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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마스커스> 라마단이 끝나다

다시 시리아도 들어왔다. 그래도 시리아는 한 이주쯤 있었던 곳이라 그런지 다마스커스는 처음 오는 도시인데도 그리 낯선 느낌은 들지 않는다. 시리아의 수도인 이 도시는 다른 도시들보다는 제법 번화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구시가지 성벽 안에 있는 4대 이슬람 사원의 하나라는 우마이야드대사원-나마지 세 개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와 메디나 그리고 이스라엘의 바위돔이라고 한다-과 그 주변에 있는 수크-시장-를 돌아보면 오랜 세월 동안 아랍 교역의 중심 도시였다는 다마스커스의 오랜 전통이 한눈에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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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마스커스 신시가지

다마스커스 구시가지 골목길

 

며칠을 그저 다마스커스 구시가지를 어슬렁거리며 보낸다. 수크를 돌아보다 지치면 우마이야드 대사원에 들어가 기도하는 사람들을 구경하거나 -뭐 그 사람들은 우리를 구경한다^^- 아니면 구시가지 찻집에서 수다나 떨면서 시간을 보낸다. 어차피 돌아볼 곳이 많은 곳은 아니다. 저녁 무렵 다시 들러 본 사원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낮시간에는 사원의 마당을 개방하지 않아서 저녁에 다시 들러본 길이었는데 예상외로 많은 사람들로 얼떨떨해 진다. 사원 마당에 들어서니 안내하는 사람들이 빽빽이 모인 사람들 틈에 자리를 마련해 준다. 게다가 먹을 것과 음료수까지 챙겨다 준다. 어리둥절해 있으려니 누군가 설명을 해준다. 라마단 기간에는 이렇게 음식을 나눠 먹는 것이 풍습이란다. 그런 얘기를 듣기는 했지만 실제로 공짜 음식을 얻어먹어 보기는 처음이다.

 

음식은 양고기 볶음밥과 빵 그리고 쥬스, 생수 그리고 요구르트까지 제법 푸짐하다. 사원 바닥에 둘러 앉아 식사를 한다. 군데군데 외국인들도 더러 보이지만 대부분은 보통 사람들로 가족 단위로 둘러 앉아 식사를 하고 있다. 식사가 끝날 무렵이 되자 몇몇 사람들은 남은 음식들을 거두어 비닐봉지에 담는다. 옷차림으로 봐선 끼니 잇기도 쉽지 않은 사람들 듯한데 이렇게 챙긴 먹거리는 이들의 며칠 양식거리가 되는 것 같다. 원래 라마단의 목적이 금욕과 절제 뿐 아니라 먹을 것을 이웃과 나눈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고 하니 이런 행사야 말로 라마단의 의미를 살리는 일일텐데 별 도움되는 일도 안한 주제에 밥만 얻어먹으려니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공짜밥 이후에 뭔가 의식이 더 있을까 했으나 그걸로 그만이다. 사람들은 가족들과 함께 미련없이 돌아가고 저녁마다 여기와서 공짜밥이나 먹을까 농담을 하면서 우리도 일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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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원에 모인 사람들

공짜로 먹은 양고기 볶음밥

 

이제 슬슬 라마단도 끝나가고 있는 모양이다. 숙소 스텝에게 라마단이 언제 끝나느냐고 물어보나 이삼일 안에 끝이 난다고 한다, 정확한 날짜를 물어보니 달의 움직임을 보고 결정하는거라 지금은 정확하게는 모른단다. 말은 그렇게 하는데 지가 정확히 모르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쬐금 든다. 라마단이 끝나면 바이람이라는 축제기간이 시작된다는데 이 기간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동을 하기 때문에 차표 구하기도 쉽지 않다고 하니 바이람이 끝나고 시리아를 떠야 하나 그전에 떠야하나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말이 사흘 축제지 거의 일주일이나 계속된다는 바이람 축제에 걸리기 전에 요르단으로 넘어가자는 의견이 더 우세하다. 라마단 시작했던 날을 기억해내서 라마단 끝날이라고 짐작되는 날 요르단으로 가는 표를 예매해둔다. 좀 아쉽지만 바이람은 요르단에서 보기로 한다.

 

하지만 라마단은 우리의 예상보다 하루 일찍 끝이 난다. 떠나기 하루 전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시장을 돌아다녀 보니 여느 때보다 사람들이 많다. 이상하다 했더니 오늘 저녁부터 라마단이 끝난다는 것이다. 라마단 기간 동안 낮시간의 시장은 문을 닫은 가게도 많고 늘 활기가 없었는데 오늘은 조금 다른 모습이긴 하다. 조금 일찍 저녁을 먹으러 찾아간 식당에서도 오늘은 여섯시 이후에 와야 하지만 내일부터는 아침부터 문을 연다고 아무 때나 오라고 한다. 결국 그날 저녁 폭죽터지는 소리-소리만 그랬을 뿐 실제 폭죽이 터지지는 않았다-와 함께 한달 간의 라마단 기간이 끝이 난다. 그날 저녁 활기찬 저녁거리를 기대했던 우리는-뭐 사실 라마단 기간에도 저녁엔 엄청 활기차긴 했다만- 조금 의아해진다. 뭐 다른 날과 별다를 바가 없는 분위기인 것이다. 바이람이 원래 이런건지 누구 물어볼 만한 사람도 없으니 그냥 숙소로 돌아온다. 내일부터 재미있어 지려나 생각해 봐도 별로 그럴 것 같지도 않다.

 

다시 활기를 찾은 시장 사람들1

다시 활기를 찾은 시장 사람들2

 

이 예감은 다음날에도 계속된다. 오늘부터 바이람 시작이니 표도 없을거야.. 예약하길 잘했지.. 뿌듯해하며 도착한 터미널은 사람이 그리 많지도 않은데다 심지어 버스에는 빈자리까지 드문드문 있다. 현지인들이 버스에서 음식물을 먹는 걸로 봐서 라마단이 끝난 건 확실한데 아무래도 축제분위기는 아니다. 뭐 이건 국제버스라서 그럴꺼야 아무리 바이람이라도 국경을 넘는 사람들이 많겠어 하고 생각해봐도 이건 아니다 싶다.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바이람이란 축제에 대한 기대가 과했던 건지 아님 내가 축제 현장만 피해다닌 건지 말이다. 여튼 이런 썰렁한 분위기는 암만까지 쭈욱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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