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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5/09/11
    드디어 출발이다(13)
    제이리
  2. 2005/09/11
    집을 나서다 (D-1)(4)
    제이리
  3. 2005/09/11
    좋겠다.. 부럽다..(D-6)(2)
    제이리
  4. 2005/09/11
    일주일 남았다(D-7)
    제이리
  5. 2005/09/11
    블로그를 만들다. (D-8)(2)
    제이리

드디어 출발이다

떠나기 일주일 전부터 할일들과 민나야 할 사람들이 한꺼번에 밀어닥치기 시작하더니 떠나기 전날에는 절정을 이룬다. 결국 전날이 되서야 간신히 짐을 싸고 밤에는 다시 술자리 사이사이 연결 불량 외장하드와 사놓고 꺼내보지도 않은 전자사전 겸용 mp3의 프로그램을 까느라 격론이 이어지더니 이래저래 해결이 된다. 대체 떠나기 전에 내게 있었던 그 많은 시간 내내 내가 한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처음 떠나니까 봐주는 거지 다신 이런 불량여행자에 대한 환송은 기대도 말라는 엄포에 준비기간 내내 제 일처럼 염려하고 챙겨줬던 사람들이 새삼 고맙다.


떠날 시간이다. 프레이야의 충고대로 표를 4인실으로 바꾸고 환송나온 사람들과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출국장으로 들어선다. 아직 배낭이며, 크로스백이며, 배에서 먹으라고 챙겨준 도시락 가방의 무게가 적응이 되지 않아 기우뚱거리다 돌아보니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순간 철렁한다. 이제 혼자다. 다녀야 할 여정의 무게가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한다.

 


뭐 대략 이런 배라는..

 

4인실이긴 하지만 승객은 나 외에 한명뿐이다. 한때는 중국과 홍콩에서 장사를 하셨다는 50대의 멋쟁이 아주머니.. 중국에서 한국으로 왔다갔다를 백번은 했다는 그분은 일찌감치 잠자리에 드시고 나는 배안을 쏘다니기 시작한다. 뭐 상상한 거 보다 그리 크지 않은 이배는 10분면 내부 구조를 꿰뚫을 수 있을 만큼 구조 또한 단순하다. 추석맞이 보따리 아줌마, 아저씨들이 승객의 80%쯤 되는 것 같고 나머지는 학생이나 그냥 여행자 같은데 눈씻고 봐도 배낭족은 노란 머리 이외에는 보이지 않는다.


천진에 도착하기까지 여덟시간 가량 남아있다.

아직 내가 떠났다는 실감이 나진 않지만 적당한 긴장감과 설레임이 마음을 들뜨게 한다.

뭐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걱정은 나중에 해도 늦지 않을 테니까.

 


 

 옆에서 보면 이렇게 보이기도 한다는..


 

a/s 잔천페리 4인실 되겠음/ 맞은편에 이층침대 하나 더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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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나서다 (D-1)

일산에서의 환송파-뤼를 위하여 집을 나선다. 사실 여행은 오늘부터 시작된다. 나는 오늘 한국에서 하루묵는 여행자인 것이다^^

 


 

 

집이 근사해뵈지만 죄다 사진빨인 것이다.

 

 


                                                                                                                                                                                    떠난다니 좋아들 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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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겠다.. 부럽다..(D-6)

요즘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언제 가냐고 묻고는 -뭐 가끔 잘 갔다왔냐고 넘겨짚는 사람도 없진 않다^^- 바로 좋겠다.. 하면서 정말 부러운 표정을 짓는다. 나도 누군가가 떠난다고 할때, 그것이 비록 이삼일의 짧은 여행일지라도 아마 그런 말을 해 왔을 것이다. 근데 사실은 말이다. 뭐 좋지 않은 건 아닌데 날짜가 다가올수록 그게 마냥 부러운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는거다.

짐을 싸면서.. 집이며 친구며 다 고만고만한 상황이라 어딘가 집을 맡겨 놓는 일도 결국 신세를 지는 일이 된다는 걸 생각하며 가급적 부피를 줄이려고 애를 쓴다. 이 경우 가장 좋은 방법은 버리는 건데 버리는 게 또한 나의 취미이자 특기인고로 마냥 갖다 버리다가 순간 정신이 든다. 그러면서 안 올것도 어닌데.. 이걸 버리면 돌아오선 어쩌지.. 하는데 까지 생각이 미치면 일년반이란 기간이 그리 긴 것도 아닌데 너무 많은 걸 정리하고 가는게 아닌가 살짝 우울해진다. 아디 짐뿐이랴.. 집도.. 일도.. 다시 시작하기엔 심지어 나이도 만만치 않단 말이다.ㅠㅠ

사람들을 만나면서.. 여전히 촬영을 하고, 편집을 하고, 영화제를 진행하고, 쌓여있는 과제들에 대한 토론회며 세미나에 대해 준비하고, 일상적으로 살아가는 고민을 하는 사람들틈에서 결국 돌아와야할 자리는 여기일텐데 뭐 때문에 그리 긴 기간 이 자리를 비우려고 하는 것일까 의문이 들때가 있다. 어제 술자리에서 선배한테 형, 일년반이라는 기간이 그리 긴 건 아니지만 미디어운동은 그래도 많이 달라져 있겠죠? 했더니 그 양반 눈치도 없이 아마 전체 지형이 달라질거며 한마디 덧붙인다. 액트 과월호 읽으며 공부 좀 해야 할껄.. 헉.. 갔다오면 바보 소리듣는거나 아닌지 모르겠다.

