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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11/16
    <이스탄불> 드디어 이스탄불이다(2)
    제이리
  2. 2006/11/16
    <샤프란볼루-아마스라> 진짜 흑해에 오다(4)
    제이리
  3. 2006/11/16
    <아마시아> 터키 물가를 실감하다
    제이리
  4. 2006/11/16
    <트라브존> 트라브존은 항구다.. 그저그런(2)
    제이리
  5. 2006/11/16
    <도우베아짓> 다시 동행이 생기다(3)
    제이리

<이스탄불> 드디어 이스탄불이다

드디어 밤차를 타고 아침 무렵 이스탄불에 도착한다. 터키에 들어온 지 이주일 가까이 됐건만 왠지 이제야 터키라는 곳에 발을 들인 것 같다. 터미널에서 트램을 타고-트램이 뭐냐고 물으신 필리씨를 떠올리며, 전차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일종의 지상철이지요- 여행자 거리인 술탄아흐멧 지역을 찾아간다. 트램에서 내리니 언젠가 사진에서 본 푸른 지붕의 모스크가 아침 햇살 속에 서 있다.  내가 이스탄불에 오긴 온 모양이다. 대략 방향을 잡아 한국인 숙소를 찾아간다. 터키만 해도 한국인 여행자가 넘치고 넘쳐 굳이 안 접해도 되는 여러 정보가 자연스럽게 귀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은데 뭐 이곳 역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곳이긴 하나 제대로 된 이스탄불 정보가 워낙 없는 탓에 그냥 이곳을 목적지로 정한다.

 

숙소는 말로 듣던 것 보다 깨끗하다. 뭐 이 정도면 쾌적하네.. 우리가 그새 너무 더러운 데로만 다녔나? 하는 걸 보면 친구도 비슷한 느낌인 모양이다. 성수기 한때는 사람들도 붐볐을 이곳도 이제 막 여름방학이 지나서인지 여행자들이 그리 많지 않다. 그나마 있는 여행자들도 이미 터키를 다 돌고 이삼일 내에 출국 일정이 잡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행히 출국하는 여행자에게서 가이드북을 하나 얻는다. 지중해라는 책인데 좀 허접하긴 해도 터키 이외에도 그리스, 시리아, 요르단, 이집트 심지어 레바논, 이스라엘까지 들어 있는 책이니 일일이 론리를 구입할 수도 없어 어쩌나 싶었던 나머지 중동 지역이 대략 해결이 된 셈이다. 그 외에도 떠나는 여행자들은 어머 일년이 넘으셨어요? 하면서 벼라별 물건들을 다 주고 간다. 쓰다남은 샴푸니 치약은 물론이고 고추장이며 먹다 남은 영양제까지 나온다. 그 중에는 겹치는 물건도 있지만 일단 받아둔다. 내게 필요하지 않으면 필요한 누군가에게 주면된다. 여튼 단기 출국여행자가 많은 도시-방콕이나 델리 같은데-에서는 느닷없는 물건들이 많이 생긴다.

 

이스탄불의 상징 불루모스크 여기는 무료라 들어갔고


이스탄불의 또다른 상징 아야소피아 여기는 유료라 안들어갔다.

 

이스탄불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아니 이스탄불의 볼거리를 거의 한곳에 모여 있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구시가의 블루모스크니 아야소피아, 몇 개의 궁전들을 거의 다닥다닥 붙어 있다시피 하고 신시가지의 중심지인 탁심 광장도 구시가지에서 걸어갈 만한 거리니 그저 숙소를 중심에 두고 걸어서 움직이면 된다. 그나마 모든 관광지를 다 들어가는 것도 아니니-입장료가 만만치 않은데다 학생 할인도 잘 안되니 취사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 뭐 우리의 초절약여행자의 경우 입장료가 있는 곳은 거의 아무데도 안 들어가신다^^- 전문가가 아닌 바에는 이삼일이면 거의 둘러볼 수 있다. 나 역시 하루에 한두군데씩 다닌 게 전부인데도 사나흘이 지나고 나니 더 이상 할일이 없다. 그나마 여행자들이 많이 간다는 그랜드 바자르니 이집션 바자르 같은 데는 이제 더 이상 흥미도 없다. 숙소가 편하면 숙소에서 빈둥거리며 그저 주변이나 산책하며 며칠 보내도 좋으련만 도미토리는 또 이게 쉽지가 않다. 

