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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난한집에 늦둥이로 태어났다.
우리 아버지 역시 다정하게 뺨을 부비며 말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왜냐하면 하루하루의 생존을 위해 일을 더 하는 것이
당신께서 어깨에 짊어진 가족의 무게와 책임감의 표현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일해서 지금 병든 몸 뿐이지만,
아버지께는 아직 좋아하는 화초를 심을 작은 정원하나 없다.
예쁘고 젊은 청춘들의 드라마가 판치는 요즘
'황혼 청춘들의 인생 찬가'를 표방한 드라마가 있다.
얼마전 종영한 tvN의 금토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 다.
작가는 이야기한다. 노년기가 인생에서 제일 치열한 시기라고,
생로병사 중에 로병사를 생각해보면, 당장 내 목숨이 오늘내일하지 않느냐고.
100세 시대라는 말이 낯설지가 않은 현실.
젊은 사람들은 부모세대를 소위 꼰대라고 부른다.
그러면서도 어려운 일이 생기면 엄마를 찾는다.
"어른을 어른이라 다를거라 생각하는데 다 똑같아요. 모든순간은 모두가 처음인거예요!"
-윤여정
이 사회에서 어머니들은 자신의 이름이 없이 ㅇㅇ엄마라는 이름표를 달고 살아왔다.
드라마는 그런 그녀들의 삶을 천천히 바라보며 이해 할 수 있게 한다.
누구의 시중을 드는 객체가 아닌 적나라한 삶의 속내를 말이다.
그들도 꿈많았던 소녀였으며, 누군가의 소중한 딸이라는 것
흙수저처럼 치열한 청춘을 살아 황혼에 이르렀다는 것.
거기엔 꼰대가 아닌 여전히 상처받고, 아직은 죽는게 억울한 사람의 모습이 있다는 것.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에서 '늙음' 보다도 '여성' 이란 서사가 더 눈에 들어왔다.
여전히 '엄마답게' 고통을 감내하며, 책임지고 일을 하는 유통마트 노동자들이 떠올랐다.
그나마 노동조합을 만나 숨쉴거 같다던 언니.
우리는 혹시 현재의 나의 행복은 한켠에 버려고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사랑을 받아야 사랑을 줄 수 있는 건 누구라도 같다.
이제는 시원한 맥주한잔 눈치안보고 편하게 마시고 싶어 이혼한다는 나문희처럼
더 늦기 전에 나의 꿈과 행복에 조금은 솔직해져도 좋을 것 같다.
세상엔 만만한게 없고, 우리 엄마들은 누가 생각하는 것처럼 투사가 아니다.
딸로, 아내로, 엄마로서 역할을 살아내느라 한번도 삶의 주인공인적이 없었던 여성들
특히 마트 노동자들의 씩씩한 오늘을 응원한다.
2016.8 마트노동자 신문 3호 기고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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