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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가 나오는 자재창고에서 작업복을 벗다!

[인터뷰] 신창전기 하청 시화공단 (주)건화 노동자들
오도엽 기자 odol@jinbo.net
안산시화공단에 가면 (주)건화라는 공장이 있다. 막 들어온 직원도 십년을 다닌 직원도 임금은 같다. 차별이 없는 공평한 기업 건화. 이들의 시급은 최저임금에 따라 결정된다.

안산시화공단에 가면 (주)건화라는 공장은 없다. 노동자들이 안산시흥지역일반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공장은 사라졌다.

안산시화공단에 가면 건화는 사라졌지만, 공장도 기계도 그대로 있다. 공장은 쉼 없이 돌아가며 생산을 한다. 단지 이름만이 바뀌었다. 건화의 부장으로 일하던 사람이 선인일렉스, 차장으로 일하던 사람이 세국정밀이라는 이름으로 공장을 돌린다. 건화는 살아있다.

공장은 있다? 없다?

사라진 것은 건화도, 공장도 아니다. 노동자의 권리를 찾겠다고 나선 노동자만이 공장에서 거리로 쫓겨났을 뿐이다.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최저임금을 받던 노동자를 거리로 내몰았다.

건화는 신창전기에서 자동차 키 세트를 하청 받아 조립하는 공장이다. 신창전기는 현대, 기아, 쌍용 등 자동차 회사에 거의 독점하다시피 키 세트를 납품하는 업체다.

장기투쟁사업장에 연대를 나온 건화 노동자

“여자탈의실은 창고에 사물함을 갖다놓고 써요. 옷을 갈아입고 있으면, 공구를 꺼내려고 남자들이 불쑥 들어오기도 하죠. 가관인 것은 비가 오면 지붕이 낡아 빗물이 뚝뚝 떨어지고요.”

“탈의실이 아니죠. 큰 창문이 있어 앞 공장에서 훤히 들여다보여요. 또 쥐들의 서식처에요. 옷 갈아입다가 쥐가 나와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죠. 옷 갈아 있다가 뛰어 나올 수도 없고.”

“식당에서 나오는 밥이나 부식은 말할 것도 없고요, 제발 물이나 휴지라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식당에 물이 없다는 게 어디 말이나 됩니까?”

공구 창고에서 옷을 갈아입고

“부식은 전부 나물, 채소예요. 힘든 일을 하는데 가끔 고기라도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요. 한 달에 한번 돼지 두루치기 말고는 일 년 삼백일 내내 반찬이 똑 같아요.”

“저희는 하루 종일 서서 일을 하거든요. 휴게실이 없어 쉬는 시간에 앉아서 쉴 곳이 없어요.”

과거의 이야기가 아닌 2006년 안산시흥공단 건화노동자의 현실이다. 건의도 했지만 아예 말이 먹히지가 않는다. 방법은 똘똘 뭉쳐 노동조합을 만들고, 노동자의 목소리로 싸우는 길 밖에 없었다.

“너무 월급이 적어 임금을 올려달라고 했어요. 알겠다고 하데요. 다음 달 월급봉투를 받아보니 시급 10원 올려주었어요. 이게 임금인상입니까? 놀리고 얕보고 하는 거지. 한 달 임금인상분을 가지고 커피 한잔 뽑아 마시면 끝이죠.”

명절이라고 떡값은커녕 선물 한 번 받아본 적이 없다. 아니 딱 한번 받아봤다. 올해 1월19일 노조가 생기니 공장 설립 17년 만에 처음으로 설날에 비누세트가 나왔다. 조합원들은 노조가 생기니 다른 공장처럼 선물도 나온다고 좋아 했다.

시급 10원 인상

회식도 없다고 한다. 건화에서는 1년을 넘기면 장기근속자다. 최저임금에 복지는 빼고, 기본적인 여건도 갖추어지지 않은 공장에 1년을 넘긴다는 것은 기적과 같다.

조합이 설립되자 (주)건화의 이수영 사장이 직접 관리자를 동원하여 조합탈퇴 작업을 시작했다. 조합원의 아내에게 연락해 “남편을 어떻게 했길래 이 모양이냐”며 모욕을 주었다. 한 여성조합원은 회사에서 남자친구의 회사로 연락해서 조합탈퇴를 시키라고 압박을 넣었다. 조합원의 부모님을 찾아가서 “당신의 아들이 주모자다”며 탈퇴시키라고 협박도 했다.

조합설립 다음 날인 1월20일에는 근무시간에 회사가 폐업했다고 하며 작업을 중단시키며 직원들에게 겁을 주었다. 이 날 회사의 압력에 탈퇴한 조합원이 16명이다.