무엇보다 떠나려고 하니 조금씩 두려워진다. 가장 두려운 건 가자마자 이렇게 외로울껄 왜 왔나.. 하면서 여행에 대해 회의를 느끼는 거일텐데.. 거의 모든 여행사이트 앞에 있는 왜 떠나는가 따위의 자기 다짐들이 그저 의례적인 수사로만 보였는데 이젠 그런 다짐이라도 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소심한 생각이 머리를 쳐든다. 아무런 기대도.. 바람도.. 갖지 않겠다고 생각한 게 욕심일지도 모르겠다. 사실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꺼야란 생각은 아무 것도 변하지 않을까봐 두려운 것의 다른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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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남았다(D-7)

도대체 사무실 그만두고 두달간 무었을 했단 말인가. 멀게는 학교때 시험부터, 가깝게는 직장생활때 보고서 제출까지 전인생이 벼락치기의 연속이란 말이더냐. 여행준비까지도 벼락치기라니.. 평생 이러고 살지 싶다.ㅠㅠ

첨엔 집이나 빠지면.. 하고 탱자탱자 놀았고 담엔 뭐 떠나는 일정이야 조정 가능하잖아.. 하면서 여유만만이었고 떠나는 날을 정하고 나선 뭐 어찌 되겠지.. 하는 심정이었는데 이젠 큰일났다 하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이삼일전부터 해야 할 일과 사야할 것의 목록을 정리하고 한줄씩 지워나가고 있는데 목록상이야 대략 한줄이지만 그게 하나 처리하는데 반나절씩 잡아먹는 것이다. 뭐 국제현금카드 해도 그렇다. 목록상에서야 "국제현금카드 만들기" 한줄이지만 일단 어느 은행 만들어야 하나 검색하는데 한두시간, 은행 두세곳 가는데 두세시간-우리동네엔 농협 밖에 없어 버스타고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그나마 우리은행은 바로 만들어 주지도 않더라는 말이다. 누가 여행은 꿈꿀때가 더 아름다운거 같아요.. 같은 귀신씨나락 까먹는 소리를 했단 말인가. 꿈꾸는 것에 실제 준비가 포함된다면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오늘도 "적성검사 연기 및 국제면허증 발급" 한줄을 지우기 위해 오전 한나절은 날아갈 거고 오후엔 일요일에 나갈 짐들을 싸느라 땀깨나 흘려야 할 판이다. 게다가 오늘 내일 저녁은 이틀 연속 환송회를 빙자한 술자리가 있다. 평상시 행태로 미루어 보면 그건 곧 내일과 모레는 오전이 없다는 말이 된다^^. 여행 정보도 정리해서 가야 하는데.. 대략 북경에 도착이야 가능하겠으나 그 뒤에는 PC방에서 살아야 할 판이다. 뭐 그건 그거고 여기서 정리해야 할 일들이나 빼먹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러다가 배에서 자다 벌떡 일어날지도 모르겠다. 아.. 그거 처리 안하고 왔는데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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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만들다. (D-8)

9월 1일, 출발하기 8일전이다.

떠나기 전에 처리해야할 여러가지 일들을 정리하면서도 내내 목엣가시처럼 걸렸던게 블로그였다. 어차피 긴 여행을 떠나는 이상 어느 정도의 의사소통의 공간은 남겨두고 가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 흔한 싸이 홈피 하나도 관리해 본 적이 없는 터라 선뜻 무언가 만들기가 내내 부담스러웠다.

결국 여행중의 잡다한 일정이나 소소한 감정 따위로 채워질 지극히 사적인 글을 이리 공개적으로 올려야 하는 것일까? 게다가 여행기며 사진 따위를 매번 정리해서 올리는 일은 갈수록 문자 그대로 일이 되어 갈텐데.. 이리저리 도망갈 핑계를 대다가 그래도.. 하는 생각에 일단 숙제하는 기분으로 블로그의 빈칸을 채운다.

그저 익숙치 않은 일을 할 때의 낯설음 같은 거라고 애써 위안을 삼아보지만 아직은 일기를 도서관 책상에 두고 나온 것 처럼 께름칙하고 껄끄럽다. 그러나 어쩌랴. 이도 익숙해져야 하는 여행의 한 과정일터, 당분간은 꾹 참고 글이나 올릴 일이다 -.-;;

 

** 진보넷 이전 블로그에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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