 


강 너머 보이는 게 갈라타 타워.. 여기도 유료라 안 들어갔다


흥미가 없다면서도 갔다. 이집션 바자르의 향신료들

 

결국 아시아와 유럽을 가로지른다는 보스포러스해협-요새 대한항공 광고가 이거라면서?, 여튼 광고에 나온 곳은 다 가보는구만^^-에서 배까지 타고 나니 우습게도 할 일을 다 한 것 같은 느낌이 온다. 그사이 초절약여행자 친구는 먼저 셀축으로 떠나고 몇 명의 여행자들의 얼굴이 바뀐다. 슬슬 떠나도 될 것 같은데 아직 갈 곳을 정하지 못했다는 핑계로 오랜만에 보는 한국TV-KBS월드가 나온다-보는 재미로 며칠을 더 보낸다. 그러다가 결국 그리스로 넘어가는 방법을 알아본다. 이스탄불에서 아테네로 가는 국제 버스가 있긴 한데 가격이 만만치 않은데다 20시간이 넘게 걸린단다. 갈까말까 망설이다 그냥 표를 끊고 아테네행 버스에 몸을 싣는다.


아시아와 유럽을 나눈다는 보스포러스 해협 이쪽이 유럽인지 아시안지 모르겠다


고등어케밥가게. 여튼 생선은 밥하고 먹어야 한다니.. 빵에 생선 싸먹는 건 비추!!!

 

내가 그리스에 굳이 가는 이유를 생각해본다. 일차적으론 그놈의 여기까지 와서..가 제일 큰 원인일 것이다. 어차피 여기까지 왔는데 물가가 아무리 비싸도 한국에서 오는 비행기값 생각하면 비싼 것도 아니지 뭐 하는 핑계까지 대고 말이다. 하지만 더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가장 주요한 원인은 아무래도 아직 버리지 못한 환상과 허영이 더 큰 게 아닌가 싶다. 그 광고에 나오는 달력 같은 섬들에 대한 환상과 신화 속의 그리스 신전을 보고 직접 왔다는 허영 말이다. 그러다가 다시 생각해본다. 에이.. 환상이면 어떻고 허영이면 어떠라.. 사실 거의 모든 여행이란 게 많은 부분 환상과 허영에 기초하고 있는 거 아니냔 말이다. 아직까지 그런 게 남아있다는 거에 대해 오히려 감사할 일이지.. 하며 생각을 고쳐  먹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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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프란볼루-아마스라> 진짜 흑해에 오다

샤프란볼루는 오스만투르크 제국 시대의 가옥이 남아 있는 오래된 마을이다. 뭐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이기도 하고 한참 한국여행자가 몰리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봐야 아마시아와 크게 다르지 않은 곳이지 싶어 갈까말까 망설이다 흑해를 한 번 더 보러 아마스라에 가는 길에 들르기로 한다. 샤프란볼루는 아마스라와 두시간 거리에 있다. 샤프란볼루 역시 아마시아에서는 연결되는 버스가 없으니 중간 도시에서 갈아타고 가야 한다. 새벽쯤 중간 도시에 도착해 터미널에서 두어시간 기다렸다 버스를 타면 되겠다 생각했지만 이번에도 버스는 터미널이 아닌 외곽에서 우리를 내려 준다. 그러나 이번엔 사정이 좀 다르다. 버스가도착한 시간은 새벽 3시에 바깥은 아무 것도 없는 도로다. 게다가 부슬부슬 비까지 내린다. 못 내린다고 버틴다. 이번엔 나도 구경만 할 수는 없다. 아니 새벽 3시에 이런데다 내려주면 어쩌란 말이냐.. 대부분 테헤란으로 가는 승객들은 별다른 불평없이 우리를 지켜본다