“조합을 설립했으면 교섭을 해서 노동자들의 이야기와 고통을 들어야지 노조탈퇴 협박 등 부당노동행위를 일삼았어요. 2월20일에는 물량이 증가했다는 이유로 일용직을 공장에 투입하였다. 일용직과 조합원 간의 갈등을 일으키며 탄압을 계속했어요.”

이에 맞서 조합원들은 22일 아침에 선전 작업을 했다. 회사는 관리자를 동원하여 폭언을 하며 몸싸움을 일으켰다. 12차례에 걸쳐 요구한 교섭요구는 묵살되고, 조정위원회에 신청을 했지만, 사장이 교섭할 생각이 없다는 것으로 인정돼 조정이 중지된다.

“조합원이 선택할 길은 파업 밖에 없었죠. 3월13일 파업찬반투표를 통하여 파업을 결의했어요. 그리고 3월24일 성실교섭을 요구하며 1시간 20분 동안 경고파업을 했죠.”

3월31일 오후 5시 이수영 사장은 전 직원을 모아두고 폐업신고를 했으니 공장에 나오지 말라는 통보를 한다. 하지만 4월1일 공장에 가보니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폐업 다음날 어김없이 공장은 돌고

“조합원들만 쏙 빼놓고, 비조합원들이 특근을 하고 있는 거예요. 폐업이 아니라 조합원을 내쫓으려는 수단을 쓴 거죠. 너무나 억울하고 분했어요. 다른 곳에 취업한다고 건화보다 못하지는 않을 거예요. 하지만 왜 싸우는지 아세요. 억울해서요. 너무 분해서 싸우는 거예요. 어찌 헌 신짝 버리듯이 조합원을 하루아침에 거리로 내몬단 말입니까.”

시흥안산일반노조 건화 분회장

건화의 폐업에 대해 원청회사인 신창전기에 의심의 눈초리를 둔다. “조합에 가입하니까, 사장이 하는 말이 노조가 있으면 신창전기에서 물량을 주지 않는다고 했어요. 신창전기가 폐업에 개입했다고 생각해요. 또한 우리가 하던 일을 조합이 생기니 신창전기에서 직접 생산도 했어요. 노조를 없애려는 압력을 신창전기에서 가한 거죠.”

건화의 생산장비들은 대부분 신창전기에서 제공한 것이다. 신창전기에서 일을 하지 않았다 뿐이지 신창전기에 의해 건화는 움직이고 있다. “폐업을 하자 신창전기에서 사급한 그 장비를 가지고 사업주 이름만 바뀌어 생산은 멈추지 않아요. 신창전기가 건화에 조합이 생겼다고 사업주를 바꾼 거라고 밖에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건화의 폐업은 원청인 신창전기와 떼어 생각할 수 없어요.”

신창전기가 의심스럽다

공장도 있고 생산라인도 돌아가지만 하루아침에 일터를 잃은 건화노동자들. 두 달이 넘게 천막을 지키며 일터를 찾으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최저임금을 받고 다닌 터라 당장 고달픈 것은 생계다. 적금은 꿈도 꾸지 못하고 현재를 살아온 건화노동자. 미래는커녕 현재를 하루아침에 도둑맞았다.

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당장의 고통을 참는다고 한다. “아무리 없이 사는 사람들이라고 이렇게 대접해서는 안 되죠. 어딜 가더라도 건화에서 받은 대우 이상은 받을 수 있어요. 하지만 싸울 겁니다. 억울해서라도, 더 이상 우리나라에 우리처럼 억울한 일을 겪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싸울 겁니다.”

너무나 작지만 소중한 싸움을 건화 노동자들은 하고 있다. 비새는 창고에 쥐가 돌아다니고 큰 창문으로는 앞 공장이 훤히 보이는 곳에서 작업복을 갈아입어야 했던 스무 살 처녀가 선택한 노동조합. 최저임금 결정이 급여가 되었던 저임금의 노동자지만 삶마저 최저가 되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는 야무진 얼굴에서 희망을 본다.

억울함을 풀자

“누가 알아주리라 생각하고 싸우는 것 아닙니다. 노동운동가가 되겠다고 생각하는 거 아닙니다. 이 땅에 우리처럼 억울한 일을 당하는 사람이 다시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싸울 겁니다.”

아직 노동가요도 구호도 빨간 조끼도 어색하다는 건화노동자들. 하지만 힘차게 노래를 따라 부른다. 힘차게 구호를 따라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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