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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진영화제 - 플레이 테니스

썩은 돼지님의 [늦었지만 정동진 영화제 넘 좋았다] 에 관련된 글.
* 나도 늦었지만 정동진 영화제 넘 좋아서...

 

영화제라는 데에 별로 가보진 않았지만 정동진영화제처럼 마음 편한 축제를 느낄 수 있는 곳은 없을 것 같다. 마치 좋은 영화보고 서로 나누고 놀고 즐기는 독립영화인들의 잔치 같았다.

 

정동진 영화제 초청 작품들은 훌륭했다. 공무원노조 동해시 지부의 이야기를 다룬 최은정 감독의 다큐가 가장 좋았지만^^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애니메이션들이었다. 강한 인상을 남긴 양성평등. 여성 픽토그램이 비상구, 엘리베이터, 신호등의 남자만 있는 픽토그램에 자신도 함께 들어간다는 2분짜리 영상이다. 짧은 상영시간에도 일상의 성차별 문제를 다 드러내 보이고 있다.

 

이외에도 여러 작품들이 많았지만 가장 신선했던 것은 '플레이 테니스'라는 작품이었다.

 



 

 

"실사 사람이 그린 그림(2D 캐릭터)이 사람이 나간 틈을 타서 컴퓨터 안 3D 캐릭터와 테니스를 치기 위해 궁리를 하다가 결국 스캐너를 통해 컴퓨터 모니터 안으로 들어가 서로 테니스를 치고 논다. 그러나 그들은 곧 판정시비로 서로 다투게 되는데 밖에서 이를 지켜보던 장난감 경찰인형이 판정을 내려준다. 모니터 안의 둘은 테니스 심판으로 경찰인형을 불러들이려고 고민을 하다 캠코더로 경찰인형을 모니터 안으로 불러들이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방을 비웠던 실사사람이 들어오면서 들킬 위험을 맞게 되는데 셋이서 힘을 합해서 슬기롭게 위기를 벗어난다."(작품 소개 중에서)

 

이 작품에는 사람(실사) 이외에 3개의 캐릭터들 즉, 종이그림, 컴퓨터안 캐릭터, 경찰인형이 등장한다. 이 애니메이션이 재미있었던 것은 이 캐릭터들이 각각 차원을 표현한다는 점 그것도 단순히 점, 선, 면, 부피의 차원만이 아니라 현실(공간)과 가상(공간)의 차이까지도 표현한다는데 있었다.

 

종이그림은 대표적으로 2차원의 공간을 나타내고 그 한계 또한 그대로 갖고 있다. 컴퓨터안의 캐릭터와 경찰인형은 3차원을 나타냈는데 이 둘은 결정적으로 현실(공간)과 가상(공간)의 차이를 표현하였다.

 

공간을 이동하는 수단(한계를 극복하는 방식)도 각각 다른데 스캐너는 2차원을 가상공간으로 이동시키는 수단으로 등장하고, 캠코더는 3차원의 사물을 컴퓨터 안으로 이동시킨다.

 

다른 면에서 보면 이 작품은 현실과 가상공간의 긴장을 표현하고 있다. 모니터 안의 세상과 모니터 밖의 세상. 뭔가를 감시하는 실사 사람과 컴퓨터 그래픽으로 표현된 3개의 캐릭터들이 갖는 긴장은 결국 현실과 디지털 공간의 긴장을 표현한다. 하지만 작가도 자평 했듯이 그런 긴장들이 '디지털의 흐름 속에 융화되어 가는 모습'으로 결론 짓고 있다.

 

작품도 작품이지만 역시 영화란 어디서 누구와 어떻게 보는 가에 따라서 그 느낌이 한층 다른 것 같다. 그래서 영화 평도 제각각 이겠지만 한 여름밤 모깃불 날리는 별빛아래 종종 밤기차 지나가는 것을 배경으로 느끼면서 보는 영화란 더 남다르지 않을까 싶다.

 

정동진독립영화제, 매년한다고 하니 내년에도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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