 

결국 도로에 차를 세워놓고 내려라 못내린다 실갱이 끝에 버스가 다시 달린다 고속도로 휴게실에 다시 차가 선다. 안내군이 빗속으로 쪼르르 뛰어가더니 30분 뒤에 샤프란볼루행 버스가 이곳으로 들어오니 갈아타면 된단다. 휴게소 아저씨에게 다시 한 번 더 확인을 하고 짐을 꺼낸다. 진작 이러면 좋았을 텐데.. 자다가 깨서 불평없이 기다려준 승객들에게는 조금 미안하다. 비내리는 휴게소에서 차이를 마시며 기다리니 샤프란볼루행 버스가 온다. 이번에는 차비 실랑이가 시작된다. 이제 터키 물가가 대략 감이 잡히는데 특히 차비의 경우 두시간 가량을 간다면 10리라를 넘지 않는다. 그런데 휴게소에서 건진 두인간이 무슨 복권으로라도 보였는지 기사아저씨 자기 주머니로 들어갈 것이 뻔한 차비를 일인당 15리라씩 달란다. 정가는 대략 5리라 정도일 것 같다. 학생증을 꺼내고 깍아달아 안된다 실랑이 끝에 10리라로 합의를 본다. 아.. 여행하기 정말 힘들다^^   

 

새벽에 내린 샤프란볼루는 춥다. 신시가지에서 구시가지까지 돌무쉬를 타야 하는데 차가 아직 다닐 시간이 아니다. 건물들은 대부분 잠겨 있어 ATM부스에 들어가 본다. 여전히 춥다. 마침 열려있는 건물에 들어가 보지만 춥기는 마찬가지다. 그냥 걷는게 낫지 싶어 구시가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차가 와서 선다. 우리가 가려고 했던 숙소 주인아저씨다. 새벽에 터미널에 픽업하러 나왔다가 손님이라도 건져볼까 싶어 선 것이다. 냉큼 올라탄다. 역시 죽으라는 법은 없다. 도미토리에 짐을 풀고 한잠 늘어지게 자고 나니 한낮이다. 창밖으로 들리는 빗소리.. 오래된 골목길들 사이로 비가 내리고 있다. 그러나 아미시아의 골목을 봤기 때문일까 우산을 쓰고 돌아본 동네는 또 그만그만하다. 그저 비가 내리는 마을만 차분히 빗속에 가라앉아 있다. 하루만 묵고 아마스라로 떠나기로 한다.

 

샤프란볼루의 골목길


기념품 가게


성터에서 내려다 본 마을

 

샤프란볼루에서 돌무쉬를 타고 넘어간 아마스라는 제대로 된 바다를 보여 준다. 이곳에서 한 일 역시 골목길에 숙소를 잡아 놓고 구서구석 돌아도 두시간이 채 안 걸리는 동네를 돌아다닌 것이 전부다. 그래도 나름 비치도 있고 방파제도 오래된 성도 있고 다리도 있고 언덕도 있다. 결국 옮겨다며봐야 거기서 거기인 바다를 보러 이곳저곳을 다닌다. 저녁에는 그래도 바다에 왔는데 하면서 생선구이를 먹는다. 생선은 거의 옥돔 수준인데 아.. 와사비장도.. 밥도 없다. 생선을 바게뜨빵이랑 같이 먹어 본 적이 있는가.. 으.. 생각만해도 우울하다^^. 술 못 마신다는 친구를 앞에 두고 터키 전통술을 마신다. 라키라는 이놈의 술은 투명하다가 물을 부으면 우윳빛으로 변하는 데 맛이 꼭 어린이감기약 코리투살같다. 윽.. 그래도 시킨 술이니 한병을 다 먹어 준다. 술이 들어가서인가.. 간만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편안한 저녁을 보낸다. 이상하게도 아직 터키로 왔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는다. 이스탄불에 가기 전까지는 터키를 유예하고 있는 기분이랄까.. 아마 한국인 여행자들이 없어서 더 그런 생각이 드는 지도 모르겠다. 이제 이스탄불로 간다. 아시아의 끝으로 가기 때문일까..아직 몇 달이 남았는데도 조금씩 여행의 끝이 보이는 것 같다. 아직 어디로 가야 할지 어디서 끝을 내야 할지도 막막한데 시간만 끊임없이 흐르는 것 같다.


