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맺음말, 자본주의, 예술 / 박종윤

맺음말, 자본주의, 예술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텐데, 그래도 제법 날씨가 선선할 때였다. 그 날 중 하루를 잡아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무렵, 친한 후배와 함께 남산을 올랐다. 산을 워낙에 좋아하는지라 북한산으로 등산을 가자는 후배의 연락에 냉큼 수락을 했는데, 갑자기 쏟아진 비에 결국은 남산이라도 가보자고 했던게다. 그렇게 산 오르는 것을 좋아하면서도 몇 년 째 계기가 없어 등산을 게을리 했었는데 그동안 붙은 살에 겨우 계단 오르면서도 숨차했다. 그러기를 한 30여 분, 짧은 길이라 금방 남산 타워 앞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지고있던 해는 들어가 어느새 하늘은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잠시 남산 타워 안에 들어가 구경하다 나왔을 때 어느새 하늘은 까맣게 물들고 거리에 네온 사인은 반짝였다. 반짝이던 서울은 비록 인공적인 빛이기는 하였으나 황홀했다. 도시의 밤은 불빛으로 시작한다고 누가 말했던가.


 지하철에서 등교를 하면서는 좋지 않은 기억이 더 많은데, 너무 많은 사람들 사이에 이리저리 치이는 느낌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와중 엉뚱하게도 자동문 위에 있는 광고 때문에 잠시 웃음이 났던 기억이 있다. 공익 광고였는데, 책을 땅바닥에 나이테처럼 말아놓고, ‘책 속에는 지식의 나이테가 있습니다’라는 카피였다. 결국은 책읽기를 권유하는 내용이었지만, 왠지 훈훈해지는 마음이 좋았다. 일전에 공익 광고 공모전을 준비하면서도 괜히 다시 한번 찾아보았던 기억이 있다.


 모든 이미지가 복제되는 현대의 예술에도 아직 아우라(Aura)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광고 역시 그 예술품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대량생산시대가 도래한 이후 광고는 인류가 가진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일종으로 자리잡았다. 일부 사회주의자들은 마케팅 활동을 부정하지만, 그러기에 이미 우리 곁엔 너무나 많은 광고가 일상적으로 자리잡았다. 영상으로, 사진으로, 음악으로, 이미지로. 그리고 대부분의 광고들은 자본주의의 헤게모니를 은연 중에 강화하고, 설파한다. 그래서 가끔은 불쾌하기도, 강요당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또 가끔은 지친 마음에 위안이 되기도, 마음을 비우게 되기도 한다. 이중적일까, 항상 같은 이야기를 다르게 말하는 광고를 만나는 것은 묘하게 지루하지가 않다.


 가끔 길을 걷다 지나치는 광고를 주시하라. 그 곳에는 우리 사회의 폭력, 아름다움, 부조리, 성차별, 이데올로기 등 모든 것이 담겨있다. 도시의 밤은 불빛으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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