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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자매매보다 더 위험한 것은
     생명공학발달, 여성권리 ‘희생’대가인가


 

 윤정은 기자
 2005-11-08 04:50:55 

 

인터넷 상에서 난자 매매를 알선하던 전문 브로커들이 경찰에 의해 적발되면서 “세계에서 난자를 구하기 가장 쉬운 나라가 한국이다”라는 소문이 사실이었음이 드러났다. 생명윤리법이 발효

된 지 1년이 다 지나가는 때에 경찰의 조사가 시작된 것이다.

 

경찰의 이번 수사와 관련해 난자 매매와 배아줄기세포 연구과정에서 난자 사용 문제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왔던 각계의 반응은 전반적으로 “이제 겨우 시작이다”라는 정도. 즉 현재 경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난자 매매만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뭐했나

 

난자 매매보다도 더 큰 문제로 꼽히는 것은 무엇보다 국가적으로 난자 채취 전반에 관해 여성의 몸과 인권에 대한 접근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또 배아줄기세포 연구과정에서 여성의 몸에서 추출되는 난자의 출처와 사용이 불투명하다는 점과, 생명을 다루는 의학계와 연구진들에게서 이에 대한 법적 혹은 윤리적인 책임의식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렇게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몸과 인권에 대한 심각할 정도로 낮은 수위의 인식은 그간 정부 부처와 병원 및 연구시스템에 의해 방조되거나 조장됐다는 것을 원인으로 들 수 있다.

 

그간 국내에서 시민사회단체들과 생명윤리학회 등은 줄기차게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배아 연구에서 사용된 배아와 난자의 실태에 대해서 조사하여 공개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생명윤리법이 제정되어 2년이 되도록 배아의 생성 보관 현황에 대해 파악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와 보건복지부가 무관심으로 일관한 사이, 인터넷 상에서 공공연히 난자 매매와 수출이 이뤄지고, 이제 와서 한국 유명한 산부인과들에서 불법매매 난자들을 사용하여 인공수정 시술을 했다는 의혹이 일자 겨우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상황이다.

 

이에 민주노동당 한재각 정책연구원은 안일한 보건복지부의 태도에 대해 지적할 뿐 아니라 나아가 “생명윤리법에는 난자와 정자의 매매를 금지하는 조항만 있다”며 “인공수정 전반에 대한 관리 규제를 규정하고 있는 법률이 없는 점”을 들어 생명윤리법의 개정을 촉구했다.

 

한국여성민우회 여성환경센터 정은지 부장 또한 “산부인과 병원들이 관여한 사실이 밝혀지긴 했지만 현 생명윤리법 상 처벌 부분에서는 애매모호한 부분이 있다”며, 현재 불임 클리닉들이 보유하고 있는 잔여배아 등에 대해 조사 관리하고, 인공수정의 허용 범위나 시술의사와 병원의 자격 등을 규정할 수 있는 인공수정관련법이 제정되어야 하는 점을 설명했다.



불임클리닉과 배아줄기세포 연구와의 커넥션

 

특히 울산의대 구영모(의료윤리학과) 교수는 “난자 매매에 대해 사회적으로 떠들썩한데 황우석 교수팀이 연구에 사용했다고 밝히는 난자의 숫자는 총 427개다. 황우석 교수는 여성들이 물질적인 대가 없이 순수하게 기증에 의해 난자공여가 이뤄졌다고 하는데, 참으로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여성의 몸과 인권”에 대해 언급하며 이에 대한 인권적, 윤리적 접근 없이 이뤄지는 한국 배아줄기세포연구와 의료계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 동안 관련 전문가들에 의해 배아줄기세포 연구기관과 대형 산부인과 간 모종의 커넥션이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계속 제기되어 왔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서 배아줄기세포연구와 관련한 실태조사에 착수하고, 이들 연구가 적절한 절차를 거쳐 투명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 책임이 있는 보건복지부는 올해 7월까지만 해도 “파악하고 있는 내용이 없다”고 답변했다.

 

지난 달 27일 민노당 발표에 따르면 올해 7월에 보건복지부로부터 승인신청 판정을 받은 배아연구계획들 27개를 분석한 결과, 현재까지 사용되었거나 계획 중인 배아는 2천485개며, 난자는 727개다. 이들 연구에서 주요한 곳은 4곳. 민노당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배아연구기관들과 한국에서 전문불임 클리닉으로 알려져 있는 산부인과 병원들과 관계를 살펴볼 수 있다.