섬은 로마시대에 만들었다는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언덕에서 내려다 본 아마스라

 


일행이 있으니 가끔은 내 사진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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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시아> 터키 물가를 실감하다

버스는 밤새 달려 새벽녘에 아마시아 터미널에 우리를 떨궈 준다. 다행히 이번에는 별다른 문제없이 터미널까지 왔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허접한 한국가이드북에는 이곳이 언급조차 되어 있지 않으니 대략 어느 방향으로 가야 숙소 있는 골목이 나오는지 조차 알 수 가 없다. 그저 정류장에 가서 시내 가냐고 물어본 뒤 버스를 탄다. 다행히 아마시아는 그리 넓지 않은 곳이라 얼마 지나지 않아 시내가 나오고 여행안내소 표시가 보인다. 가방을 챙겨 내린다. 그러나 여행안내소는 그 커다란 팻말에도 불구하고 도무지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길가는 사람을 잡고 물어봐도 아는 사람이 없다. 결국 배낭을 메고 30분가량을 헤매다 내가 가방을 지키기로 하고 그 친구 혼자 여행 안내소를 찾아 나선다. 내가 차이를 얻어 마시면서 하맘(목욕탕) 아저씨들과 수다를 떨고 있는 사이에 30분만에 돌아 온 그 친구 왈 여행안내소를 찾긴 했는데 아직 문을 안 열었단다.

 

결국 하맘아저씨가 가르쳐 준 싼 숙소가 모여 있다는 골목길 쪽으로 걸어가 본다. 도무지 숙소가 있을 것 같지 않은 골목길에 하나둘 숙소가 보인다. 헉 그런데 숙소비가 만만치 않다. 이건 초절약여행자 기준이 아니라 날라리 여행자 기준으로도 감당이 안된다. 도미토리는 아예 없고 더블룸이 기본 80리라-대략 5만원이 넘는다-다. 그냥 나오면 60리라-대략 4만원 가량- 까지는 내려가지만 이것도 만만한 가격은 아니다. 골목에 있는 십여군데의 숙소를 다 돌아봤지만 가격은 대략 거기서 거기다. 가장 싼 숙소가 35리라까지 깍이긴 했지만 가격 대비 허접하기 이를 데 없다. 결국 마지막에 50리라짜리 펜션을 발견한다. 방이 4개 있는 주택인데 다른 손님이 없어 거의 단독으로 쓸 수 있는데다 전망도 좋고 부엌 사용도 가능하다. 어차피 죄 비싼 거라면 여기서 묵는 것도 좋을 듯싶은데 아.. 이 초절약여행자를 어떻게 꼬시나.. 하는 맘이 든다. 슬쩍 말을 건네보니 좋긴 한데 그냥 35리라짜리에 묵잖다.

