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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4사, 오리온전기지회 사태 해결 ‘난망
 
[레이버투데이 2006-03-16 12:51]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조를 설립하면 직장폐쇄, 업체 폐업으로 인한 집단해고가 일상화되고 있다. 2004년부터 금속노조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가입이 잇따르고 있으나 단체협약을 체결하거나 노조활동을 하기는 여전히 요원한 게 현실이다.

 

특히 금속노조 내 하이닉스-매그나칩, 현대하이스코, 기륭전자, KM&I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최장 2년에서 6개월 가까이 공장에서 내몰린 채 길거리에서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다. 노조인정, 고용보장을 요구하고 있는 이들의 요구에 회사쪽은 ‘묵묵부답’,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부 역시 사태를 관망할 뿐 해결책 제시에는 속수무책이다.

 

금속노조가 김창한 위원장의 단식농성을 비롯해 15개 지부 전지부장 집단단식농성, 확대간부 상경투쟁을 비롯해 15일에는 4만 전조합원 총파업 투쟁에 나섰지만, 이들 비정규직 사업장 해결은 여전히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또 오리온전기지회의 경우 외국투기자본에 매각, 3년간 고용보장을 합의했지만 매각 이후 6개월만에 청산돼 1,300여명 노동자들이 하루아침에 일터에서 쫓겨나 ‘투기자본의 사기매각’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아무런 해결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 매일노동뉴스
 

금속노조는 비정규직 4사와 오리온전기 문제 해결을 위해 4월 예정된 민주노총 총파업에 적극 결합할 예정이며, 또 정부와 관계사용자에 대한 투쟁도 계속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김창한 금속노조 위원장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입으로만 약속하고 있는 정부와 사회적 문제인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방기하고 있는 관계 사용자들이 이들을 장기투쟁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금속노조 4만 조합원이 전면에서 이들 투쟁을 엄호하고 사태해결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매일노동뉴스>가 금속노조 내 비정규직 4사와 오리온전기의 현황과 쟁점을 정리한다.

 

◇ 하이닉스-매그나칩 = 장기투쟁사업장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지회는 2004년 10월 노조를 설립, 같은 해 12월25일 3개 하청업체가 폐업, 130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집단해고 됐다. ‘고용보장과 노조인정’을 요구하며 노숙농성, 삼보일배, 단식농성 등 장기간 투쟁을 벌이고 있는 사내하청지회는 2005년 7월 대전지방노동청으로부터 불법파견 판정을 받았지만, 하이닉스반도체와 매그나칩반도체가 원청 사용자성을 부정하고 있어 투쟁이 장기화되고 있다.

이에 시민사회단체와 충북도청이 중재단을 구성해 원청인 하이닉스반도체와 매그나칩반도체, 사내하청지회와 간접대화를 주선해 현재까지 6차에 걸쳐 중재회의를 진행했지만 ‘고용안정’을 요구하는 지회와 ‘인도적 차원’의 해결을 요구하는 원청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

 

◇ 현대하이스코 = 61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성실교섭, 해고자 원직복직’을 요구하며 11일간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 크레인위에서 장기간 농성을 벌이는 등 극한 투쟁으로 사회여론의 주목을 받았던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지회. 당시 순천시장을 비롯해 금속노조,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 및 하청업체,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지회 등이 지난해 11월3일 ‘확약서’를 체결해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듯 했지만 회사쪽의 확약서 불이행으로 인해 오히려 사태가 악화되고 있다.

비정규직지회는 지난해 6월 금속노조에 가입해 단체협약 체결 등을 현대하이스코와 하청업체에 요구했지만 잇따른 하청업체 폐업과 노조활동을 이유로 100여명의 노동자들이 해고됐다.

현재 비정규직지회는 지난 3일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 앞에 ‘확약서 이행’을 요구하며 다시 천막농성에 돌입한 상황. 금속연맹과 금속노조, 지역 노동계는 현대하이스코에 확약서 이행을 촉구하고 있지만 현대하이스코는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민주노총 광주전남본부에서 14일 운영위원회를 통해 다시 지역총파업을 결의해 또다시 극한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 기륭전자 = 금속노조 내 다른 비정규직지회와 달리 여성노동자들이 주축이 돼 지난해 7월 금속노조에 가입, ‘불법파견 정규직화, 노조인정’ 등을 요구로 공장점거, 천막농성, 삭발 등 장기간 투쟁을 벌이고 있는 기륭전자분회.

같은해 8월 서울관악지방노동사무소로부터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기륭전자는 노조가 설립되자 휴대폰을 이용해 ‘문자해고’를 통보, 100여명의 노동자들을 해고했다. 뿐 아니라 대화를 통해 사태 해결을 요구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에 대해 용역직원을 동원, 폭력을 일삼아 물의를 빚고 있다. 또한 64명의 조합원에 대해 22억원의 손배가압류 소송을 걸고, 업무방해 혐의로 분회장이 구속되는 등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2월 기륭전자 주식의 일부를 소유하고 있는 아세아시멘트그룹이 기륭전자와 분회간 대화를 주선하겠다는 약속을 통해 사태 해결의 가능성이 모색되기도 했지만, 이 역시도 지켜지고 있지 않는 등 현재까지 대화가 중단된 상태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 KM&I = 지난해 금속노조와 비정규직 노조활동 보장을 하겠다는 중앙교섭을 체결한 KM&I는 같은해 10월 KM&I분회가 금속노조에 가입한 후 한달만에 조합원을 대상으로 4개 업체에 대해 직장폐쇄를 단행한 뒤 잇달아 하청업체를 폐업, 100여명의 노동자를 집단해고 했다.

이에 금속노조 군산지역금속지회와 KM&I분회가 ‘단체협약 체결과 성실교섭, 고용보장, 불법파견 정규직화’ 등을 요구로 회사쪽에 교섭을 촉구하고 있으며, 회사쪽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군산노동사무소에 특별근로감독을 요구, 노동부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노동부의 중재로 지난해 12월부터 집중교섭이 진행됐지만 회사쪽은 오히려 5억의 손배가압류와 조합원 4명에 대해 가압류를 벌이는 등 다른 비정규직지회와 마찬가지로 사태 해결은 요원한 상태다.

 

◇ 오리온전기 = 오리온전기지회는 외국투기자본에 매각된 뒤 6개월만에 1,300여명 노동자들이 하루 아침에 일터에서 쫓겨났다. 대우그룹 부도 여파로 2003년 5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오리온전기는 지난해 3월 미국계 사모펀드인 매틀린패터슨에 매각됐다. 일괄매각과 종업원의 고용보장을 전제로 매틀린패터슨은 당초 제안가격보다 200억원이 적은 600억원에 오리온전기를 인수했고, 공적자금 1조3천억원도 탕감받았다. 또한 매각 당시 노동조합과 향후 3년 이내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교환했다.

그러나 경영진은 인수 6개월만인 지난해 10월31일, 이 합의를 깨고 임시주총을 열어 일방적으로 회사 청산을 결의, 노동자 1,300명이 해고당했다. 오리온전기지회는 현재 정부에 투기자본의 일방적인 청산결정 철회와 공장 정상화, 고용보장, 매각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으며 합의서 상 고용보장 잔여기간인 2년6개월분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또 외국자본 유치 과정에서 매틀린패터슨과 서울보증보험 사이에 적극적인 중재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진 박상은 외교통상부 경제통상대사에게도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마영선 leftsun@labortoday.co.kr

2006/03/20 00:29 2006/03/20 0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