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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부 출총제 폐지, 금산분리 완화

공정위 "출총제 폐지 수용하되 대안 제시"

한국일보|기사입력 2008-01-04 18:33


적용대상 줄고 예외 많아 실효성 떨어져

재벌에 경제력 집중 막을 사후 규제 주력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를 수용하되, 폐지 이후 재벌의 경제력 집중 문제에 대처할 대안을 제시하는데 주력하기로 했다.

4일 공정위에 따르면 5일로 예정된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출총제와 대ㆍ중소기업 상생 증진, 소비자주권 회복, 동의명령제 등 주요 현안의 추진 과정과 취지, 배경 등을 설명한다.

공정위는 인수위 측이 이명박 당선인의 공약 사항인 출총제 폐지를 요구할 경우 이를 수용하되, 무분별한 출자를 통한 재벌의 지배력 확대를 규제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공정위는 이미 지난해 법 개정을 통해 출총제 적용대상 기업이 대폭 줄어든 데다 그나마 예외 규정도 많아 사실상 법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현 상황에서 아무런 대안도 없이 폐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내부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그 동안 계속되는 기업들의 출총제 폐지 요구에 대해 "대안을 마련하지 않고 출총제를 폐지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으며,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도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이 진전돼 순환출자 문제가 개선돼야 출총제를 폐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일부 대기업의 순환출자 해소가 출총제 폐지의 전제 조건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하지만 친기업적인 이명박 정부의 등장에 따라 공정위는 대기업의 무분별한 자회사 확대를 방지한다는 출총제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현재의 사전 규제에서 사후 규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출총제를 대신할 수 있는 사후 규제로는 자회사의 경영상 비리를 방치한 모회사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이중대표소송제도'와 이사가 직무상 알게 된 정보를 사익을 위해 이용 못하게 하는 '회사기회유용금지' 도입 등이 거론되고 있다.

출총제는 올해부터 자산총액 10조원(과거 6조원) 이상인 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가 순자산액의 40%(과거 25%)를 초과해 다른 회사에 출자하지 못하도록 완화됐으며, 적용회사 기준도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의 중핵기업으로 한정됐다. 이에 따라 출총제 적용대상은 지난해 4월 기준 11개 기업집단 소속 399개사 중 264개사에서 법 개정 이후 7개 집단 25개사로 대폭 줄어들었다.

출총제는 1987년 4월 시행된 후 1998년 2월 외환위기 당시 적대적 인수ㆍ합병(M&A)에 대한 경영권 방어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따라 폐지됐다가 이듬해 12월 부활했다.

한편 공정위는 대ㆍ중소기업 간 상생 문제와 관련해 중소 하도급 업체나 납품업체에 대한 보호장치 강화 방안을, 소비자 문제에 대해선 소비자원 관할권을 이관 받은 이후 추진해온 소비자정책 내용을 각각 설명하고, 법무부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는 동의명령제 추진상황도 보고할 예정이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새정부,출총제 폐지·금산분리 완화] 재벌정책,시장자율에 맡긴다

국민일보|기사입력 2008-01-04 19:07
 
     
   
 
 
 
정부의 재벌정책이 뿌리째 바뀌고 있다. 정부가 관리·감독하는 '포지티브 규제'(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를 열거하는 방식)에서 시장 자율에 맡기는 '네거티브 규제'(원칙적으로 허용하고 금지대상만 지정하는 방식)로 정책 방향이 선회하고 있다.

새 정부는 재벌 규제의 대표격인 출자총액제한제도와 금산분리를 단계적으로 완화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이는 그동안 두 제도가 기업들의 투자 활성화에 발목을 잡아왔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문어발식 방만경영의 폐해, 재벌에 경제력이 집중돼 중소기업의 설 자리가 좁아지는 문제 등은 여전히 논란이 될 전망이다.

◇이름뿐인 출총제, 폐지로 가닥=공정거래위원회는 현재 출총제가 예외가 많은데다 규제가 완화되면서 실효성이 떨어지는 만큼 속도의 문제지 폐지라는 대원칙은 불기피하다고 보고 있다. 출총제는 총자산이 10조원 이상인 기업집단 계열사 가운데 자산이 2조원 이상인 기업은 순자산의 40%를 초과해 다른 회사에 출자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다. 1987년 처음 도입됐다가 1998년 2월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맞선 경영권 방어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잠시 폐지됐지만 1999년 12월 부활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출총제 폐지가 이명박 당선인의 공약인데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데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출총제가 지닌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재벌들이 계열사를 만들고 새로운 사업영역에 공격적 투자를 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재벌그룹의 문어발식 확장, 내부거래에 따른 중소기업 고사 등을 방지하는 규제장치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현재 법에 규정된 상호출자 금지를 순환출자 금지로 강화하고, 공시제도 등 시장 감시기능을 더욱 강력하게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재벌그룹 지배구조를 지주회사 체제로 바꾸도록 강도높게 유인하는 장치도 구상하고 있다.

◇해묵은 금산분리 논쟁 '결말'=금융감독위원회와 인수위는 금산분리 규제의 단계적 완화로 가닥을 잡았다. 다양한 외국자본이 우리 금융산업에 진출하는 상황에서 국내 산업자본에만 금융산업 참여를 막는 것은 역차별 성격이 짙다는 지적이 높기 때문이다.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금산분리 규제는 불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금산분리는 산업자본의 은행진출을 막는 장치로 1982년 도입됐다.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가 금융기관의 의결권이 있는 주식을 4% 초과해 보유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규제다.

인수위는 무조건적인 금산분리 적용은 적절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원칙적으로 허용하되 대기업이 자기 자본이 아닌 고객예금으로 금융기관을 장악하거나 은행을 대기업 사금고로 전락시키는 부작용을 막는 사후 규제책을 마련하는 대안을 구상하고 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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