 

15리라 차이라면 두사람이 7-8리라 정도 더 부담하는 셈인데 이 숙소의 경우 부엌이 있으니 밥을 해먹으면 그 정도는 세이브가 될 거라는 말로 다시 한 번 꼬셔본다. 그 말에 넘어간건지 아님 자기도 그 방이 맘에 들었는지 이번에는 그 친구가 양보한다. 결국 50리라라는 거금을 주고 그 숙소에 묵기로 한다. 그나마 상대적으로 물가가 싸다는 동부가 이 정도면 서부는 어떻게 다니나 싶은 생각이 들만큼 아마시아는 숙소도, 음식값도 만만치가 않다. 하긴 그래봐야 한국 물가 정도인데 한국에 돌아가면 그 물가는 또 어떻게 적응해야 할지 그것도 걱정이긴 하다^^.  여튼 여전히 가늠이 잘 서는 터키 물가에 잠시 당황해하며 아마시아에 도착한지 몇시간 만에 숙소에 짐을 푼다.

 

저 창문 중 하나가 우리 숙소다


나중에 알고 보니 4개의 방마다 색깔이 다 다르다. 우리는 빨간방에 묵었다^^

 

숙소가 편하니 어디 나가기보다는 숙소에서 뒹구는 시간이 많아진다. 하긴 아마시아란 곳이 볼거리를 찾아 이리저리 다녀야 하는 곳도 아니다. 근처 슈퍼에서 쌀이며 야채를 사서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그냥 터키사람들처럼 오이랑 토마토를 썰어 넣고 레몬즙과 소금만 살짝 뿌려 샐러드를 만들어 먹기도 하고-이거 생각보다 간단하고 맛있긴 한데 한국에선 레몬이 너무 비싸 가격대비 효과가 반감될 것 같다- 한국 음식이 먹고 싶으면 쏘세지랑 야채 그리고 케첩을 볶아서 밥 위에 얹어먹는 쏘야 덮밥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 그냥 밥이란 야채를 볶아서 볶음밥을 해 먹기도 한다. 밥을 할 경우엔 누룽지 끓여 먹는 것도 잊지 않는다. 둘다 장기여행자인 탓에 고추장이니 라면스프 같은 거야 남아 있는 게 없지만 그래도 뒤져보면 고춧가루 정도는 파는 곳도 있으니 이걸로 오이지를 무쳐 먹기도 한다. 이렇게 음식을 만들어 먹는 걸로 하루를 보내다 심심해지면 그저 골목길을 걷거나 강 주변을 산책하는 걸로 시간을 보낸다. 그도 저도 심심해지면 외곽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갔다가 다시 그 버스를 타고 돌아오기도 한다. 사실 이제 무언가를 보는 거 보다 이런 게 더 맘이 편한 것도 사실이다. 방값이 조금만 싸면 한 며칠 더 뒹굴거리면 좋을 도시지만 며칠이나 뒹굴거리기엔 방값의 압박이 만만치 않다. 결국 사흘을 머물고 아쉬운 마음으로 도시를 떠난다. 


마을에서 만난 아주머니들, 반상회라도 하시는 모양이다


언덕에서 내려다 본 아마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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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브존> 트라브존은 항구다.. 그저그런

트라브존은 흑해 연안에 있는 항구 도시이다. 일단 한동안 못 본 바다나 보자는 생각으로 트라브존으로 향한다. 게다가 말로만 듣던 흑해를 보러 간다는 생각에 기분이 살짝 들뜨기까지 한다. 도우베아짓에서는 트라브존까지는 바로 가는 버스가 없어 중간 도시인 엘주름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가야 한다. 그런데 이 버스.. 엘주름 터미널까지 들어가지 않고 엘주름 외곽에 슬쩍 우리를 떨궈 주고 가려 한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터키는 회사별로 버스가 운행되는 시스템이라 경쟁이 심해 버스비가 깍이기도 하지만 한 명이라도 더 태우려는 욕심에 실제로 버스가 그 도시를 가지 않더라도 손님을 태운 뒤 그 도시 외곽에 떨궈 주고 가는 경우가 흔하다고 한다. 하지만 이 경우 시내에서 묵든 아님 차를 갈아타야 하든간에 다시 어떤 교통편을 이용해 시내로 들어가야 하니 이용자의 경우는 대략 난감한 상황이 된다.

