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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이야기

기대하지 않아서 일 수도 있다.
영화를 보여주기로 한 친구와 멀티플렉스를 한참 쳐다봐도
뭐랄까, 딱 땡기는 영화가 없었다.
천만이 다 봤다는 괴물도 보지 못한 친구는, 고심 끝에 신데렐라를 골랐고
우린 뭐 그냥 보자, 정도의 마음..
물론 봉감독에 대한 이상야릇한 기대는 있었다. ㅎㅎ
결론적으로는
적어도 나는 이 영화가 좋았다는 거지.

(못생긴 귀신이 나타나 예쁜 것들을 다 죽여버릴 것이라는 친구의 기대와는 조금 다른 영화였다.;; )


1. 친절하다 싶을 정도로 천천히 진행되던 초반부에 비해
뒷부분의 호흡은 빠르고 급하다. 이야기는 점프컷처럼 튀고,
공포영화라면 으례 깜짝 놀래주어야 하는데 얘기를 끼워맞추느라 편히 놀랠 수도 없다.
현재와 과거를 마구잡이로 오가는 통에 같이 본 친구는 어느 순간 부턴가 다 엉켜버렸다고 했고
내 주변에 앉은 많은 사람들이 약간의 짜증을 내며 영화관을 나섰다.
여하튼 그래도 난 나름 재미있었다.
약간 장화,홍련의 느낌과 비슷하긴 했지만.
(염정아와 도지원은 정말 닮았다! 얼굴이! 몸이! 어딘가 모를 표독스러움도.)


2. 이런 느낌이 좋았다. 어딘가 뿌연, 실체가 없지만 너무나 명확한.
'동상이몽' 이후 그에게 기대했던 그야말로 '비주얼'은 글쎄,
근데 듬성듬성 어떤 샷들은 참 좋았다.
그리고 듬성듬성한 이야기들을 나중에 이리저리 맞춰보는 것도 좋았고.
공포영화의 소리로 깜짝놀램에 별로 반응하지 않는 편이라
재밌게 본 공포영화가 별로 없었는데, 이건 나쁘지 않았다. 진짜 무서웠거든.
역시 귀신보단 사람이 무섭다. ㅎㅎ
그리고 오프닝은 진짜 맘에 들었다. 후훗.

3. '엄마'는 '아가'에게 이름을 주지 않는다.
현수는 언제나 내 딸 현수, 그리고 '아가'는 죽는 날까지 '아가'.
그 아이의 공포와 '엄마'의 공포와 그리고 그 '엄마'의 죄책감은
귀신 이야기보다 훨씬 무서운 것이었다.
그녀는 아이에게 산소호흡기를 떼내지 못했지만
아이에게 평생 이름도, 잃어버린 얼굴도 찾아주지 못한다.
그리고 아이에게는 그런 엄마만이 있을 뿐이다.

4. 정말 우리 성형 기술이 이렇게까지 발전했단 말인가!!!

5. 봉 감독이 출연했다는데 결국 발견하지 못했다. 남자라곤 몇 번 나오지도 않는데 왜 몰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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