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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겠다.. 부럽다..(D-6)

요즘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언제 가냐고 묻고는 -뭐 가끔 잘 갔다왔냐고 넘겨짚는 사람도 없진 않다^^- 바로 좋겠다.. 하면서 정말 부러운 표정을 짓는다. 나도 누군가가 떠난다고 할때, 그것이 비록 이삼일의 짧은 여행일지라도 아마 그런 말을 해 왔을 것이다. 근데 사실은 말이다. 뭐 좋지 않은 건 아닌데 날짜가 다가올수록 그게 마냥 부러운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는거다.

짐을 싸면서.. 집이며 친구며 다 고만고만한 상황이라 어딘가 집을 맡겨 놓는 일도 결국 신세를 지는 일이 된다는 걸 생각하며 가급적 부피를 줄이려고 애를 쓴다. 이 경우 가장 좋은 방법은 버리는 건데 버리는 게 또한 나의 취미이자 특기인고로 마냥 갖다 버리다가 순간 정신이 든다. 그러면서 안 올것도 어닌데.. 이걸 버리면 돌아오선 어쩌지.. 하는데 까지 생각이 미치면 일년반이란 기간이 그리 긴 것도 아닌데 너무 많은 걸 정리하고 가는게 아닌가 살짝 우울해진다. 아디 짐뿐이랴.. 집도.. 일도.. 다시 시작하기엔 심지어 나이도 만만치 않단 말이다.ㅠㅠ

사람들을 만나면서.. 여전히 촬영을 하고, 편집을 하고, 영화제를 진행하고, 쌓여있는 과제들에 대한 토론회며 세미나에 대해 준비하고, 일상적으로 살아가는 고민을 하는 사람들틈에서 결국 돌아와야할 자리는 여기일텐데 뭐 때문에 그리 긴 기간 이 자리를 비우려고 하는 것일까 의문이 들때가 있다. 어제 술자리에서 선배한테 형, 일년반이라는 기간이 그리 긴 건 아니지만 미디어운동은 그래도 많이 달라져 있겠죠? 했더니 그 양반 눈치도 없이 아마 전체 지형이 달라질거며 한마디 덧붙인다. 액트 과월호 읽으며 공부 좀 해야 할껄.. 헉.. 갔다오면 바보 소리듣는거나 아닌지 모르겠다.

무엇보다 떠나려고 하니 조금씩 두려워진다. 가장 두려운 건 가자마자 이렇게 외로울껄 왜 왔나.. 하면서 여행에 대해 회의를 느끼는 거일텐데.. 거의 모든 여행사이트 앞에 있는 왜 떠나는가 따위의 자기 다짐들이 그저 의례적인 수사로만 보였는데 이젠 그런 다짐이라도 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소심한 생각이 머리를 쳐든다. 아무런 기대도.. 바람도.. 갖지 않겠다고 생각한 게 욕심일지도 모르겠다. 사실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꺼야란 생각은 아무 것도 변하지 않을까봐 두려운 것의 다른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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