 

에구.. 내려서 터미널까지 가야 하나 보다.. 주섬주섬 짐을 챙기는데 옆의 동행이 내리지 말라고 눈짓이다. 오잉 그러면? 했더니 이 친구 기사인지 안내군인지를 잡고 차근차근 따지고 있다. 우리는 터미널까지 가는 버스를 탔다.. 그런데 이곳은 터미널이 아니다.. 상대 아저씨 처음에는 이곳에서 택시 타라더니 그럴 수 없다고 버티자 이번에는 버스를 타라며 타는 위치와 번호까지 가르쳐 준다. 그럼 이만 버스를 타야 하나.. 다시 주섬주섬 짐을 챙기니 동행 왈, 버스비는 니네가 내시란다. 사실 맞는 말이긴 한데 쟤들이 그렇게 까지 해주겠어 하는 생각에 그냥 가려고 했던 나는 속으로는 조금 황당해진다. 결국 버스에서 내려서 몇분간 실랑이가 계속되다가 결국 상대아저씨가 버스기사와 뭔가 이야기를 주고받더니 결국 버스를 그냥 타고 가는 걸로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우와.. 새삼스레 동행을 존경의 눈으로 쳐다본다. 이 인간 만만치 않군..음!!!

 

사실 이 친구가 초절약 여행자라는 사실은 파키스탄에서 이미 눈치를 채긴 했지만 실체를 보니 살짝 긴장이 된다. 나야 워낙 물건이든 숙박비든 잘 못 깍는데다 여행이 길어지면서 그나마도 귀찮아 어지간하면 좋아좋아하고 다니는 편인데 이 일을 어쩌나..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나보고 깍으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옆에만 있으면 되는데 덕 좀 보겠다 싶기도 한다. 게다가 여기는 내가 다닌 나라들 중 가장 물가가 비싼 터키가 아닌가 말이다. -조금만 깍아도 금액이 만만치 않다^^- 덕분에 트라브존에 있는 여행자 숙소란 숙소는 거의 다돌고 어느 허름한 호텔 5층에 있는-당근 걸어 올라가야 한다ㅠㅠ- 방을 잡는다. 아.. 물론 이곳이 트라브존에서 가장 싸다고 할 수야 없겠지만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간다는 모숙소에 비하면 거의 반값이다. 앞방 옆방에 돈벌러 온 러시아 언니들이 가득하지만 그래도 싼맛에 그럭저럭 견딜만 하다.

 

수멜라 수도원, 가파른 절벽에 깍아지른 듯 서 있는 외관과는 달리 내부는 온통공사중이다.


수도원 내의 벽화, 대부분 훼손되긴 했지만 일부는 그 색감을 유지하고 있다.

 

