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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선생이 징역 살때
중국한시도 공부하셨는데
우리가 흔히 아는 한시말고도
민중시라 할만한 좋은 시가 많았더랍니다.
후에 출감해서 기세춘선생과 함께
한시를 번역하는 작업을 하셨는데
그 과정에 중국의 한시 대학교재를
보게 되었는데 신선생과 기선생이 고른 시와
대개가 겹치더랍니다.
작업을 계속하셔서
중국역대시가선집 이라는 이름으로
700쪽이 넘는 책, 4권으로 냈습니다.
번역도 직역이 아니라 우리말의 아름다움과 운율을 잘 살리면서
시 내용에 담긴 뜻을 잘 담아냈습니다.
96년 민주금속연맹이 부산 있던 시절 몇개의 한시를 골라 읽은 적이 있는데
그중 두 편을 다른 사람 블로그에 올린적이 있습니다.
그 올렸던 시를 다시 올려봅니다.
시편 뒤에 그 시를 올릴때 함께 썼던 글도
그 때의 느낌과 생각을 기억할 겸 함께 올려봅니다.
국운은 이제 다했는가
장효상
멀리 시선 끝 회수를 바라보니
옛 요새는 쓸쓸히 잡초에 묻혔는데
흙먼지 하늘을 뒤덮고
매서운 서릿바람에
호가소리 구슬프다
하늘이 무너진 듯 암담한 마음
그때의 패전을 생각하면
국운이 다하여
인력으로 될 일이 아니었나
공맹의 중원 땅
거문고소리 노랫가락 들리던 곳에
또다시 오랑캐의 양고기 노린내 진동하네
강 건너는 여진족의 천막이 들어서
석양에 소떼 양떼 내려오고
척후병의 참호만이 널려 있구나
이름난 금나라 추장의 밤사냥을 보노라니
기마병의 횃불이 한가닥 강물인 듯
피리소리 북소리 비명같이
사람을 두렵게 하는구나
생각하면
허리에 찬 화살통과
칼집에 든 칼날은
헛되이 녹이 스는데
필경 어디다 쓰려는가
기회를 쉽게 놓치고
마음만 부질없이 비분강개할 뿐
벌써 해가 바뀌어 낙엽 지는데
적의 수중에 떨어진 서울은 아득하구나
예와 악으로 오랑캐를 귀복시킨다고
봉화대는 고요하고
병화는 그쳤으나
화의를 구걸하는 사신들이
분주히 오리걸음 치는데
정말 어쩌자는 것인가
들으니 중원에 버려진 인민들은
남쪽을 바라보며 해방군을 기다리건만
투항파의 사신을 보니
울분과 충정으로 가슴이 미어져
흐르는 눈물 억장이 무너지네
장효상. 1132~1169
안휘성 사람으로 진사에 장원했으나 투항파 두목 진회의 비위를 거슬려 옥살이를 했다. 후에 관직에 있으면서 인민들에게 좋은 일을 많이 했다. 남송의 유명한 애국시인.
96년 가을.
그 암울한 시절을 부산에 있으면서
동료들과 한시를 읽으며, 술을 마시며 보냈었다.
그 때 읽은 시중 가장 맘에 절절했던 시.
전노협의 해산을 생각하며 읽고, 읽고, 또 읽으며
눈물반, 술반으로 지냈었다.
남송이 원의 침략을 받을때
싸우자는 주전파와 협상하자는 주화파로 나뉘었었다.
전노협이 해산당할 당시,
또 그 이후 계속 사회적합의주의에 휘둘리는 우리 현실을
900여년전에 노래했을 줄 어이 알았으랴.
자, 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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