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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영화에 대한 단상

 

<단편영화산책>                                                       방송영상 20041235 도유리



내가 바라보는 단편



  지난 학기, 나는 25분여 길이의 ‘Short'를 만들었다. 내가 속한 과의 특성상 포맷은 드라마였지만 어쨌거나 단편영화와 별다를 바 없는 작품이었고, 그 지난한 산고를 겪으면서 한 가지 깨달음을 얻었다.


  흔히들 단편의 매력이란, 짧은 길이 안에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 나 역시 영상의 길이란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 왔었다. 하지만 처녀작이라고 할 수 있을만한 것을 토해내고 난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물론 나는, 아직 내공이 부족해, 라는 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애송이다. 어쩌면 그것은 단순히 노력의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치부하고 넘어가기에는 단편이라는 작은 그릇 안에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 했던 것이 애초에 무모한 짓이었다는 생각을 지금까지도 지워버릴 수가 없다.


  누군가가 이런 나에게, 포기하는 게 아니냐고 혹은 지레 겁을 먹은 건 아니냐고 반문한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수업시간에 외국과 한국의 단편들을 보면서도 역시나, 그런 나의 시선은 흔들림이 없었다. 물론 훌륭한 작품들이 더 많았지만, 너무나 거대한 이야기를 담으려 했다가 그것이 버거워 휘청대는 느낌을 주는 작품들도 적잖이 있었고, 그들 역시 짧은 길이 안에 그들이 원했던 모든 것들을 녹여내는 데 실패했으리라 생각했다. 어쨌거나 나 역시 그들처럼 관객들과의 소통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그들의 실패가 마음이 아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또 다시 단편에 도전하려 한다. 단편에 어울릴만한 이야기를 찾아내어, 지난번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단편만의 매력을 맛보기 위해. 더 나아가, 많은 이야기들을 능숙히 녹여내어 단편이라는 그릇 안에 알맞게 담을 수 있을 만큼의 내공을 쌓기 위해. 앞으로의 수업시간에도, 그런 농익은 솜씨를 느낄 수 있는 단편을 많이 만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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