워낙 바지런히 움직이는 그 친구를 따라잡기는 만만치 않아 그 친구는 그 친구대로 나는 나대로 트라브존 주변을 다니다가 인근에 있는 수멜라 수도원은 함께 가기로 한다. 뭐 당연히 대중 교통수단은 없고 여행사에서 왕복 교통편을 우리 돈으로 만원쯤에 제공하는 상품이 있다. 어차피 대중 교통편도 없는데 저거나 타고 갈까요? 했더니 너무 비싸단다. 뭐 비싸기는 하지.. 그러면서 인근 마을까지 돌무쉬를 타고 가서 히치를 하잖다. 그러죠 뭐.. 결국 돌무쉬를 타고 인근 마을까지 가서 히치를 시도한다. 생각보다는 차가 잘 선다. 결국 두 번에 걸쳐 차를 갈아타고 다시 수멜라 수도원까지 간다. 내려오는 길은 다시 히치다. 이번에는 운이 좋다. 두 번째 얻어 탄 차의 부부가 점심이나 같이 먹고 가잖다. 결국 이 부부에게 점심을 얻어먹고 그 부인은 내게 모스크갈 때 쓰라며 쓰고 있던 스카프까지 벗어 준다. 이 사람들은 대체 낯선 외국인들에게 왜 이리 친절한 것일까.. 혹시 터키에서 뭔가 불쾌한 일이 생기더라도 이들의 고마움을 생각하면 잊어버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수멜라 수도원을 제외하고는 트라브존에서는 시내 주변만 돌아다닌다. 사실 바다를 보겠다고 그것도 흑해를 보겠다고 온 곳이긴 하지만 이곳은 그저 항구 도시다. 물론 바다가 보이긴 하지만 많은 부분이 항구로 가로막혀 있고 그나마 항구가 아닌 곳도 온통 방파제로 가로 막혀 있다. 인천 연안부두를 보는 것 같다. 게다가 바다 근처라 그런지 갑자기 높아진 습도탓에 더위도 만만치 않게 느껴진다. 결국 흑해는 아마스라에나 가서 다시 봐야 될 것 같다. 담은 어디로 가나 한참을 고민하다 아마시아로 떠난다. 바로 샤프란볼루까지 가기엔 길이 너무 멀어 그저 골목이 이쁘다는 말만 듣고 가이드북에도 없는 도시를 행선지로 정한 것이다. 어디나 사람 사는 곳인데 다 비슷할거라는 생각을 하며 아마시아로 가는 밤차를 탄다. 


트라브존 시내에서 바라본 바다.. 항구가 보인다


온통 방파제로 막힌 바다에서도 해는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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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우베아짓> 다시 동행이 생기다

이란 국경을 넘어 막 여권에 입국 도장을 찍고 돌아서니 주변의 사람들이 스카프를 벗으라고 손짓이다. 그러면서 여기는 터키란다. 이란을 벗어나면 당장 스카프부터 벗어야지 했는데 그새 깜빡한 것이다. 스카프를 벗고 나니 시야도 넓어지고 머리 부근이 시원해지는 게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택시 타라는 기사들의 손짓을 뿌리치고 국경을 벗어나니 터키의 국경도시인 도우베아짓까지 가는 돌무쉬-대충 봉고 수준의 버스다-가 기다리고 있다. 국경까지 얼마냐고 했더니 3리라-터키는 2005년에 화폐 개혁을 단행해 0을 6개나 떼버린 새 화폐를 쓴다. 현재 1리라는 우리 돈으로 700원이 조금 안 된다-나 한다. 터키가 내가 다녔던 다른 나라에 비해 물가가 비싼 편이라는 말은 들었지만 이란과 비교하면 거의 스무배 가까운 가격이다. 돈 단위가 적어 달랑 동전 3개를 내니 차비가 해결되긴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적은 돈은 아니니 터키에서는 이제까지와는 달리 조금 긴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나마 터키는 동부가 서부보다는 물가가 싼 편이라 그런지 숙소는 생각보다 저렴하다. 일주일전까지만 해도 한국인으로 북적거렸다는 숙소에 손님은 달랑 나 하나다. 하지만 한국인 전용 게스트북이 있어 이곳 도우베아짓 뿐 아니라 터키 전반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게다가 누군가가 남겨두고 간 터키 한글판 가이드북도 있어 가지고 있던 이란 가이드북과 바꿔 둔다. 이곳 도우베아짓은 조그마한 도시라 딱히 볼만한 것도 없으니 간만에 편안한 마음으로 숙소에 누워 가이드북과 게스트북을 번갈아 뒤적이며 터키 루트를 짠다. 생소한 지명이며 용어들이 조금씩 익숙해질 무렵 즈음이 되자 간신히 터키 일정이 그려진다. 루트를 짜고 나니 새로운 고민거리가 하나 더 생긴다, 게스트북의 정보에서 이스탄불에서 그리스의 아테네와 섬들을 다녀 와 터키를 계속 여행하는 새로운 루트를 알게 되었으니 그리스를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생각지도 않던 고민이 생긴 것이다. 가자니 물가가 만만치 않고 빼자니 지금 아니면 언제 하는 마음이 고개를 든다. 일단 이스탄불 가는 사이에 더 고민을 해보기로 한다.


