 모인 모든 사람들 사이에 선물이 오고 가기 때문에 어른들에게도 마음 설레는 날이기도 하다. 11월부터 사람들은 선물 마련을 위해 엄청난 시간과 정성, 예산을 바친다. 프랑스인들이 밝힌 올해 1인당 크리스마스 선물 평균 예산은 378유로(약 52만원). 금년에 프랑스인들이 첫손에 꼽은 선물 품목은 단연 책이다. 그 뒤를 초콜릿, 향수, CD가 잇는다.

5년째 이어지는 경제위기. 여기에 이은 정부의 긴축예산은 일상의 삶을 바짝 조여오지만, 그와 무관하게 프랑스의 도서시장은 날로 성장해 왔다. 프랑스 문화부에 따르면 2010년 프랑스 도서판매는 2억6800만부다. 금액으로 치면 28억3800만유로(약 4조원)로 10년 전에 비해 약 23% 성장한 규모다. 이 중 인터넷을 통한 구입은 9%에 그친다. 여전히 프랑스의 크고 작은 도시 한구석에는 주인의 개성을 담은 서점들이 등대처럼 불을 밝히고 있다. 성탄절뿐 아니라 생일에도 열이면 다섯은 책을 선물로 들고 온다. 서점들도 수동적으로 가만히 손님을 기다리지만은 않는다. 동네 콩알만한 서점들도 끊임없이 작가 초청 행사를 마련, 손님들의 볼이 장밋빛으로 물드는 기쁨을 선사한다.

올해 초, 트리플A 그룹에서 탈락되는 국가적 충격을 겪은 프랑스. 지난주, AA1으로 다시 한 계단 강등되었으나 이번에는 차분하게 신용평가기관들이 내린 평가를 귓등으로 넘겨듣는 분위기다. 묵묵히 책장을 넘기며.

경제위기와 도서 구입의 증가. 이 어딘가 맞지 않는 조합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책을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로 꼽은 사람들의 이유를 들어보자면 그 원인을 조금 짐작할 수 있다. 이들이 꼽은 책선물의 첫 번째 장점은 실용성이다. 책은 다른 선물들에 비해 저렴하면서, 교육적인 의미가 있고, 주는 사람의 신실한 마음이 잘 담긴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책이 실용적이다? 이 점에선 한 사회가 공유하는 가치에 따라 평가가 엇갈릴 수 있다. 프랑스에서도 도서시장의 왕자는 문학(26%), 그중에서도 소설이다. 기껏해야 여행서적(6%)이 그나마 실용서 가운데 순위에 있을 뿐. 이들이 말하는 실용의 의미는 다른 곳에 있다.

초등학교 2학년인 딸아이는 매일 3가지의 숙제를 받아오는데, 그중 늘 빠지지 않는 게 ‘오늘 빌린 책 읽기’다. 학교에 큰 도서관이 있어서, 아이들은 매일 책을 한 권 빌리고, 전날 읽은 책을 반납한다. 교장이 이 도서관이야말로 우리 학교의 심장부라고 소개할 만큼, 독서습관을 길러주는 건 이 학교의 첫 번째 교육목표다. 그 숙제를 하는 동안 아이의 어휘와 사고력, 세상에 대한 인식이 나날이 확장되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여기서 내 실용의 알맹이를 발견한다. “좋은 책을 읽는 순간들이 인생에 축적되면, 뜻하지 않은 시련과 고통에 빠졌을 때 그 순간들을 견딜 힘과 앞으로 나아갈 힘을 동시에 준다”고 말한 작가 신경숙처럼, 프랑스인들은 이 고통의 시간을 이겨낼 힘과 지혜를 책 속에서 찾고 있는 건 아닐까? 이들이 말한 실용은 바로 이런, 길게 계획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찾아지는 실용이 아니었을까?

독서의 해를 지정해 놓고 인구당 10원의 예산을 책정하는 허탈한 문화부, OECD 최저 수준의 공공도서관 수, 독서를 방해하는 입시정책. 이 모든 조건 속에 빈사상태에 이른 한국출판계는 도서정가제를 핵심적인 회생책으로 꼽고 있다. 그러나 보다 더 시급한 건, 책을 통해 우리 속에 녹아드는 자산이야말로, 곤궁한 시절 우리가 행할 수 있는 미래를 위한 가장 실용적인 투자임을 아는 안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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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8 21:29 2012/11/28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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