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욕하는 걸 신경질적으로 싫어하는 편이다..
당연히 욕하는 사람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평상시에는 자연스럽게 욕을 섞어 쓰던 사람들도 나와 대화할 때는
조심조심 삼가하며.. 가끔씩 억울함을 토로한다..
자신의 감정 표현에 애로가 많다며..ㅎㅎ
그러나 나의 분노와 비판이 욕을 통해 더 적절히 전달된다고 생각하지도 않으며
오히려 내게 있어서는 불쾌감을 조장할 뿐이라는 까칠한 대꾸에
반항모드는 급저자세모드로 돌변하곤 한다..
그런데 나의 이런 취향과 무관하게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두 형님이 있는데..
어제 노래방에 같이 갔던 박선뻥!과 이석봉!옹이시다..
입만 뻥긋하면 육두문자질가 가미된 거친 표현들 .. 걸핏하면 머리치기..
그럼에도 10여년을 즐겁게 만날 수 있는 건 거의 미스테리라고나 할까..
오히려 그들의 욕은 친근하게 다가오기까지 한다..
이 두 사람은 나이 사십에 '둘이 합쳐 팔순잔치'를 할만큼 절친한 자들이다..
올해 '둘이 합쳐 구순잔치'를 해야하는데.. 못하겠단다..
이유인즉슨
그때는 함께 나눌 꿈이 있었고 에너지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게 없다는 것..
물론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믿지는 않는다..
믿지는 않지만 너무 에너지가 빠져서 잠시 쉬고 싶다는 형들의 저자세가 이해되면서도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지난 몇년간 한 사람은 조직에서 절치부심했으나 열세국면을 타개하지 못했고..
또 한 사람은 회사가 정리되는 과정에서 동지라 여겼던 이들로부터 배신감느낄 정도의 생존력을 체험하면서
힘이 많이 빠질만도 했다..
'형! 형이 우리와 함께 나누었던 그림을 함께 그리지 않는다면 난 무척 실망스러울거야..
앞으로 얼굴 볼 일도 없을거야.. 형의 두 어깨에 짊어진 짐이 너무 무겁다면 그건 같이 나누어질거야..
그러니 징징대지말고 구순잔치도 하고 식목일에 ~나무심기하기로 했던 것도 잘해보아요~~~~!!!'라고
반협박성 발언에 나름 열심히 해보겠다는 답을 얻어내기는 했으나..
마음 한 켠은 짠하다..
왜 그들이라고 힘들지 않겠는가..
비합리적인 막가파 조직에서의 불편부당함을 감내해야 하는 것에..
나이 좀 몇 살 더 먹었다는 이유로 선배선배하는 주변의 부추김과 믿음도
한편에선 무거운 짐이 될 것이고..
하지만 우리가 다 해야 한다는 과욕은 버리고..
최소한 우리의 몫은 해야하는 거 아닌가..
우리들이 못하는 뭔가는 또다른 젊은 것들이 할 것이고..
뭐 형들이 징징 대기는 했어도
기사작성에 필요한 사진 찍기를 위해 노래방에서조차 열심히 찍으며 구도가 어떻고.. 하는 이야기를 하며
향학열!을 불태우는 걸 보면 그다지 걱정 안해도 될 듯하고..
그럼에도.. 내가 듣기 가장 두려운 말은
'내겐 꿈이 없어.. '라는 말인 것 같다..
그것이 잠깐의 응석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