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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출발이다

떠나기 일주일 전부터 할일들과 민나야 할 사람들이 한꺼번에 밀어닥치기 시작하더니 떠나기 전날에는 절정을 이룬다. 결국 전날이 되서야 간신히 짐을 싸고 밤에는 다시 술자리 사이사이 연결 불량 외장하드와 사놓고 꺼내보지도 않은 전자사전 겸용 mp3의 프로그램을 까느라 격론이 이어지더니 이래저래 해결이 된다. 대체 떠나기 전에 내게 있었던 그 많은 시간 내내 내가 한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처음 떠나니까 봐주는 거지 다신 이런 불량여행자에 대한 환송은 기대도 말라는 엄포에 준비기간 내내 제 일처럼 염려하고 챙겨줬던 사람들이 새삼 고맙다.


떠날 시간이다. 프레이야의 충고대로 표를 4인실으로 바꾸고 환송나온 사람들과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출국장으로 들어선다. 아직 배낭이며, 크로스백이며, 배에서 먹으라고 챙겨준 도시락 가방의 무게가 적응이 되지 않아 기우뚱거리다 돌아보니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순간 철렁한다. 이제 혼자다. 다녀야 할 여정의 무게가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한다.

 


뭐 대략 이런 배라는..

 

4인실이긴 하지만 승객은 나 외에 한명뿐이다. 한때는 중국과 홍콩에서 장사를 하셨다는 50대의 멋쟁이 아주머니.. 중국에서 한국으로 왔다갔다를 백번은 했다는 그분은 일찌감치 잠자리에 드시고 나는 배안을 쏘다니기 시작한다. 뭐 상상한 거 보다 그리 크지 않은 이배는 10분면 내부 구조를 꿰뚫을 수 있을 만큼 구조 또한 단순하다. 추석맞이 보따리 아줌마, 아저씨들이 승객의 80%쯤 되는 것 같고 나머지는 학생이나 그냥 여행자 같은데 눈씻고 봐도 배낭족은 노란 머리 이외에는 보이지 않는다.


천진에 도착하기까지 여덟시간 가량 남아있다.

아직 내가 떠났다는 실감이 나진 않지만 적당한 긴장감과 설레임이 마음을 들뜨게 한다.

뭐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걱정은 나중에 해도 늦지 않을 테니까.

 


 

 옆에서 보면 이렇게 보이기도 한다는..


 

a/s 잔천페리 4인실 되겠음/ 맞은편에 이층침대 하나 더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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