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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卍' 오로지 히틀러 탓이오

'나쁜 卍' 오로지 히틀러 탓이오

 


【서울=뉴시스】신동립의 잡기노트 <193> = 독일 나치즘의 상징으로 각인돼 있는 기호가 卍이다.

1920년대 나치스의 창작은 아니다. 고대 게르만과 메소포타미아 그리고 그리스에서 볼 수 있다. 초기 기독교와 비잔틴 문화에도 나타난다. 중국 한(漢)에서는 혜성을 가리키는 심벌이다. 그리스 문자 Γ(감마) 4개를 조합한 꼴이라 감마디온이라고도 불렀다. 그러다 1871년부터 산스크리트어인 스와스티카로 통용되기에 이르렀다. 卍 문양을 행운과 윤회, 쉽게 말해 웰빙으로 수용하는 인도 힌두교와 자이나교의 호칭으로 굳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한자문화권에서 卍은 萬(万)과 같은 ‘모든 것’, ‘영원’이다. ‘님의 침묵’ 한용운의 법호 ‘만해’는 萬海, 卍海, 둘 다 맞다.

싫어할 까닭이 없는 이 글자를 불온문자로 전락시킨 것은 제2차 세계대전의 주범 히틀러다. 국제사회는 나치즘의 깃발, 배지, 완장의 卍을 즉각 떠올린다. 요즘도 네오 나치스나 백인우월주의 집단이 써먹고 있다.

한국에서는 반감이 덜하다. 지도상의 절 표시를 卍으로 할 정도다. 卍이 없는 절도 없다시피하다. 별 생각 없이 관례처럼 활용 중이다.

한 마디로 스와스티카는 시공을 초월한 유비쿼터스인 셈이다.

우주인 엘로힘이 인류를 창조(지적 설계)했다고 강변하는 라엘리안 무브먼트가 ‘스와스티카 부흥’을 외치고 있다. “평화, 행운, 조화를 상징하는 이 문양은 나바호의 카펫이나 아파치의 물병 등 아메리카 원주민의 유물에도 그려져 있을뿐 아니라 나치 이전 미국에서 제조된 물품에도 사용됐다. 청량음료 가격이 5센트이던 시절 코카콜라는 스와스티카 모양으로 행운의 시곗줄 장식을 만들어 나눠줬다. 심지어 이스라엘의 아인게디 시나고그(유대교회당)의 바닥에도 그려져 있다”는 근거자료부터 제시한다.

애리조나의 과거 고속도로 표지판, 윌 담배회사의 담뱃갑, 아메리카 플레잉카드의 옛 포커칩 등도 찾아냈다. “나치 이전 시기 미군의 보잉 전투기에 그려진 기본 장식문양이기도 했다”면서 “나치가 사용하기 전까지는 긍정적인 의미로만 사용됐다”고 강조한다.

아니나 다를까, 라엘리안의 로고타이프에도 스와스티카는 들어 있다. 공간의 무한성이라는 상하 양방향 3각형 2개의 중앙에 시간의 무한성을 표시하는 스와스티카를 결합시킨 형태다.

그런데, 인류의 도안이 아니란다. “이 특별한 문양은 인류의 창조자들이 우리에게 전해준 것으로서 그들은 수천년 전 지구에 온 진보된 외계의 과학자들이며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를 생명공학을 이용해 창조했고 우리 인간들도 그들의 형상대로 창조했다.”

이어, 조물주는 ET라는 주장의 방증으로 스와스티카를 꺼내 보인다. “전 세계 수많은 고대문화들에서 스와스티카 문양이 발견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아시아의 사찰과 사당에는 여전히 스와스티카가 사용되고 있지만 우리는 이 문양이 전 세계에서 부흥하게 되기를 바란다.”

히틀러는 엘로힘 적대세력의 수괴, 또는 다른 외계인이 보낸 ‘V’였나보다.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유럽인들은 숫자 뒤에 0 하나를 붙이는 것만으로 10배나 커진다는 비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민담이나 설화도 0을 기피했다. 악마가 인간에게 마법을 걸 때 주위를 원으로 둥글게 둘러싼다는 속설을 믿었다. 0은 곧 ‘악마의 원’이었다. 오랜 세월 유럽인은 그렇게 0을 배척했다.

‘갈고리 십자가’ 하켄 크로이츠≒卍≒스와스티카도 어느날 갑자기 오해에서 벗어날는 지도 모르겠다.

문화부장 reap@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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