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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읽는 고전] 마르크스는 누구인가

  • 등록일
    2004/09/02 00:49
  • 수정일
    2004/09/02 00:49

<이진우 계명대 철학과 교수>

 

 인간의 `자기실현'이라는 말만큼 자주 그리고 긍정적으로 현대인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개념은 아마 없을 것이다.자기실현은 현대인들이 살아가는 방식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삶의 목표인 것처럼 보인다.자기실현의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하면 할수록 우리는 그것이 항상 `소외'의 문제와 짝이 되어 나타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그러나 현대인들의 마음 속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상어로 정착한 이 두 개념이 카를 마르크스라는 사상가와 철학자에게서 유래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우리가 `자기실현'과 `인간소외'라는 말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사용하면서도 마르크스라는 이름을 꺼리는 까닭은 아마 그가  혁명의 사상가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그렇지만 올해로 출간 1백50주년을 맞고 있는 그의 `공산당선언'은 혁명적인 영향력을 상실하고  현대의 고전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실정이다.마르크스가 마치 악령인  것처럼 매도하였던 자본주의 는 오늘날 전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유일한 사회체제의  논리로 군림하고 있다.그러나 현존 사회주의의 몰락이 자본주의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것은 아니다.자동화와 정보화로 말미암은 대량실업및 빈부격차 발생,생태계 위기 등과 같은 만성적 현상들은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적나라 하게 보여주고 있다.자본주의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마르크스라는 이름이 다시 거론되는 것을 보면 그가 철저하게 사유했던  현대의 문제,즉 인간소외의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음에 틀림없는 것이다.



마르크스가 1844년에 집필한 `경제학-철학 수고'는 인간소외를 철학적 문제로 처음 부각시킨 역작이며,전후 실존철학에도 상당한 영향을 준 현대의 고전이다.마르크스는 인간소외의 발생과정을 거꾸로 추적하면  인간소외를 극복하고 자기를 실현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인간은 사회관계 속에서 스스로를 만들어가는 존재란 인식은 그의 출발점을 이룬다.


이러한 인식에 근거,그는 인간이 스스로를 생산해가는 과정을  노동이라고 명명하면서,우리는 모두 스스로를 우리 자신의 고유한 노동의 결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그는 다른 동물들도 물론 노동을  하지만 인간만이 자신의 고유한 삶을 완성하는데 필요한 생활수단을 생산한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이런 관점에서 보면 인간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완성해가는 예술가라는 점에서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인간성을 획득하는 것이다.

 

예술가가 스스로 만든 작품 속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면,우리는 예술가가 자기실현을 하였다고 말한다.그러나 우리가 모두  예술가처럼 살 수는 없다.현대인들은 그들이 생산한 상품을 통해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그렇기 때문에 마르크스는 인간소외의  원인을 바로 상품을 통해 매개된 사회관계 속에서 발견하며 동시에  자기실현의 가능성도 이러한 사회관계 속에서 찾는다.사회관계가 왜곡되면 인간소외가 발생하고,사회관계가 정의로우면 인간은 자기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르크스는 인간의 소외과정을 네 단계로  분석한다.첫째 소외는 생산물로부터의 노동자의 소외다.자동차 공장의 노동자들이 모두 자신이  생산한 고급 승용차를 탈 수 없는 것과 같이 현대인들은 자신들이  생산한  물품이 자기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는 것을 안다.이처럼 노동자가 생산한 상품이 노동자와 대립하게 되는 것 역시 소외현상인 것이다.둘째 소외는 노동으로 부터 노동자의 소외다.우리가 생산하는 물품이 우리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면,우리의 노동은 단순한 생계를 위한 강제노동의 성격을 띠게 된다.만약 우리가 노동을 할 때에는 자신을 잊어버리고 노동을 하지 않을 때에만 자기 자신을 느낀다면,그것은 자신과 자신이 행하는 노동이 괴리되어 있다는 점에서 소외인 것이다.셋째 소외는 인간에 의한 인간의 소외다.노동의 생산물이 노동자에게 속하지 않고 그에게 낯선 대상으로서  대립되어 있다면 그 것은 생산물이 노동자 이외의 다른 사람들 소유가 되었기 때문이다.우리가 생산물과 노동으로부터 소외되는 것은 결국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왜곡된데에서 기인하는 것이다.넷째 소외는 인간의  본질로부터 인간의 소외다.

 
우리가 노동을 통해 자기 자신을 실현하려 하는 것처럼,인류의 역사는 `인간적인 것' 또는 `인간의 본성'을 실현하고자 하는 인류  노동의 결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개개의 노동은 본래 인간의 본성을 실현하는 노동이다.


만약 개개인이 오직 자신의 생존만을 위해 노동하고  인간의 본성을 망각한 다면 그것은 본질과 실존 또는 목적과 수단의  관계가 뒤바뀌었음을 의미한다.

 

자본주의가 전세계적으로 보편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해결되지 않은 것은 분명 인간소외의 문제다.어떤 삶이 진정 인간적인 것인가.우리가 인간소외를 극복하고 자기실현의 길을 꿈꾸는 한 마르크스의  이 책은 불투명하기 짝이 없는 현대사회를 헤쳐갈 수 있는 길잡이가 될 것이다.

 

-마르크스의 생애

카를 마르크스(1818~1883)는 1818년 5월5일 당시 프로이센에  속해  있던 트리어에서 프로테스탄티즘으로 개종한 유태인 변호사의 아들로 태어났다.그는 본대학에서 두 학기 동안 법학 문학 역사를 공부한 다음 베를린 대학으로 옮긴 뒤 전공을 철학으로 바꿔 1841년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그의 철학사상은 1848년 출간된 `공산당선언'을 중심으로 전기 사상과 후기 사상으로 구별된다.전기에 그는 사상가로서 뿐만 아니라 실천적 혁명가로서 활동했지만 1849년 독일의 혁명이 실패로 끝나  런던으로 망명하게 됨으로써 그는 자본주의의 논리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데 몰두하게 된다.대표적  저서로는 `독일이데올로기'`공산당선언'`정치경제학비판'`자본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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