 

먼저 마리아생명공학연구소의 박세필 박사 연구팀이 2001년 12월부터 시작한 연구에는 총 485개의 배아가 사용될 계획이다. 이 중 71개 배아의 출처는 다름아닌 전문불임 클리닉으로 알려져 있는 마리아병원이다. 또 차병원의 정형민 교수(포천중문대) 연구팀은 2015년까지 10년간 2천개 배아를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배아를 제공할 기관이 확인되지 않았다. 민노당 발표에 따르면 배아 제공은 “차병원으로 추정”된다.

 

세번째는 검토보류 판정을 받은 미즈메디 노성일 원장의 연구팀이다. 국내 유수의 산부인과 병원으로 알려진 미즈메디 병원의 노 원장 연구팀은 올해부터 3년간 총 300개의 난자를 사용해서 연구를 진행하려고 했다가, 보건복지부로부터 ‘검토 보류’ 판정을 받았다. 미즈메디 병원은 불법난자 매매와 관련 여부가 있는지 이번에 경찰이 수사에 나선 4개 병원 중 한 곳이다.

 

마지막 네번째 연구기관은 바로 황우석 교수 연구팀으로, 2004년에 242개의 난자를 사용했고 2005년에 185개의 난자를 추출하여 사용했으나 “자발적인 난자 기증”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난자 출처와 난자 기증자에 대한 정보가 정확하지 않고, 난자 기증자에게 제공한 동의서 양식 사본조차도 공개하지 않은 상태여서 계속적인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하정옥(서울대 사회학과 박사과정)씨는 한국에서 생명공학을 연구하는 연구기관과 불임클리닉들과의 관계를 설명하면서 한국 사회에서는 산부인과들이 ‘여성의 건강보다는 임신과 출산 관련해 여성의 몸을 통제하는 역할’을 수행해왔다고 비판했다. 또 이것은 “이전의 국가와 병원시스템에 의해 여성의 몸이 통제되어온 가족계획의 역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황우석 교수팀을 비롯하여 배아줄기세포 연구기관들이 사용하는 난자의 출처와 절차가 불투명한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현재 연구되는 “배아줄기세포주들은 생명윤리법 시행 이전에 만들어진 것이어서, 난자나 배아의 출처를 확인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민노당 한재각 연구원은 지적하고 있다.

 

과배란, 몸에 심각한 부작용과 후유증 남길 수 있어

 

이처럼 우리 사회는 난자를 제공하는 여성의 몸과 인권에 대해 전혀 고려를 하지 않고 있다. 난자의 사용과 관련해 이 문제가 여성의 인권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에 대해서조차 무관심한 실정이다. 여성의 몸과 질병을 다루는 산부인과 병원들에서조차 의료윤리가 의심되고 있는 상황은 충격적이다.

 

여성의 몸에서 난자를 추출하는 것에 대해 영동세브란스 병원의 서경 산부인과 과장은 “여성들이 과배란 유도 호르몬 주사를 맞을 시 부작용으로 난소과자극증후군이 초래될 수 있고, 심할 경우에는 사망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또 난자 채취를 위해 난소에 주사바늘을 삽입하는 것으로 인해 “시술이니까 출혈과 감염 우려도 있다”며, “한국에서는 한 번에 10개 이상의 난자를 추출하는 경우”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여성의 몸에서 과다하게 난자를 추출했을 시 여러 후유증과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외국에서는 난자를 기증하겠다고 동의한 사람들이 과배란을 위해 호르몬 주사를 맞을 때는 의사들과 전문가가 난자 기증자들에게 충분히 사전에 이런 사항들을 설명하고 숙지시키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황우석 교수팀의 경우, 2004, 2005년 2년 간 34명의 여성들로부터 427개의 난자를 제공 받았지만 난자 기증자에게 받아야 하는 동의서조차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이번 경찰 수사에서 난자 매매를 위해 과배란 촉진 호르몬 주사를 맞은 한 주부가 난소과자극증후군을 호소한 경우가 언론에 의해 드러났다. 그러나 황우석 교수팀에 자발적으로 난자를 기증했다는 여성들의 현재 건강상태와, 연구팀이 사전에 여성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했는지 여부, 그리고 자발적인 동의 절차를 거쳤다면 보관되어 있어야 할 난자기증자들의 동의서까지 전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 같은 현황은 우리 사회에서는 여성의 몸에서 난자를 빼내는 것이 쉽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 동안 국가와 관련의료계, 그리고 관련연구진들이 여성의 몸을 어떻게 국가 경쟁력의 도구로, 연구목적으로, 돈벌이용으로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성찰이 없었다. 이제 여성들은 자신들의 몸에서 추출한 난자가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 것인지, 임신 목적 외에 동의 절차가 제시되지 않은 채 연구 등의 다른 목적에 사용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임신이 목적인 경우에도 여성 스스로의 건강을 위해 무엇이 선행되어야 할지 따져 물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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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19 12:29 2006/03/19 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