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 속의 우물

 

 

대학교 일학년 때 사용하던 전철 승차권..

15600원으로 한달간 횟수 제한없이 수원에서 서울역까지 승차할 수 있었다..

버트... 그러나..

3호선.. 4호선.. 이 개통될 때마다 껑충껑충 승차요금이 뛰어버렸다.

새로 개통된 노선의 전동차는 에어컨 빵빵하게 나올 때도..

1호선은 제일 후진.. 한여름에도 선풍기!조차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꼬물전동차임은 여전했으나..

요금은 계속 올랐다..

 

승차권에 얽힌 추억 하나..

수원 영복여고에서 나와 함께 소경과에 들어간 친구가 셋이 더 있었다..

한 친구만 화서역이고 나머지 셋은 수원역..

돈을 아끼기 위해 한달승차권은 한 명만 끊고

그 친구가 우리 내리기 한 정거장 전에서 내려서 나머지 세 사람의

한구간 승차권을 끊어 주는 것..

생각해보니 철도 수익구조 악화에 한 몫 한 것 같네..

 

그 친구가 승차권 끊어오기 기다리던 순간의 두근거림과..

한 푼이라도 아껴보겠다는 가상한 생각이 어우러져

꽤나 오랫동안 그 짓!을 했었는데..

하루는 내가 사고를 치고 말았다..

 

1학년 늦가을 무렵..

처음으로 동동주 몇모금을 마셨는데 그만 취해버린거다..

그날도 알뜰정신으로 화서역에서 친구가 내려 승차권 끊으러 간 사이

난 일층에 얌전히 기다리면 되는 거였는데..

왠정신인지 개찰구가 있는 2층으로 올라가야 할 것 같은 강렬한 충동에 못이겨? 과감히 2층 올라가서 알짱알짱..

이를 이상히 여긴 승무원 아저씨가 다가왔다..

아자씨 : 왜 여기 있나?

나 : 우물쭈물..

아자씨 : 차표 좀 보여주게..

나 : (잠시 생각한 후..) 아저씨.. 저 성대생인데요.. 차표를 잃어버렸어요..

(혀가 꼬일 정도로 취중이었으나 내 딴엔 기지를 발휘한거였다..

무임승차 걸리면 30배 배상이었으므로 화서역이랑 한정거장 차이인 성대 수원캠퍼스를 떠올린거다..)

아자씨 : 어디서 잃어버렸나?

나: 어 그게.. 제가 어디서 잃어버린줄 알면 주었지 그냥 왔겠어요?

 

순진하셨던건지 사정 뻔히 들여다보이나 눈감아주신건지는 모르나

나의 재치로 무사히 통과..;;

 

이제.. 그런 추억도 까마득한 옛날 일이 되어버렸다..

수익구조 개선을 빙자한 무인정거장 정책으로

속이고 싶어도 속아 넘어갈 승무원도 없다..

차비 내기 싫으면 그냥 훌쩍 뛰어넘으면 그뿐..;;

 

그런데 보고에 의하면 역 근무자를 줄였어도 수익구조는 개선될 여지가 없단다..

나 같은 무임승차자가 많아져서..

요즘은 간이 콩알만해져서 절대 무임승차 같은 거 엄두도 못내지만..

그때가 그립다..

염치 없는 행위를 한 것은 분명하나..

그때는 사람이 있었고.. 그 사이에 정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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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08 01:38 2006/08/08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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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08/08 10:22 URL EDIT REPLY
헉 전철 무임승차하는 사람도 있나?? 설마....-.- 그넘 간 한번 보게 해부한번해보고싶다 ㅋㅋㅋ
ide 2006/08/08 18:34 URL EDIT REPLY
네..ㅎㅎ 있더라구요..
해부해봤자 간경화 쯤..;;
raha 2006/08/09 20:25 URL EDIT REPLY
오오오오오~~~~ 블로그 메인에 언니 글 떴어요!!!!!!!!!!!!!!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채경★ 2006/08/09 23:18 URL EDIT REPLY
젤소미나 누나도 이따금씩 메인에 뜨던데..비법 좀 알려줘요 저도 좀 떠보게 ㅎㅎ
이드 2006/08/10 01:19 URL EDIT REPLY
라하야 채경아.. 니들 뭐하는것이더냐..쩝.. 진보네님과 친하게 지내면 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