근처 카페에서 바라본 이삭파샤궁전


노아의 방주터. 왼쪽에 있는 배 모양이 방주의 흔적이란다. 믿거나말거나

 

도우베아짓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이삭파샤 궁전과 노아의 방주터에 다녀 온 걸 제외하고는 그저 숙소에서 뒹굴거리는 걸로 시간을 보낸다. 음식도 이란보다는 다양한데다 왠지 모를 편안함에 그저 좀 쉬었다 가자하는 기분이 든다. 이곳에는 반팔이나 치마를 입은 여자들도 보이고 남자들의 치근덕거림도 이란보다는 덜한 편이니 확실히 여러 가지로 마음이 편한 것이 사실이다. 그저 길거리만 걸어 다녀도 차를 마시고 가라며 불러들이는데 터키에서는 남이 주는 건 아무 것도 먹지 말라는 다른 여행자들의 조언이 생각나긴 하지만 에이.. 그냥 동네 가겐데 무슨 일이야 있겠어 싶어 또 부르는 데로 들어가 수다를 떨다 나온다. 하루는 어떤 아저씨 한분이 길거리에서 누군가와 차를 마시다가 이리 오라는 손짓을 한다. 마침 눈에 익은 일본 여행자가 보이길래 동석을 한다. 어렵게 외운 터키어 인사를 건넸더니 대뜸 자기는 쿠르드족이라며 쿠르드말로 된 인사를 가르쳐준다. 이런... 완전 실수다!!

 

거의 모든 터키 동부 지역이 그렇지만 이곳도 민족적으로는 투르크족 그러니까 터키 민족이 아니라 쿠르드족이 사는 곳이다. 쿠르드족이라는 이름은 주로 이라크 전쟁 때 주워들은 쿠르드 반군 정도의 명칭이 지식의 전부이긴 하지만 한때는 이들도 터키로부터의 독립을 위한 저항군이 존재했었고 대규모 진압이 이루어진 현재도 소규모의 반군들이 독립을 위해 싸우고 있다고 한다. 최근 잇달아 벌어진 터키 내의 소규모 테러도 이들이 저지른 일이라 한다. 그러나 길거리에서 만나는 쿠르드 사람들은 그저 유쾌하고 친절하다. 나야 인종적인 구별도 되지 않으려니와 다른 언어를 쓴다는 그 언어조차 구별이 되지 않으니 그저 본인이 쿠르드족이라고 하면 그런가보다 하는 게 다이긴 하지만 말이다. 여튼 이 아저씨 고맙게도 저녁에 도우베아짓이 내려다보이는 식당에서 저녁까지 사 주신다.


쿠르드족 마을에서 만난 아이


식당에서.. 내 오른쪽 친구가 일본인 처자다. 이것도 역시 믿거나 말거나

 

그러다가 숙소에서 낯익은 한국인을 하나 만난다. 파키스탄의 페샤와르에서 만난 1년 6개월 되었다던 남자 여행자다. 파키스탄을 한달쯤 더 돌고 온다더니 벌써 터키로 들어 온 것이다. 어찌된 일이냐고 했더니 지금 파키스탄은 우기로 접어들었는지 비가 많이 내려 파키스탄 남부는 포기하고 그냥 훈자만 들렀다 이란을 거쳐 바로 넘어왔다고 한다. 이 친구도 터키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는 상태다. 어차피 비슷한 루트에다 서로 아는 것도 없으니 이스탄불까지는 동행을 하기로 한다. 동행이 생겼으니 며칠 느려졌던 일정이 다시 제자리를 찾기 시작한다. 대충 터키 북부의 도시 몇 개를 찍고 이스탄불로 가기로 하고 다음 도시인 트라브존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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